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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사요나라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대학 시절 소설론을 가르치셨던 모 교수님께서 늘 하시던 얘기는 단편 소설에는 아이러니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상황의 아이러니든 인물들의 감정의 아이러니든, 정 반대의 상황이 겹쳐지며 어느 한 쪽을 포기할 수 없을 때가 소설이 빛나는 순간이라고 말씀하셨다.
17세의 한 여성이 대학 야구부 선수들에게 집단으로 강간을 당했다. 한 문장으로도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지만, 정말로 끔찍한 얘기들은 이 사건 이후에 벌어질 일들일 것이다. 그 여성은 평생을 벗어날 수 없는 상처 속에 살 것이 분명해진다. 그렇다면 그녀를 강간했을 야구 선수들은? 이 작품은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늘 산다는 것은 좋은 일이고, 우리는 늘 고난과 역경을 극복해야 하며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는 나지만,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힘든 일을 겪은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정말로 고통스럽고 끔찍한 일들을 겪고 난 뒤에도 난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결코 많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이 책은 그런 다양한 생각과 고민을 들게 했다. 비극적인 한 상황과, 그 상황에 비롯되어 생기는 일들을 담담히 보여주는 서술 속에서 아이러니는 피어난다. 요시다 슈이치는 정말로 좋은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