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8월
평점 :
절판



전역할 때 보그가 이 책 사보라고 문화상품권 줬었는데 사이버머니로 다 충전하고(...) 이 책은 결국 빌려본다. 가네시로 가즈키는 무척 좋아해 그의 책이 나올 때마다 챙겨보는 편인데, 이번 소설은 약간 늦은 감이 있다. 스피드가 좀 실망이어서 그랬을까. 물론 플라이 대디 플라이도 엄청 좋아하는 책이고, 레볼루션no3도 괜찮고 연애소설도 그럭저럭 재밌게 본 편이었지만 항상 그의 새 책을 읽을 때는 과연 이게 고를 넘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한다. 음악도 그렇고 문학도 그렇지만 정말 어떤 작가(나 창조자)의 첫 작품이 갖는 지위는 정말 부동적이다. 라디오헤드가 그렇게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크립 덕분이 아니었을까. 그들은 그렇게 히트를 해서 너무 싫어하는 곡이었다지만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과정 속에서 다른 곡들은 창조되었을 것이리라. 가네시로 가즈키 또한 고에서 너무도 훌륭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항상 그것의 그늘을 벗어나 생각할 수 없다. 그래서 나는 항상 그의 새 책이 나오면 비교하는 것이다. 과연 고보다!

작품은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뤄져 있는데, 그 작품들은 철저히 옴니버스 형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재미를 위해 약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마치 요시다 슈이치의 일요일들처럼 등장인물들이 각각의 얘기에 작은 비중으로 잠시잠시 등장해준다. 요상하게 마지막 두 단편 페일라이더와 사랑의 샘은 좀 별로였고, 앞의 세 개는 무척 좋았다. 작가가 많은 힘을 들여 쓴 것은 아마 사랑의 샘 같았는데, 어쩐지 이야기 자체보다는 플롯이 너무 기괴하게 드러나서 오쿠다 히데오 소설 같았다. 정말 별로였다는 얘기. 가네시로 가즈키는 스피드도 그랬지만 갈수록 너무 플롯에 의존해 소설을 쓰는 경향을 보여 무척 안타까움을 갖게 한다. 지금까지 나온 좀비스 시리즈만으로도 충분히 쓸 만큼 썼으니 이젠 플롯을 버리는 게 어떨지. 작품마다 등장하는 재일한국인만큼은 그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화두라서 오히려 반기는 편인데, 그래도 플롯으로 쓰는 소설만큼은 못봐주겠다. 무엇보다 그의 강점은 정무문과 프랭키와 자니에서 나오는 미성숙하고 상처받은 남녀의 절묘한 사랑이야기가 아닐까. 스기하라와 사쿠라이가 생각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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