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
과거로 갈수록 역사에 있어 자료가 얼마나 가치가 깊은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삼국, 그리고 그 이전의 역사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된 것들을 중심으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스레 승자의-신라에서 고려로 이어지는- 시각에서 보게 된다. 따라서 신라를 차치하고, 고구려를 계승하는 것을 표방한 고려덕분에 고구려사는 그나마 좀 남아 있다만, 백제의 경우는 거의 남아 있지 못하다. 그리고 김부식 덕분에 신라 이전의 역사는 우리의 것으로 치부하지 않는 생각이 강해서 고조선-기자조선-위만조선의 역사는 더욱 남아 있지 못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그 몇 권 남아있지 않은 책들이 소중한 것이고, 이름만 전하는 책들을 보지 못해 안타까운 것이고, 이름조차 전하지 못하는 많은 좋은 책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뼈에 사무치는 일이다. 워낙에 외적들의 침입을 많이 받은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지금의 것들을 지킨 것도 잘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의미 있는 역사들이 많은 부분 사라진 것은 너무 아쉽다.
조선 전기는 이성계를 위시로 한 신흥사대부 무리가 고려시대에 실패했던 많은 정책들과 역사 속에서 얻은 교훈들을 바탕으로 제대로 된 나라를 세워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시 나라는 기울어만 간다. 이유는 항상 같다. 좋은 취지로 시작했던 정책들이 관리들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하나둘씩 폐단이 생기기 시작한다. 개중에는 세종과 같은 반짝하는 좋은 지도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것들을 깎아먹는 너무도 많은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랬기에 역시 민중의 힘 덕분에 이 나라는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임진왜란을 막아낸 것도 많은 의병들이었다.
한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경에 선을 긋고 정부가 있는 것 이상이다. 한 나라의 구성원들-수많은 국민들이 어떠한 공통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의 극단적인 발현 형태 중 하나가 동일한 언어라는 것이고. 현대사를 포함한 우리나라의 역사 중 가장 빛났던 순간들은 바로 그런 민중들의 힘이 하나가 된 순간들이었다. 고려 이후로는 속터지는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배운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속 읽어나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