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게의 전쟁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12월
평점 :
절판


역시 마찬가지로 한동안 읽으면 괴로워지는 책들을 읽다보니, 읽기 편해 보이는 책을 빌렸다. 이 책도 5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이긴 했지만 읽는 내내 즐거워서 분량 같은 건 잊었다.  

 

요시다 슈이치 책에는 늘 같은 감상을 적는데, 그것은 바로 <퍼레이드>와 비교하는 이야기. 내 안의 요시다 슈이치는 언제나 <퍼레이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일무이하다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 그것은 ‘오직 단 하나’를 의미한다. 내가 살면서 느낀 것들 중 하나는 가장 중요한 것들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소중한 사람, 어떤 상황에서도 버리지 않을 가치 같은 거창한 것에서부터, 가장 좋아하는 음식점에까지. 인생은 금물이기 때문에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그리고 그런 상황들은 대부분 급박한 경우가 많다. 순간에 선택을 해야 할 상황이 왔을 때, 이미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놓았다면 행동은 빠르다. 그리고 어영부영 하다보면 그 기회 자체도 놓쳐버릴 수 있다. 요즘은 그런 것들을 더욱 많이 느낀다.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동일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윤대녕의 작품은 <낯선  이와 거리에서 서로 고함>이고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은 <퍼레이드>이다. 그런 작품들은 실로 영혼에 새겨져 있기 때문에, 그들이 다른 어떤 작품들을 쓴다 해도 쉽게 그 전에 새겨진 것들을 쉽게 바꿀 수 없다. 반면 김영하나 장정일의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꼽으라고 하면 한참을 생각해야 한다. 그것은 단순히 내가 윤대녕보다 김영하를 덜 좋아하는 문제가 아니다. 그건 실로 유일무이에 대한 이야기인 거다. 

 

이 책에 대해서 말을 할 때도 단연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여러 이야기들이 얽히고설켜 마지막에 그 많은 매듭들이 풀리던 순간에 실로 깊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평소 나의 취향으로는 너무도 이야기 구조가 단순했기 때문에 불만을 쏟아낼 수도 있었지만, 의외로 이 책은 그런 ‘권선징악’스러운 결말이 너무도 통쾌했다. 작품의 제목 자체가 일본의 현대판 전래동화(?)정도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이름에 꼭 맞는 ‘고전소설’같은 결말이었다. 상쾌하고 느낌이 좋은 청량음료 같은 좋은 소설이지만, 언제나 요시다 슈이치에 대해 생각할 때 처음 떠올릴 소설은 이것은 아닐 거다. 앞서 말한 영혼의 새김이란 그런 것이다. 

 

계속 같은 얘기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소설을 깎아내릴 마음은 하나도 없다. 나는 언제나 요시다 슈이치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작가라고 믿고 살아왔고, 그 믿음에 부합하는 작품들은 (대체로)발표해 왔었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 혹은 문제에 대해 상당히 ‘객관적인’시각으로 바라본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늘 매스컴에 자극적으로 보도되는 일본 우익의 정신 나간 행동이나, 한류 스타를 사랑하는 광신도 같은 일본인들이 아닌 가장 보통의 일본인들을 보여준다.(덧붙여 언젠가부터 그의 책엔 한국 독자를 위한 특별한 메시지가 추가되어 있다. 방한한 적도 있고.) 

 

이 글은 결국 나는 앞으로도 요시다 슈이치의 작품을 꾸준히 읽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언제나 <퍼레이드>가 그의 최고의 작품이라고는 생각하지만, 한 번쯤 내 이런 생각에 큰 한 방을 먹여 줄 굉장한 작품을 써 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  

 

본격적으로 책을 꾸준히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늘 책을 읽는다는 일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보려고 노력했다. 왜 읽는지, 또 어떤 것들을 읽어야 할지에 대한 의문들 말이다. 아마 이런 생각은 독서가들이라면 누구나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론은커녕 대략의 생각도 정리되진 못했다. 너무 어려운 문제인 거다.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에서 누군가가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기분이 좋다. 당분간은 이것으로 만족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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