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옥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다. 뒤늦게 그를 알게 된 후 이십년도 전에 절필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나는 얼마나 아쉬웠던가. 절필 후 그는 신비로운 체험 후에 하나님을 받드는 기독교인이 되어 포교활동을 한다고 했다. 절필 후 하나의 글도 쓰지 않았을 리 없지만 적어도 소설은 쓰시지 않은 듯 하다. 이 책은 그러니까 20여년만에 처음으로 나온 김승옥의 책인 것이다.(이 책은 2004년 발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도 석연찮은 게, 이건 수필인데다 총 네부분으로 나뉘어진 책의 뒤의 두 부분은 늦어도 80년대 중반 이전에 쓰여진 것이어서 20년만에 나온 신간이라고 떠들긴 좀 무리가 있다.
게다가 앞쪽의 두 부분은 비 기독교인을 기독교인으로 포교하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여서, 조금 읽기 싫었다. 일부 종교인의 아집을 나는 경멸하는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찬양에 가깝게 자신의 체험을 묘사하는 것을 보고는 내가 가지고 있는 완벽한 김승옥의 이미지는 조금 무너졌다. 하지만 그건 비 기독교인인 나에게나 그럴 것 같다. 또한 타인의 삶을 내 멋대로 판단해 버리는 것도 분명 문제가 있는 일일게다.
그러나 뒤쪽의 수필들은 자신의 삶이나, 현대에 대한 쓴소리 등을 주제로 쓰여졌는데, 아주 재미있었다. 어쨌든 작가의 절필이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