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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학 - 세계의 고전 사상 7-004 ㅣ (구) 문지 스펙트럼 4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이상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물론 과제 때문에 읽은 책이다. 예상만큼 읽기 힘들지는 않은 편이었지만, 읽기 힘들었다는 점만큼은 예상대로였다. 제목은 시(詩)학이지만 시에 대한 내용이라기보다는 예술일반에 대한 내용 약간, 어학에 대한 내용 약간(일반 음운론), 거기에 비극, 서사시, 희극 등의 특징과 비교, 차이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는 책이다. 특히 비극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찬양하며 그것을 잘 쓰기 위한 방법-구체적으로 어떻게 플롯을 짜야 좋은 비극인가를 논의-과 시인(이란 표현을 쓰지만 문맥상 작가라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이 가져야 하는 태도에 대한 논의를 한다. 솔직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참 읽었지만 이 책에 대한 경외심은 가질 수 없었는데 이것이 어떠한 종류의 깊은 깨달음이나 문학적 정수에 대해 말한다고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시대적 맥락을 고려했을 때 이 책이 모든 비평의 모태로 이어진다는 교수님들의 말을 들어보니 그냥 시대를 앞서간 것 때문에 그렇게 찬양되는가, 하고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는 정도였다. 무지의 소산이겠으나 감상문을 쓴다 하여 내가 감동을 받지 않은 책(명서이지만)에 거짓 감상을 적을 수는 없다. 내가 느끼기엔 당시의 여러 철학자, 문학가들을 통해 이뤄온 일반론들을 모아 정리한-곧, 단지 아리스토텔레스 혼자만의 생각과 의견이라고 볼 수 없던-책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에 아리스토텔레스라는 인물 하나에게만 존경심을 표현하긴 힘들었다.
원문 자체는 100쪽이 좀 되지 않는 적은 분량이나 거기에 옮긴이의 주가 100페이지 이상 들어감으로 책은 두 배로 분량이 늘어난다. 물론 미주 없이도 책을 읽는 것은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작품이나 아리스토텔레스가 써 놓은 여러 이론, 내용들을 생각해보면 원문 자체만으로 지식이 부족한 나와 같은 사람들이 읽기는 확실히 힘들다. 번역 또한 하나의 창조 작업이라는 말이 와 닿는 순간이었는데, 이 책을 번역하는 사람에 따라 그 해석과 주가 달라질 수 있고 그에 따라 그 책을 읽는 사람이 느끼는 바가 다를 수 있으니 본격적으로 이 책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다양한 옮긴이들의 책을 고루 접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내가 선택한 책은 영미문학을 전공한 ‘이상섭’의 것이었는데, 내가 읽기엔 무척 번역과 주 모두 좋았다고 생각하지만(다른 것보다 문장이 탄탄했다) 이것 또한 역시 좁고 얕은 지식의 판단이기에 각자 주의하여 책을 선택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