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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림 1 (1부 1권) - 왕도(王道), 하늘에 이르는 길
최인호 지음 / 열림원 / 2005년 6월
평점 :
얼마 전 별세하신 최인호 작가의 작품을 한 권도 읽지 않았다는 생각에 이 책을 빌렸다. 이 책은 예전에 <TV 책을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이 있었는데(출간 당시), 기억에 넣어뒀다가 빌리게 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럭저럭 재밌게 읽긴 했지만, 2권을 빌려서 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 제목 그대로 (유림-유학의 숲)조선시대의 이데올로기였던 유학에 대한 소설인데, 1권은 중종 시절 정치인이었던 조광조에 대해 다루고 있다. 나는 전부터 조선왕조실록을 한국의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 조선 시대를 관통하는 유학에 대한 책이기 때문에 읽고 싶다고 생각해 왔다. 조광조 또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 익숙하지만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몰라 궁금해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의 아쉬웠던 부분은 내가 궁금해 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기 못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생각한 이 소설의 모습은 유학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과 조광조의 삶에 대한 자세한 진행이었는데, 실상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작가가 생각하는 유학과 작가가 생각하는 조광조였다. 작가 스스로가 유학과 조광조에 대해 어떠한 관념을 이미 완성시킨 후에 그 생각을 서술한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들이 다른 생각을 하기란 무척 힘들고, 자유로운 사고를 막는다. 더구나 앞부분과 끝부분에는 작중 화자-작가라고 봐도 무방한-가 조광조의 유배지와 생가를 방문하는 풍경을 묘사해내는데, 그 과정이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오랜 세월 문학을 마주하고 글을 써 온 최인호 작가답게 문체 자체가 아주 시원시원한 점은 좋았다.
2권은 공자, 그리고 그 후는 이퇴계와 이율곡에 대해 썼다곤 하지만 이 시리즈를 읽는 것 보다 유교에 관한 역사서를 읽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드니, 후의 책은 읽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