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마시는 새 1 - 황제 사냥꾼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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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독서’라 부를 수 있을 행위를 하게 된 계기가 드래곤 라자였던 것을 생각하면, 팬터지라는 장르에 대한 편견이 나도 상당히 적은 축에, 아니 오히려 상당한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솔직히 어디에 가서라도 라우라 에스키벨을 좋아한다는 식으로 이영도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조금 걸린다. 달콤 쌉싸름한 초콜렛의 경우라면 나는 상대방이 오르한 파묵이라 해도 당당히 가장 좋아하는 책들 중 하나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한글로. 그러나 당장 전공 수업시간만 하더라도 도무지 이영도를 좋아한다고 말하긴 힘들 것 같다. 이것이야 말로 팬터지 혹은 장르문학에 대한 일종의 자괴감이라 부를 수 있으리라. 어슐러 르 귄이나 로저 젤라즈니와 같은 외국 작가의 경우엔 훨씬 쉽게 말할 수 있을 것인데, 왜 이영도나 일본의 작가들은 그렇게 쉽게 좋아한다 말하기 힘든 것인지.  

그렇다 해도 내가 이영도를 좋아한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 적어도 아무의 방해도 받지 않는 도서관의 한 구석에서 그의 책을 조용히 읽는 것은 누구의 피해도 주지 않고, 누구의 양해도 구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하여 독서는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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