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댄스 댄스 댄스 1부 - 운명의 미로에서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유유정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표면적인 소개를 잠깐 하자면 이 소설은 89년작으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1973년의 핀볼-양을 좇는 모험-댄스댄스댄스로 이어지는 쥐시리즈의 완결편격으로, 앞의 세 시리즈의 결말이 다소 미흡했다는 것과 다르게 나름대로 끝난다는 느낌이 들어, 역시 완결편이라는 기분이 든다. 물론 앞의 시리즈를 읽지 않았어도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읽힐 수 있으나 역시, 앞의 시리즈를 읽는 쪽이 이해나 재미 양쪽 모두의 측면에서 낫다.
좀 더 개인적인 감상으로 들어가자면 그동안 하루키를 읽으면서 느낀 약간의 짜증이 구체화 되었다고 말하겠다. 하루키를 읽다보면 가끔 이건 아니다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이유를 잘은 몰랐다.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그 짜증을 이유를 알아버렸다. 하루키의 소설은 일반적인 감상으로는 '무언가의 상실했지만 그래도 그것을 딛고 나아가야 한다'라는 식의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된다. 하지만 내가 읽은 하루키는 무지향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꽤나 자주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하고 작가에게 묻고 싶어지는 마음이든다. 자기가 좋아하는 뮤지션에 대해 이렇쿵 저러쿵 이야기하고 점심으로 커피 두잔과 던킨 도넛 한개를 먹었다는 식의 이야기는 간혹 그 무의미성 때문에 짜증이 나버리는 것이다. 또, 작가는 변명쟁이다. 작품중에 두 형사 '어부'와 '문학'에게 잡혀서 취조당하는 장면에서 작가는 '그런 것이다'라느니 '어쩔 수 없다'라느니 하는 식으로 변명하고, 합리화 시킨다. 이건 유키가 자신에게 관심을 가지는 부분이나 자신을 별나다던가 하는 식으로 숭배시키기에 이른다. '난 패배자야 하지만 잘난 부분이 없는 것도 아니지' 같은 느낌으로 앞부분을 강조하기 보다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식으로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하루키를 읽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에다. 하루키 특유의 문장을 재밌다. 작가 본인이 강조하는 '대단한 부분을 아니지만 인상에 남는 문장'이 많다. 번쩍하며 뒷통수를 때려준다. 결국 나는 이렇게 떠들어 대지만 2권도 읽을 것이고 올해 출시 예정이라는 하루키 신작도 살것이다. 좋아는 하지만 존경은 안, 아니 못 한다. 이것이 하루키의 한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