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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인간 사이에 질문을 던지다 - 한국 최고의 과학지성들이 현대과학의 난제에 도전한다!
김정욱 지음, 정재승 기획 / 해나무 / 2007년 6월
평점 :
절판
과학과 역사는 단순한 교양의 축적의 측면에서 본다면 가까이하기 쉽고 재밌는 학문이다. 그래서 이러한 종류의 교양 과학서적이 지속적으로 기획/출간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획자인 정재승씨는 '과학콘서트'등을 펴내거나 tv속 독서 혹은 시사 프로그램 패널로 참여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며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항상 노력하는데 이 책 또한 같은 맥락에서 쓰여진 책이다. 사실 빅뱅이 대부분의 교양과학서적에서 첫머리에 나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런 종류의 책은 그 구성이나 내용면에서 약간은 뻔한 재탕의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수박 겉핥는 것이 아닌 전문 과학서적이 얼마나 대중에게 안 팔리냐 할 것을 생각하면, 그런식의 흥미와 가벼운 상식 정도의 수준으로 책을 편성해야만 하는 것은 일종의 불가항력이긴 하다. 그러나 그런 정도의 책들이 범람하는 것 또한 지루한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고만 고만한 시장에서 나름의 장점하나를 가지고 있어 아주 큰 의미를 갖는다. 그것은 여러 저자의 글들을 묶어서 책으로 낸 것인데, 이런 기획을 한 정재승씨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대략 28명 정도의 과학의 각 분야에서 최정상/최전선에 있는 분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자신있는 그리고 가장 대중에게 알려주고픈 지식들에 대하여 십여페이지 분량의 글을 써서 보인다. 워낙 쟁쟁한 분들이라 그 과학적 지식의 질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 글솜씨 또한 굉장하다. 사실 간혹 인문학 분야 쪽보다 과학 등 이공계 쪽을 전공한 사람의 글이 더욱 뛰어난 경우를 볼 수 있다. 이것은 인문학 분야를 전공한 사람은 자신의 학문이 상대적으로 더 대중에 가깝다는 의식을 해서 스스로 쓰는 글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너무 높게 측정해 독자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으며 써서 오히려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반면, 이공계쪽의 저자는 그 기저에 독자의 이해도가 낮을 것을 분명히 예측하고 더 쉽고 간단한 문장을 써 가능한 더 많은 의미전달을 하려 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인지 실제로 이 책을 봐도 그렇지만 과학서적은 상당히 많은 비유로 가득 차 있다. 결국 독자의 이해를 위한 것인데, 우주와 지구를 축구장과 모래알갱이로 비유하는 것을 듣고 있노라면 40x10의 10승 의 숫자들이 상당히 현실감있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거기에 더해 여러 저자가 한 토막 분량의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본인이 가장 관심있고 잘 아는 분야가 되게 되며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노라면 무림 초고수들이 각자 자신있는 무공을 펼쳐 화산에서 검을 논하는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된다.
과학같은 걸 배워봤자 사는데 별 도움이 안된다고 얘기해도 사실 해 줄 말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와서 이렇게 글을 쓰고, 춤을 추고, 아파하고, 우는지 알아야 할 것은 하나의 권리이며 의무라고 생각한다.
역시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