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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 - 익명의 스물다섯, 직장인 공감 에세이
김가빈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9년 3월
평점 :
품절
<퇴사 후 비로소 나다운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20~30대 청년 26명(저자 포함)의 '퇴사'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저자 김가빈은 나름의 이유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는데, 그런 뒤 우연히 주변 사람들의 퇴사 이야기를 듣게 된다. 자신의 경우에도 직장을 그만둔 것은 고심 끝에 한 '인생의 결정' 이었는데, 주변 사람들이 줄줄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 생각으로 저자는 20~30대 퇴사자 25명을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걸 정리해 이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이 소개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었다. 우리가 짐작할 만하게 '월급은 적고 일은 너무 많은' 경우라든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겨서' 라든지 '직장 상사가 너무 진상이어서' 등등.
나 또한 34살이지만 3번이나 퇴사를 한 경험이 있다. 첫 직장은 대학 졸업 전 우연히 취직이 되어서 좋은 기회에 간 곳이었다. 제2금융권 은행이었는데, 조직 문화가 너무 싫어서 퇴사를 하게 되었다.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았고, 실적에 대한 압박도 심해 2~3달을 다니다 그만뒀다. 두 번째 회사는 1년 반쯤 다니다, 회사가 정말 너무 작고 비전이 없어서 이직을 위해 그만뒀다. 나름대로 계획적으로 그만뒀고, 그 덕인지 원하던 회사로 어렵지 않게 이직을 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회사가 정말 최악의 경우였다. 일도 맘에 들고, 회사 생활도 좋았는데 회사에 정말 돌아이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중학생들도 안 할 법한 파벌 나누기, 왕따 등등 상상을 초월하는 짓거리들에 질려 일 년을 못 버티고 나오게 되었다. 나오고 나서 들어보니 그 짓에 절반 넘는 사람들이 그만 두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 또한 이런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런 대한민국이 정말 싫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운이 좋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회사들이 많았다. 다만 그런 와중에서도 '이런 사람의 얘기는 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경우도 있었는데, '회사 다니다 그만두고 부모님 사업을 물려받았다'는 에피소드 같은 것. 다양한 사람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시도 자체는 좋았지만, 저런 경우는 딱히 이런 책에서 읽어보고 싶지는 않았다.
덧붙여 전체적으로 책과 글에 깊이가 있다기 보다는 '그냥 이런 사람들도 있다'는 정도로 가볍게 읽고 넘길 만한 책이었다. 마치 술자리에서 만난 어중간한 관계(친구의 친구)의 사람에게 퇴사에 대한 썰을 듣는 느낌이었달까.
이 책을 읽으며 새삼 대한민국의 모순과 기묘한 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회사에 다니기 전에는 '취직'이 꿈인 20~30대이지만, 회사에 취직한 뒤로는 '퇴사'가 꿈이 된다는 것이 참 안타깝게 느껴졌다. 결국 회사에 계속 다니기 위해서는 '백수인 친구보다는 낫지', '나보다 더 낮은 연봉을 받는 친구보다는 낫지' 따위의 위안이 필요하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게 느껴졌다.
과연 책의 제목처럼 퇴사 후에 '나다운 삶'이 시작될까. 내 생각은 아니다. 조금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그나마 참을 수 있는 회사에 다니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듯. 한국 사회, 한국 회사들은 결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마음이 쓸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