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 노회찬이 꿈꾸는 정치와 세상
노회찬 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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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 의원이 작고하신 것도 벌써 1년 전 일이라고 한다. 그 부고를 들었을 때 내가 했던 생각은 세상이 조금 더 나빠졌고, 웃음이 조금 더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노회찬 의원은 누구보다 소수자들을 위해 행동하는 좋은 사람이었으며, 누구보다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이었다.

반면 그런 인상에 비해 내가 노회찬 의원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 않았다. 노동운동을 오랜 세월 했다는 것과 국회의원을 3번 정도 했다는 것 정도였을까. 그래서 노회찬 의원의 1주기에 맞춰 출간된 이 추모집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를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다소 아쉬운 점이 많은 책이다. 노회찬 의원의 삶을 돌아보거나 하는 깊이 있는 책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노회찬 의원이 생전에 했던 인터뷰 몇 개와, 그를 잘 아는 지인들 몇이 쓴 그에 대한 글, 그리고 노 의원 자신이 했던 연설문 등을 모아 놓았다. 그 각각은 나름대로 의미 있는 글이겠으나, 그것들은 모아놓은 뒤 '추모집'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 책은 조금 쌩뚱맞다. 구성 상 아쉬움이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글 각각이 갖는 무게와 생각할 거리는 좋았다. 1장에서는 노회찬 의원이 한 세 번의 인터뷰 전문이 실려 있다. 노회찬 의원 특유의 유쾌함과 날카로움이 잘 드러나는 인터뷰여서 마치 노회찬 의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2장은 노회찬 의원과 가까운 지인 셋이 쓴 글이었다. 지인들이 본 노회찬은 내 생각만큼 인간적이고 좋은 사람이었다. 마지막 3장은 노회찬 의원이 직접 한 연설문 3개의 전문이 실려 있었다. 노회찬 의원 작고 후 화제가 되었던 6411번 버스에 대한 연설이 새삼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읽으며 노회찬 의원에 대해,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진보'라는 정치 진영이 갖는 무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소위 말하는 '보수'쪽 인사들의 경우는 수없이 많은 도덕적, 법적 잘못을 저지름에도 그 행동들에 책임을 잘 지지 않는다. 반면 '진보'쪽 인사들에 대해 요구되는 '도덕적 올바름'의 허들은 너무도 높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도 그랬고, 노회찬 의원에게도 그랬다.

책 속에서 노회찬 의원의 지인은 노회찬 의원에게 "잘못을 저질렀으면 죄값을 치르면 됐다. 법의 심판에 따라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되고, 옥살이를 몇 년 하면 됐다." 고 하는데, 나도 이러한 말에 너무도 공감했다. 형사적 잘못을 했다면 그에 합당한 법적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노회찬 의원의 양심은 너무도 떳떳했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노회찬 의원이 존재하는 '가상의 현재'를 상상하였다. 그것이 어떤 상상이든 적어도 지금보다는 한국 사회가 조금은 더 좋은 곳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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