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친절하다. 장르 문학의 껍데기를 어숩잖게 둘러 쓴 이 소설은 불친절하다. 그리고 그 불친절함의 검조함은 이 소설의 전반을 흐른다. 그렇기에 대체 왜? 어떻게? 주인공들이 그런 상황 속에 놓여져있는지에 의문을 갖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그 상황 속의 '그들'의 마음과 생각이다. 어떻게 말한다면 주인공들이 나누는 말은 너무도 뻔한 오랜 세월간 수많은 사람들이 고심해온 그 기나긴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일 뿐일 수 있다. 그것은 비단 작가와 등장인물뿐 아니라 우리와 나조차도 고민하고 있는 문제-굳이 언어로 구체화하자면 '왜 사는가'쯤 되는 무책임한-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는 왜 그런상황이 벌어졌는가에 신경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그들이 어떠한 행동을 보이는지를 관찰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소설의 첫머리를 대했을 떄의 불친절함 그대로이다. 하지만 그 예의없음의 소설을 따라가다보면 그만 우리는 너무도 무덤덤하게 작가가 마지막에 너무도 무책임하게 던져놓은 절망 끝에 올 희망을 견뎌낼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이 모노톤의 소설 속엔 애초에 희망의 말도 절망의 말도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검고 희다 말하는 것은 단지 나의 마음의 말일 뿐이리라. 분명 미국 현대 문학은 점점 인간의 속으로만 침참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