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윤대녕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윤대녕의 첫 장편 소설이었다고 한다. 윤대녕 앞에 붙는 수식어에는 무엇이 있을까. 대부분 존재를 찾아가는, 존재의 근원을 탐색하는, 자아를 시원하는 등 대부분 나 자신을 찾아간다는 뜻이 다분한 말들의 다른 표현들이다. 그의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실제로 기억을 잃거나(사슴벌레 여자, 본 작품), 깨닫지 못한 자신의 비어있는 어떤 것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결핍을 메우기 위해 한없이 걷거나(거리에서 낯선이와 서로 고함), 옛날 영화를 보러 간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수탐하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들은 어쩔 수 없이 쓸쓸하다. 그러나 정말 다행히도 그런 작품 종국에는 항상 그 결핍들이 기대했던 충족은 아니지만, 다른 어떤 종류의 대체로 주인공에게 찾아온다. 뭐 사실 대부분 사랑을 찾거나 완성하면서 끝나는 게 사실이지만, 우주에서 길을 잃은 기분으로 작품이 끝나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윤대녕의 문장은 어찌보면 자의식 과잉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항상 줄타기를 하는 기분인데, 감정이 과해서 좀 너무하다 싶은 부분에서는 한 박자 쉬어주면서 다행히 절제를 하는 덕분에 스스로에 도취한 유치한 문장이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그 경계가 항상 불안하여 읽다보면 조마조마한 기분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다. 글이 써지지 않는 늦은 밤에는 혼자서 춤을 춘다는 작가의 옛날 책을 보러 가는 것도 괜찮지 않은 일이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렇게 날씨 좋은 요즘은 나가서 노는 게 더 좋을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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