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와 우연의 역사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0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재미난 역사책은 정사라기보다는 일종의 야담같다. 역사의 가장 빛나던(혹은 주목할만한) 순간들의 정수를 꼽아 박진감있는 필체를 통해 진술하고 있는데 나는 이를 통해 여러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시절 배운 세계사에 의하면 역사의 지나온 모든 과거로서의 역사와, 의미있다고 판단되는 순간들만 기록한 기록으로서의 역사 두 가지가 있는데 이 책은 사실로서의 역사가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되는 순가, 그러니까 의미없던 사건이 의미를 가지는 찬란한 순간을 기록한것이다. 그것은 비잔틴 제국이 멸망하던 날과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와 같은 정말 세계적인 일들을 기록했는가하면, 도스토예프스키가 사형받기 직전에 그것이 취소되거나 레닌이 러시아로 들어가는 등 역사적인 사건의 직전, 그러니까 그 시발점이 되는 순간(적어도 그 순간엔 기록으로서의 역사가 되지 못하지만 지나고 나니 아주 위대한 순간이었던)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읽으며 생각해보면 역시 역사란건 과거인 것이다. 현재의 사건은 어쨌든 시간이 지나고 나야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반 고흐는 생전에 자신의 그 어떠한 유화 한 점도 팔지 못했지만 현재의 그의 해바라기 그림은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던대로 그 모든 역사적인 인물들도 아주 미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나와, 당신들과 같은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그것을 내 식으로 치환하자면 역사에 남지 않는 삶을 살더라도 스스로 행복하고 만족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죽어서도 기억되는 저 잘난 인간들보다 살아서 행복한 게 더 낫다. 인간이 역사를 되새김하는 건 선행한 실수의 반복을 막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역사를 보자면 그 어떤 위대한 순간도 결국은 당시에는 그게 위대한지 그저 그런지 알 수 없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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