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이영도의 광팬이라 객관적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지만 짧게나마 감상문을 써 보자. 물론 책은 그 작가의 작품세계나 뒷배경에 상관없이 그 단권만으로(시리즈가 아닌 이상) 재미있게 읽혀야만 하지만 실제로 작가나 작품세계를 더 잘 알고 있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은 당연하다. 오버 더 시리즈의 세계는 이영도가 평소 만들고 싶어하던 세계였다고 한다. 인간은 인간들끼리만, 엘프는 엘프들끼리만, 이런 식으로 모여사는 세계보다는 여러 종족이 조화된 하나의 세계(혹은 나라)를 이영도는 꿈꿨단다. 그런 생각인 몇 편의 장편이 나온 후에야 겨우 등장했다. 주인공 티르 스트라이커는 인간, 보안관인 이파리는 오크다. 그 외에도 여러 중요한 인물들은 전부 다른 종족들이다. 트롤이나 웨어울프등과도 한 마을에서 모여사는 것은 오버 더 시리즈에선 빼놓을 수 없는 점이라는 거다. 깊이. 많은 사람이 깊이라는 것을 언급했다. 생각할 것 하나 없다는 지적도 많다. 내 짧은 식견으로는 이건 단지 작품의 개성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한다. 순문학과 장르문학은 분명 특성이 다르다. 르귄이나 젤라즈니의 책에서도 깊은 철학적 사고는 일단 뒤쪽에 미뤄둔다. 팬터지라는 것은 일단 그 서사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이영도의 작품은 치밀한 구성과 탄탄한 네러티브가 중요한 작품이다.(물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깊이 또한 있다고 생각하지만,) 작품의 이야기 흐름에 집중하는 것이 단연 첫번째 포인트가 아닌가싶다. 팬터지를 읽으며 카프카를 기대하는 독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팬터지가 榻募?말이 아니라 읽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한국에 제대로 된 팬터지 작가는 이영도와 김상현 둘만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짧은 식견이지만. 사족-오버 더 시리즈 외의 세 단편은 드래곤라자의 번외편격으로 드래곤라자를 읽을 필요는 없지만 읽었다면 물론 더욱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