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소수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19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현진 옮김 / 한길사 / 2002년 10월
평점 :
품절



‘로마인 이야기’로 워낙 잘 알려진 작가이기에 이름은 익히 듣고 있었으나 그녀의 책을 읽는 것은 처음이었다. 가능하면 ‘체사레 보르자 혹은 우아한 냉혹’을 읽으려 했지만 도서관에서 찾을 수 없었기에(검색은 됐다만) 차선으로 이 책을 빌렸다. 책은 작가의 다양한 에세이를 모아 놓은 것인데, 그녀 자신이 무언가 그 글들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그것을 침묵하는 소수silent minority라 이름 붙여 놓았다. 그 말의 뜻은 역자 후기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데, 내가 그것을 이곳에 똑같이 옮기는 시간 낭비를 하는 것 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각자 찾아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생략해둔다.

작품 내의 수필들은 크게 역사적인 인물(혹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 자신의 유학생활 중 만났던 사람들(과 관련된 일) 이야기, 그리고 일상 체험이 아닌 관념적인 개념에 대한 이야기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역시 가장 재미있었는데, 다음으로는 그녀의 소설을 찾아 읽어 보게 될 것 같다. 그것은 마치 스테판 츠바이크의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읽는 듯 한 느낌을 주었는데, 그 책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역사관련 서적 중 하나가 아닌가. 우선 빌려놓은 책들을 읽은 후에 빌려 볼 생각이다.

고작 책 한 권을 읽고 이 작가에 대해 떠벌리는 것도 웃기지만, 개인적인 글에 그런 눈치를 볼 게 뭐 있을까. 어쨌든 느낀 대로 쓰고, 기록해 두는 것이 가장 큰 의미이니 상관 말고 써두겠다. 일본의 힘은 바로 이런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읽은 후에도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일본은 정말로 스페셜리스트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그것을 완전히 즐기기 때문에 가능한 듯하다. 현재 한국은 제너럴리스트가 되기 위해(토익+학점+스펙) 모든 사람이 분투하고 있는데 그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일본처럼 이러한 인물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타국에서 쓴 자국의 역사서가 역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는(로마인 이야기) 기이한 힘은 그녀 자신이 그것에 완전히 빠졌기 때문에 가능했고, 그것은 분명히 박수를 받을 일이 된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결코 그것에 질리거나 지치지 않는다. 다시금 얼른 그녀의 다른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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