연재할 때 도서관에서 볼까 했으나 그냥 안 봤다. 물론 게으름 때문에. 왕따인 두 중학생이 세계를 건 탁구 대결을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게 또 그닥 확실한 줄거리 소개는 아니다. 결국 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세계의 시스템에 대한 뒷담화, 소외(소설 내에서는 배제라고 썼지)되는 주인공을 내세워 이놈의 세상이 대체 왜 이 꼬라지가 됐고 인류는 어떻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듯 말듯한 이야기를 한다. 실은, 그닥 재밌게 보지 않았다. 근데 재밌게 봤다.
쓴 소리 좀 하자.
벌써 4권째의 책이 나왔기 때문에 더 이상 박민규의 문체는 새롭지 못하다. 오히려 슬슬 지겨워진다.(아직도 좋긴 하지만서도) 작품도 점점 소설의 범주를 벋어나는 듯하다. 카스테라까지만 해도 그럭 저럭 형태는 남아있던 네러티브가 사라져간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대충 알겠는데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느낌만으론 '지구영웅전설'과 '카스테라'의 그닥 주목 받지 못했던 단편들과 닮아있다. 오히려 '삼미 슈퍼스타즈'가 이단이었다는 이야기일까. 박민규가 뜨면서 '삼미'와 '카스테라'만 인구에 회자되고 '지구영웅전설'은 마치 없는 작품인 양 대했던 것 처럼 이번 작품도 나날이 베스트 셀러 순위를 높여만 가지만, 글쎄. 그는 이제 슬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 대중과의 거리가 멀어지는 듯하다. 부분 부분 무척이나 좋고도 좋은(주로 주인공이 맞거나, 착취당하고, 빼앗기고, 맞고, 괴롭힘 당하고, 다시 맞고, 또 맞고, 때론 맞고, 이따금씩 맞고, 아무튼 맞는 부분 말이다.)서술이 있었지만 말 대로 부분 부분일 뿐이다. 그리고 결국은 전작에서도 그 전작에서도 하던 이야기를 다시금 재탕 반복하고 있다는 기분밖에 들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많은, 같은 이야기를 들었음에도 그 이야기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하는 나에겐 너무도 어럽다. 어려운 소설이다.
여하튼 현재 가장 주목 받는 작가 중 하나이니, 많은 분들이 신작을 기다렸을 것이고 나보다 나은 안목의 독자들이 더욱 좋은 감상문을 써줄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그것보다 더욱 좋은 것은 각자가 이 책을 직접 읽어보는 것이겠지.
정말로 뭐라 말하기 힘들다. 고전을 읽었을 때의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