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룻밤에 읽는 유럽사 - 유럽의 지리와 역사, 문화를 이해하는 첫걸음! ㅣ 하룻밤 시리즈
윤승준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한동안 내 삶에는 온통 유럽(혹은 여행)에 관련된 책들만 존재할 것 같다. 여행은 그 자체로도 충분히 즐겁겠지만, 그 전 준비과정과 그 후의 여운까지 합친다면 그 즐거움은 세 배가 될 것이다. 유럽의 역사에 대해 간단히 알고 싶어 이 책을 빌렸지만, 정말 간단한 정도로 알 수밖에 없다. 노력하는 만큼, 시간을 쏟아 붙는 만큼 사람은 얻는다.
고등학교 세계사 수준의 책이다. 사실 책 한권을 가지고 유럽의 수많은 나라의 수십 세기의 역사를 본다는 것 자체가 양심 불량이었던 것 같다. 분량이 정해져 있으니 책이 가져갈 수 있는 지식의 양도 한정적이다. 간단한 유럽사(혹은 세계사)의 입문을 생각하고 있다면 읽어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지만, 역사에 대해 애초에 관심이 없다면 이런 책을 읽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 고역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사를 정말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누구나 언젠가는 세계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한 번은 훑고 지나가야 할 순간이 온다. 역사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 그 과정은, 혼자 독학해서 읽는 책보다는 누군가에게 교육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 번의 흥미를 갖게 되면 그 중에서 자신이 관심을 갖는 부분에 대해서는 따로 책을 구해 읽어보면 되기 때문에 나중의 문제는 없다.
이미 로마인 이야기를 통해 읽었던 부분이 맹렬하게 문장들 사이에서 생략되는 순간, 나는 일종의 폭력을 당하는 것에 가까운 감정을 느꼈다. 그토록 긴 이야기들이 그렇게 단순하게 축소되는 것에 두려움마저 느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유럽사의 전체적인 흐름이 아니라 각 시대별로 자세히 소개되는 역사였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을 서양사~세계사~유럽사에 입문하는 사람을 위해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우선 아랍 세력에 대해 단순한 ‘폭력적인 민족’이라는 식으로 언급하는 저자의 시선엔 문제가 있다. 또한 후반부 영국, 프랑스 등의 제국주의 세력에 대해 은근한 동조의 시각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역사는 단순한 소개에 그치면 안 된다. 파시즘에 입각한 독일에 문제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영국이 정의가 될 수는 없다. 역사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런 최초의 안내가 너무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을 추천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들지 않는다.
언제나 말하지만 역사는 그 자체로도 너무나 흥미롭다. 이유는 역시 그 안에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