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썸머 롱 : 나의 완벽한 여름 네버랜드 그래픽노블
호프 라슨 지음, 심혜경 옮김 / 시공주니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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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떤 소설 (특히 그것이 청소년 소설 혹은 만화같은 매체라면) 따위를 읽는다고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한 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 이른바 boy meets girl! 그럴 경우 우리는 자연스레 두 소년소녀 사이에 일어날 어떤 '해프닝' 을 상상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상 속 해프닝'의 십중팔구는 아마 '사랑 비슷한 무엇' 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많은 작품들이 그것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들어 왔기 때문인데,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 '사항 비슷한 무엇' 은 검증된 안전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클리셰라고 불러도 좋다.) 그래서 이 만화 (그래픽 노블) <올 썸머 롱 : 나의 완벽한 여름>을 들었을 때도 그런 이야기를 상상했다.

작품의 주인공 '비나'는 열세 살(미국 나이)이 된 소녀이며, 여름 방학을 맞이했다. 설레는 여름 방학을 맞이한 비나였지만, 기분이 결코 좋지 않았다. 그 이유는 옆집에 사는 동갑이자 단짝 친구인 '오스틴'(열세 살 소년) 자기에게 말도 없이 한 달짜리 축구 캠프를 떠나게 되었다는 사실을 막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나를 대하는 오스틴의 태도가 어쩐지 뜨뜻 미지근, 데면데면해졌다는 점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름방학을 애타게 기다려 온 비나였지만, 어쩐지 이번 방학은 지루하기만 할 것 같다.

(이하 스포일러 있음)

작품의 첫머리에서 비나와 오스틴이라는 누가 봐도 주인공일 것 같은 소녀와 소년이 등장했을 때, 나는 이 책이 십대의 설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은 사랑과 성장이라던가...) 하지만 의외로 이 책은 그런 클리셰를 따라가지 않는다. 이 책의 중심은 오롯이 비나에게 맞춰져 있다.

이 책은 비나가 여름 방학에 다양한 사건들을 겪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변화를 겪고 성장을 하는 모습을 다룬다. (그 와중에 오스틴과의 사랑같은 것도 잠깐 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그런 일은 전혀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자체가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다른 사람과의 교감을 다룬 사랑' 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나 자신을 마주하는 성장' 에 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도 록음악에 심취한 10대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더욱 크게 공감하며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엄청난 감동이나 울림을 주는 책은 아니었지만, 소소하지만 따스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것 같은 이야기를 담은 멋진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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