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줄리언 반스 지음, 신재실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이 매력적인 이름을 가진 작가와 그 작가의 매력적인 제목의 소설은 두 개의 질투가 중첩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아내의 정사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그레이엄 헨드릭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스스로 껄껄 웃기까지 했다. 손을 뻗어 딸의 눈을 가려야 되겠다는 생각도 전혀 하지 않았다.'며 당차게 시작하는 이 소설은 그 첫단락의 문장들은 실은, 단순히 받아들인다면 작가에게 당하게 되는 '트릭'이다.  첫 질투는 이야기의 시발점이 되는 후면의 질투다. 그것은 주인공 그레이엄의 첫 아내 바버라가 그레이엄이 앤과 바람을 핀 것으로도 모자라 그녀(바버라)와 딸 앨리스를 버리고 앤과 결혼한 것에 대한 질투다. 이 첫 질투는 주 네러티브의 질투(그레이엄이 앤의 과거에 대해 갖는 질투)에 가리워져 잘 보이지 않지만 그레이엄의 질투의 시작을 만들어낸다. 첫 질투는 바버라가 그레이엄에게 '한 방'먹이기 위해 실행되는데 바버라는 어찌해서인지는 몰라도 그레이엄의 새 아내 '앤'이 과거에  B급 영화에 조연배우를 했으며 (영화속에서)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 장면 등이 있었고, 이것을 이용 바버라는 그레이엄이 자신과 같은 고통(혹은 질투)을 느끼길 바라서 앨리스와 이 영화를 보게 사주한다. 이것은 눈에는 눈,이라는 식의 함무라비 법전과 올드보이 속 유지태스러운 아주 '제대로 된'복수인데 소설의 종국을 생각해보면 바버라는 그녀의 목적을(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너무도 잘 당성한 것이다. 어쨌든 그 첫 질투의 결과 그레이엄이 앤에게 갖는 두 번째 질투를 유발했다. 그레이엄에게 이것은 처음엔 아주 작은 질투-그가 그녀를 만나기 전 그녀가 보낸 세월들에 대한 질투-(이것은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당신이 당신 연인에게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연인이길 바라지 않는가?)에서 시작하여 그녀가 나온 모든 영화를 찾아보는 것으로 발전하고 신경 쇄약과 정신이상, 기억 혼재 등의 결과로 수렴된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인간이 갖는 질투라는 감정의 단계와 다양한 종류의 경우에 대한 깊은 고찰과 서술을 하는데, 이것이 이 작품의 서술 동기이며 백미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줄리언 반스는 그레이엄이 도망칠 모든 구석을 막아 놓고 오로지 단 하나의 결말로 나아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그렇기에 잔뜩 벌여놓아 대체 어떤 결말이 나올까 궁금해하는 독자들이 그레이엄의 결정을 보며 쓸쓸히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한다.

인간은 누구나 사랑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그들 중 절대 다수를 사랑을 하다보니 어쩌다 결혼도 하게 될 것이고(인류가 만든 체제상) 그들 연인의 전의 연인들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곧 이 소설의 소재는 너무도 일상적이며 그러므로 이 소설은 그 의미를 갖는다. 연인이 있는, 없든 모든 이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사족.나는 의도적으로 아주 중요한 한 인물에 대한 언급을 피했는데 이는 줄거리로 가득찬 이번 감상문에서 이 책을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일종의 배려이며 작은 장난이다. 이 인물을 언급하지 않는 아주 작은 일만으로도 예비 독자는 나의 감상문을 읽고도 각자가 즐길 즐거운 네러티브의 권리를 잃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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