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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딸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4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7년 12월
평점 :
요즘은 참 틀에 박힌 생활을 한다. 그 하루의 마무리는 대략 11시부터 1시까지의 2시간의 독서로 끝난다. 이틀 동안 사이좋게 150페이지씩 두 번 읽으니, 또 한 권의 책이 끝났다. 너무도 소중한 시간임에 틀림이 없다.
사실 이 소설이 끝나 갈 때까지도 ‘어 설마 이렇게 끝나나...’싶은 기분이 들었는데, 끝나고 후기를 읽으니 역시, 후속편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책을 읽은 다음 날 바로 도서관에 가서 그 후속편 <세피아빛 초상>을 빌려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속편은 다시 <영혼의 집>으로 연결이 된다고 한다. 출간 순으로는 <영혼의 집>이 가장 우선이었던 만큼 이 작품은 요즘 유행하는 ‘프리퀄’인셈. 작가가 이 삼부작을 처음부터 예상하고 <영혼의 집>을 썼을지, 아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흥미롭다. 동시에, 이렇게 재밌는 소설의 후속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소설을 다 읽고 책 뒤의 연표를 읽으니 이런 소설이 나온 자연스러운 과정을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엘리사의 성장기 부분-즉, 칠레에서의 삶은 그녀 자신의 고향인 칠레의 이야기이니 너무도 자연스럽다. 또한 중반부 엘리사가 골드 러시가 한창인 캘리포니아로 떠난 것은, 같은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점에서 보면 미국과 칠레라는(혹은 미국과 아메리카의 다른 나라들이라는) 역사적으로 떼어 놓고 볼 수 없는 점을 생각하면 또 납득이 간다. 또한 현재 이사벨 아옌데가 거주하는 곳이 미국이라는 점까지 본다면, 이 작품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절반의 비중은 극히 당연하게만 느껴진다. 그리고 이러한 지식들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을 읽게 된다면 더욱 탄탄해 질 것이다. 여러 의미로 한동안 그녀의 작품을 읽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작품 자체는 1권의 감상에도 말했듯이 너무나 재미있다. 19세기 중반 칠레라는 사회 속에서 한 여성(그것도 절반이 인디언인)이 역사적인 사건들과 더불어 부대끼고, 변화해가는 모습을 보는 일은 무척이나 신비롭고 즐거운 일이었다. 또한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여류작가’의 손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은 특히나 아름답다. 이제 페미니즘 문학은 더 이상 여성해방의 캐치프레이즈를 악쓰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연스러운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섬세한 서술’을 통해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보는 내내 여성에 대한 부러움과 신비함, 궁금증을 느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작가가 가장 원했을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
1권의 감상에서 2권을 읽고 자세한 감상을 쓴다고 말했는데, 더 이상 이 감상문은 마무리가 아니다. 이유는 당연히 <세피아빛 초상>을 빌려왔기 때문이겠지. 그 뒤로 이어질 엘리사의 이야기가 너무나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