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
커티스 시튼펠드 지음, 이진 옮김 / 김영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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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그동안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 한 기분이 든다. 2011년 언제 즈음에선가 나는 나이기를 조금 포기했었던 모양이다. 늘 나는 내가 있어야 하지 말아야 할 곳에 있었다는 생각이다. 그런 생각들의 중심에서 다시 책을 읽고, 또 그 책이 이 책이라는 것에 나는 무척이나 놀랐다. 절반정도를 읽고 학교 도서관을 내려가는 길에 수많은 사람들을 봤다. 저마다의 사연과 저마다의 얼굴과 저마다의 못남과 저마다의 잘남. 그리고 그런 무수한 군중들 속에서 나는 위로받았다. 괜찮아. 그들은 말하고 있는 듯했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책은 마치 두, 세편의 소설을 이어놓은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방대하다.(650페이지쯤) 하지만 그 속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감정과 사유가 있기 때문에 이 책은 결국 하나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문장들이 너무 많았고, 그 문장들을 읽는 와중에 내 마음속에도 몇 개의 단어가 떠올랐다.  

 

이 작가의 첫 작품을 읽은 지도 몇 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벌서 세 번째 소설이다. 그리고 세 권의 소설은 늘 훌륭했다. 공감을 주었다. 철저한 남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이런 게 바로 페미니즘 소설의 가장 훌륭한 형태라는 생각이 든다. 라우라 에스키벨이 그렇고 이사벨 아옌데가 그런 것처럼. 완벽히 이해할 수 없던 여성의 심리와 육체를 묘사한 부분에서는 시샘마저 났다. 내가 여자였다면 그 감정들을 이해했을텐데.(마찬가지로 여자들이 파수꾼을 보고 완벽히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책을 잘 읽지 않았던 지난 얼마간의 시간들 속에서도 몇 권의 책들은 읽어왔지만 나는 정말 오랜만에 독서라는 걸 시작한 기분이 들었다. 어쨌든 이게 나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그 첫걸음은 아주 잘 디딘 한 걸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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