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제가 한번 가보겠습니다 - 당신이 지금 궁금한 '요즘 평양'
정재연 지음 / 넥서스BOOKS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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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으로서 가장 여행을 가기 어려운 나라는 어디일까? 한국의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남미? 아니면 지구의 극지방인 남극이나 북극? 물론 그런 곳들도 여행하기 어려운 나라일 수 있겠지만, '북한'이야말로 정말 여행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생각한다. (사실 '북한'을 해외, 외국으로 봐야하는지부터 헷깔린다.)

북한은 한국에서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는 틀림 없으나 (유일하게 국경을 맞대고 있으니...) 동시에 가장 방문하기 어렵고 까다로운 곳이다. 한국과 북한은 본래 한 나라에서 정치적, 역사적 사건으로 두 개의 나라가 되고, 또 내전 이후로 지속적으로 좋지 않은 관계가 지속되다보니 이렇게 지금은 그 어느 나라보다 불편하고 먼 나라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한국이 가장 모르는, 혹은 몰라야 하는 나라가 되었다. 현재는 한국 사람들이 이념적 갈등들로 북한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일조차 죄의식을 느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으로 태어나고 자랐지만, 호주 국적을 취득해 북한을 여행할 수 있어서 여행을 한" 정재연 작가의 여행기인 <평양, 제가 한 번 가보겠습니다> 는 정말 흥미로운 책이었다. 실제로 북한은 특정 국가의 국적이 있다면 '조금은 어렵지만 방문하기 불가능하지 않은' 곳이다. (물론 그 특정 국가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는다.) 정재연 작가는 한국에서 나고 나란 한국인이나 '모종의 기회로' (책에도 자세히는 안 나온다) 호주에서 살며 국적을 취득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덕분에 북한을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북한에 방문할 수 있는 방법은 패키지 여행 뿐이라고 하는데 (사이가 괜찮은 중국이나 러시아에서는 자유 여행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작가는 중국에 있는 영국 여행사를 통해 패키지 여행을 신청하고 4박 5일간 북한을 여행한다. 이 책은 그 4박 5일간의 꼼꼼한 기록이다.

작가는 국적상 호주인이긴 하나, 책에서도 여러 번 밝히듯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북한의 관계에 따른 미묘한 감정들을 잘 알고 있다. 북한에 가서 북한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감정 묘사는 그렇기에 무척 생생하게 와 닿았다. 뭔가 반갑기도 하면서 불편하기도 한 애매한 감정들. 더불어 그런 감정들이 잘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글쏨씨가 좋았기 때문이었다.

(가장 아이러니한 장면은 서울에서 자동차로 3~4시간이면 갈 수있는 평양을 인천에서 북경으로, 다시 북경에서 평양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

여행기였지만 여행 과정을 생생히, 그리고 감정이 흐르지 않게 꼼꼼히 기록하여 작가가 본 북한을 생생하고 담백하게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경험에 과도한 필터를 씌워 독자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이 들게 하지 않는다. 그런 덕분에 별다른 기대 없이 든 책이었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요즘 시국 상 한국과 북한과의 관계는 말 그대로 '시시각각' 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관계가 풀려 얼른 한국 사람들의 북한 여행이 가능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보고 있으니 나도 꼭 한번쯤 북한에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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