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플라워 - 삶의 가장자리에 서 있으면, 특별한 것들을 볼 수 있어
스티븐 크보스키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한 달에 열권의 책을 읽는다고 가정한다면, 그 중에 내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책은 몇 권쯤 될까. 세상엔 좋은 책은 정말 많지만, 좋아하는 책은 생각보다 드물다. 사람들의 취향은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좋은 책을 알아채긴 쉬워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내 취향의 책’은 별로 없다. 그랬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그 모든 순간들이 너무나 즐거웠다.

 

사실 이 책은 네러티브가 무척 약하다. 책 자체를 관통하는 굵은 줄거리가 없고, 주인공 ‘찰리’가 담담히 서술하는 단편적인 에피소드들의 나열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상당히 진솔(혹은 작가의 자전적인)한 미국의 10대들의 이야기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미국의 10대는 우리의 1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찰리의 서술방식인데, 제목 그대로 <월플라워>처럼 사건들에 적당히 거리를 둔 관조자의 모습으로 사건들을 말한다. 감수성이 보통사람보다 훨씬 풍부한 사람이 살아가는 조금은 힘겨운 세상을 작가는 너무도 잘 그려냈다. 내용이나 서술에서 그렇게 진행돼서인지 나는 자연스럽게 <호밀밭의 파수꾼>을 떠올렸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이 작품은 <호밀밭의 파수꾼>에 아마 상당부분 빚을 지고 있을 것 같다. 물론 작가만이 알 수 있겠지만.

 

동시에 이 책이 발표되고 이 책이 갖는 성, 마약 그리고 10대들의 삶에 대해 상당히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서 무언가 안심이 되었다. 그런 억압적이고 자유롭지 못한 분위기는 한국사회에서만 통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사회에서도 그런 논란이 일었다고 하니 이유 없는 안도감이 든 것이다. 뭐 물론 그쪽 나라는 작가가 고소되거나 하는 일까지는 없었겠지만.

 

더 이상 내가 이 책에 대해 감상을 쓰는 일은 불필요 한 것 같다. 보석처럼 반짝이는 감동을 주는 좋은 문장들이 무척 많았던 책이다. 요즘같은 계절엔 특히 읽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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