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소설의 서사 윤리
송기섭 지음 / 태학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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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과제 아니었으면 내가 시도할 수 없을 책이었을 것이다. 솔직히 독후감에 쓸까말까 고민 많이 했지만, 너무 힘들게 읽었더니 아무래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들었던 또 다른 생각은,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억지로 읽는다면 어느 정도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간 어려운 책 솔직히 대충 넘겨서 분량만 채우고 감상문에 어려웠다, 억지로 읽었다, 라고 쓰고 끝이었는데 이렇게 머릿속에 쑤셔 넣으며 읽고 나니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얼개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다만 그 과정은 너무 고통스럽다.
개화의 영향으로 문학계에도 고대소설과의 연관을 끊는 신소설과 그것의 발전 형태인 근대소설이 등장하게 되는데,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대소설과 신소설/근대소설은 그 형태나 내용면에서 아주 상이한 모습을 보인다. 구어체 문장의 대두, 전형적인 권선징악형 인물과 플롯의 해체 등 그것은 하나의 변혁이라 불러도 좋을 변화였다. 그러나 그것은 단순히 표면적인 해석일 뿐이었고, 실제 신소설/근대소설은 고대소설과의 끊을 수 없는 유대로 이어져 있었고, 그 중심에 유교적 가치관이 존재한다. 고대소설과 달리 신/근대소설에는 다양한 성향의 작중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들은 각자 다른 이데올로기를 가지며 서로 갈등한다. 대표적으로 유교적 세계관을 지닌 고루한 인물과 소위 말하는 지식인이라 부를 수 있을 사람들의 대립이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말한 개화와 지식인은 결국 우리 스스로에 의한 것이 아닌 일본에서 유입된 사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그런 토대 위에 세운 개화라는 것은 허울뿐인 것이었다. 실제로 이광수 등 많은 개화 지식인들이 일본 유학을 필수 요소처럼 거쳤다는 것만 생각해도 그렇다. 또한 그들이 쓴 소설은 개화적 지식인과 현대적 사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야기되어지나, 그 내면엔 지극히 유교적인 가치관들로 가득했다. 이 책은 그러한 주장을 구체적인 신/근대소설들을 통해 제시함으로써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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