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1 메피스토(Mephisto) 13
더글러스 애덤스 지음, 김선형 외 옮김 / 책세상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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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셀프 타이틀.

아무리 기분이 아주 안 좋아도 죽고 싶다는 해 본 적이 없다. 나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건 의식이 사라진다는 것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이따금씩 꿈도 꾸지 않고 잠을 잔 다음 날에, 눈을 떠 보면 잠을 잔 시간을 잃어버린 기분이 든다. 물론 몸의 개운함과 이런 저런 감정들이 들지만, 어쨌든 나는 눈을 한 번 감았다 뜬 것 뿐이란 생각을 했다. 그런 깊은 잠과 죽음은 같은 것이란 생각을 한다. 우올 혹은 외로움을 일종의 고난이라고 본다면 그것은 극복해야 할 것이다.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그것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죽는 건 해결이 아니다.

그러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 한다. 현재의 모든 문제들을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고 싶다, 정도의 생각. 우주선을 히치하이킹해서 우주로 날아가 버린다면 지금의 문제들은 문제 따위도 되지 않고, 새로운 것들과 마주하느라 현재의 문제들은 전부 잊을지도 모른다. 날 아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것이리라.

말 같지도 않다. 그런 일이 생길 리 없다. 날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0부터 새롭게 모든 것을 쌓아간다고 해서 현재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귀를 뚫림없이 꽉 막은 이어폰이 다른 세계에 대한 은유라면, 이를테면 오아시스가 다른 세계의 어떤 것의 메타포라고 해도, 음악이 끝나고 이어폰을 빼는 순간 나는 다시 현실의 문제와 마주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즐겁게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나는 결국 다시 지금의 고난들과 마주하게 되었다.

책의 내용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또한 책의 분위기와도 전혀 다른 푸념이 되었지만, 독서도 결국은 내 삶의 일부가 아닌가. 독서 따위보다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내가 이따위로 쓰건 저 따위로 쓰건 내 독후감상문을 보고, 보지도 않았던 그 책을 읽고 싶어졌다거나,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내 독후감상문을 보고, 다른 시선을 느껴 더욱 고차원의 깨달음을 느낀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새옹지마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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