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읽기
정민 지음 / 푸른역사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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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겠다. 내가 요즘 책 안 본건 잘 알고 있었지만 거의 열흘 가까이 한권도 안 봤을 줄이야. 정말 한심하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마음속으론 전혀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있으니 뭐.

백 오십 년 만에 처음 본 소설이 아닌 책인데, 과거 문사들의 글과 그들의 삶을 엿봄으로써 현대에 사는 우리도 반성/감동을 하자,정도의 취지의 글들을 묶어 놓은 것인데, 나쁘게 말하면 시대의 조류에 슬쩍 올라 탄 비겁한 책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 것은 정민이라는 저자분의 책은 모두 이런 우리 나라 문사들의 고전을 묶어 놓은 것 뿐인데다가, 그런 좋은 글들을 계속적으로 나같이 무지한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 목소리를 내는 작가의 글이 어쩌다 시대에 맞았기 때문에 베스트 셀러가 된 것 뿐이다. 좋은 책이었다.

다만 멋진 글도 분명 많았지만 내가 보기엔 형편없는 글-형편없다기 보다는 그걸 쓴 필자의 인격이 의심이 간 정도였다-인데, 그게 멋지다고 말하는 작가 정민의 말에 설득력이 없다는 것. 또한 기승전결로 구성된 글의 도입부가 죄다 식상하다는 것, 본래 필자의 글을 직역해 놓은 것을 다시금 정민 작가가 재해석을 하는 부분 정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즘은 한국 방송에도 자막을 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떠 먹여주는 밥에 익숙하다. 그러면 쓰지 않는 손은 자연스레 썩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분명 좋은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작가의 고집과, 많은 문사들의 좋은 글에서다. 지금은 사라진 한국 작가 특유의 느낌이 매우 좋다. 굳이 현대에 억지로 끼워 맞춰보자면 김훈의 글 정도 랄까. 담백하면서 마음을 후벼파는 박지원 정약용 선생들의 글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 기회가 닿는다면-분명 내 게으름 때문에 안 닿겠지만-꼭 그 분들의 글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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