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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ㅣ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평점 :
듣기야 많이 들었던 작품이지만 이렇게 실제로 읽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본문만 700여 페이지(주석이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책인데, 솔직히 말해서 너무 읽기 힘들었다. 아킬레우스와 그리스를 둘러 싼 전쟁이 이야기의 흐름인 것 같은데, 나오는 인물도 너무 많고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너무 어려워 글자만 읽고 내용은 읽지 않은 느낌이다. 그래서 부끄럽게도 이 작품에 대한 감상은 보잘 것이 없을 수밖에 없다.
다만 읽으면서 작품 자체보다는, 이것이 써진 역사적 배경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한 것 같다. 사실 신화나 종교 같은 것은, 고대나 중세에 있어 지배계층의 정당화를 위한 이데올로기를 만들기 위해서인 경우가 많다고 생각한다. 가까이 단군신화의 경우에도, 자신들이 하늘의 자손이라는 사상으로 통치를 정당화 했다. 그리스-로마 신화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자신들이 신들의 자손-반신들이 많이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이라고 하며 피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내는 동시에, 신들에게 인간에 가까운 인격-질투와 같은 감정-을 부여하면서 신들이 왕족들과 같은 인간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교도 본래 태생은 그렇지 않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집단에서는 그것을 교묘히 이용한다. 평등과 사랑을 강조하는 불교의 경우도 지배층에 의해 ‘내세’라는 개념을 부풀려서 피지배층이 현재 지배당하는 것을 전생과 연관시켜 통치를 정당화한다. 이번 생에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면 내세엔 귀족으로도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책들을 읽는 사람들은 현대에 올수록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성장하여 더 이상 이런 신화를 통해 통치는 통하지 않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양한 언론과 매체가 새로운 신화로 볼 수도 있으며, 각종 ‘고시’들을 통해 평등한 사회임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이면에는 중하류층들이 자신들이 못 사는 이유가 사회 구조때문이 아니라 스스로의 능력 부족이라고 생각하게 한다.
결국 이런 작품이 써지고, 또 세월이 흐름에 따라 없어지지 않고 사람들의 손과 입을 거쳐 아직도 살아남으며 고전으로 불리게 된 이유 중 첫째는 단연 작품의 가치라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알력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내가 요즘 한국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역사 공부를 했다는 이유가 있다. 아무래도 어떤 것을 보더라도 요즘 관심 있고 많이 생각하는 것들 위주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어쨌건 솔직히 즐거운 독서는 아니었지만, 최소한 이런 것을 읽으려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은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