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여자, 착한 남자
이만교 지음 / 민음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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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티비 책을 말하다를 즐겨 봤던 때가 있었는데, 다름아닌 장정일이 진행자여서 그랬다. 내가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중 하나가 장정일이다보니, 그의 그런 심하게 진지한 모습을 나는 아주 좋아해서 놓치지 않고 꼭꼭 챙겨봤었다. 그러다 시간대도 옮겨지고 진행자도 바뀌면서 보지 않게 되었는데, 그때 패널로 많이 출연한 사람이 이만교씨나 영화평론가 심영섭씨였다.

이만교씨를 그때 처음 봤다. 장정일에 비해서 지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전혀 출연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은 몇 명 없었다. 그래도 이만교씨는 제법 괜찮은 이야기도 많이 해서 그냥 괜찮은 사람이다, 정도의 생각만 가지고 있다가 며칠 전 도서관에 갔는데, 마침 이름이 눈에 뜨이길래 생각 않고 골랐다.

딱 잘라 말하자면, 좋다. 기대했던 것 보다 더 좋았다. 필력도 좋고, 이야기도 신선하고 좋았다. 하지만 좀 아쉬운 건 뭔가 제대로 집어내는 듯 하다가 직전에서 막힌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 중 부조리나 법칙 따위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게 명확히 이끌어 내려다가, 멈춰버린다. 한 발자국만 나가면 고지인데 멈춰버린다. 물론 고지에 도달하지 않아도 나름의 충분한 의미는 있지만, 아쉽다.

그러나 역시 좋은 인상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중, 단편 6편을 모아 놓았는데, 표제작이 역시 제일 좋았고, 마지막에 수록된 자전적 소설 또한 아주 좋았다. 이 작가의 소설 몇 권을 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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