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각자에게는 나름의 롤모델이 있어 지향하는 삶과 지양하는 삶 따위를 생각하며 산다. 하지만 그 생각과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실천 사이의 괴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저자인 한비야는 어릴때의 꿈인 세계 여행을 위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그날부터 7년간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을 톪으로서 스스로의 바라는 삶을 현실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긴급구호라는 새로운 분야에 다시금 도전하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중국어를 배우려 했고 거기서 나온 책이 이것이다. 지난번에도 말했지만 사실 글솜씨가 그리 좋은 편에 들지 못하는 이 분의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진정성에서다. 사실 간혹 너무도 상투적이고 인위적인 묘사와 서술에 있어 뜨악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을 넘어, 생생한 경험의 흔적들과 그 경험속에서 얻은 깨달음 등은 정말 본받을만 하다는 생각을 했다. 적어도 이 지루하게 보수적인 나라에 사는 꿈팔아먹은 이십대가 좀 읽었으면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다 불평하는 것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는 그 불평에 대한 책임과 반성의 짐을 지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그 짐을 지지 않은 것에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한비야는 그 치부를 비추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