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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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소설을 두 권 읽은 기억이 있다.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과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였는데, 전자의 작품을 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10년도 전에 읽었지만...) 그래서 오랜만에 줄리언 반스의 책을 또 읽게 되었다. (소설은 아니지만)

<또 이 따위 레시피라니>는 책은 작가의 전업(?)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 아닌 '에세이'를 묶은 책이다. 제목 그대로 '레시피'와 관련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주요 소재는 바로 '요리'이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요리 그 자체라기보다는 '레시피' 즉, '요리책'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책의 내용에 의하면 줄리언 반스는 요리와 큰 접점 없이 자라고, 나이를 먹었다고 한다. 영국에서도 주방은 '남자'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라는 성차별 혹은 편견이 존재했기 때문에 성장기 내내 요리는 커녕 주방에 갈 일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줄리언 반스는 중년이 되었고, 우연찮게 요리를 배우고 하게 되면서 그 성장기를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의 젊은 시절의 요리란 정말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것을 만들어 먹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중년이 되어 요리를 직접 해보게 되니 '요리'라는 게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 뒤로 줄리언 반스는 (작가답게) 요리책(레시피)을 통해 요리를 배워나간다. 그리고 요리를 배우고 하는 과정과 요리책에 관한 이야기들을 에세이로 썼고, 그것을 모아 이렇게 책까지 내게 된 것이다. 책에서 보여지는 줄리언 반스의 이미지는 무척 꼬장꼬장한 중년의 모습이다. 어딘가 다른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에 대해 깐깐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모습들이 자주 보여지는데 그 모습들이 재미있다. 레시피 속 단어 '한 줌'이 어느 정도의 양인지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나도 대학 시절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오랜 시간 동안 하다보니 자연스레 요리를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혼자 살게 된 초반에는 나름대로 이런 저런 요리도 많이 해보았는데(처음 2~3년), 혼자살게 된 지 오래되다보니 음식을 편하게 먹기만 해서 최근 몇 년은 요리를 거의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언제나 제대로 된 주방이 있다면 다시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책은 그런 내 마음에 작은 동기부여를 해주었다.

하나의 멋들어진 요리를 레시피에 따라 적절한 순서와 방법을 통해 완성하는 것은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는 작품이 된다고 생각한다. 머지 않은 시기에 다시 요리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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