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의 즐거움
하성란 지음 / 현대문학북스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사연이 좀 있다. 하성란을 워낙 좋아했던 나로써는 그녀의 모든 작품을 읽고 싶어했다. 그러나 이 책 만큼은 절판이어서 도무지 구할 수 없었는데, 재밌게도 구할 기회는 있었다. 고3때 수능이 끝나고 갔던 목원대인가 하는 학교 서점에 이 책이 있었던 것이었다. 그땐 이 책이 절판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고 그래서 살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 나중에 인터넷 서점으로 싸게 사야지 하고 넘어갔었다.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절판이어서 눈물을 삼켰었다. 그 후로도 서점에 가기만 하면 가장 먼저 찾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거짓말이 아니다.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이 바로 이것에 있지 않은가) 대학에 와서 가장 이득을 본 것이 이 책을 빌린 것이라 말하고 싶을 정도로 이 책을 보길 나는 바랐었다.

장황한 만큼 기대도 커져만 갔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이 표현 웃기지만) 소설은 '삿뽀로 여인숙'인 만큼, 그리고 그녀의 단편들을 워낙 좋아하는만큼 말이다. 물론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것을 요즘은 이런 저런 일들로 더욱 크게 느꼈고, 마음을 추스려 보았으나 잘 될리가 없다. 원래 다른 책을 보고 있었는데 그 책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아 중간에 이 책을 그냥 빌려서 보기로 했다. 방학하면 책을 빌리기 힘들 것 같아서 그랬다.

그리고 기대했던 만큼 빌리자 마자 단숨에 읽어버렸고 그 엄청난 기대를 정확히 충족시켜줬다. 놀랍게도! 하성란 특유의 묘사와 문체를 오랜만에 읽었다. 무척 즐거웠다. 단 한 문장이라도 대충 읽어서 넘기면 글 자체를 이해하기 힘든 것이 하성란의 특징 중 하나인데, 가능한 마음을 진정시키고 침착히 읽었다. 일상이라는 것에서 아주 약간 비틀어진 하성란의 세계를 엿보는 즐거움만한 것이 어디 있으리.

줄거리와 감상은 딱히 쓰고픈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제 문제는 이 마음에 드는 책을 학교에 반납하지 않고 갖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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