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협려 3 - 영웅대연
김용 지음, 이덕옥 옮김 / 김영사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 소설이 왜 싫은가. 단편 소설은 '이야기' 자체를 글로 풀어냈다기 보다는 어떤 '이야기' 속의 한 '상황'을 부각시켜 글로 쓰여냈기에 싫다. 곧, 기-승-전-결 로 이어지는 완벽한 하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그 넷 중 하나를 작게 기승전결로 다시 나누어 또 다른 내러티브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단편 소설이 그렇지 않지만, 내가 싫어하는 단편 소설은 그렇다. 그리고 그 단편의 '상황'은 가능한 그로테스크해야 하며, 그로테스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현실감 없이 씌어져야 한다. 단지 그 상황을 부각시키기 위한 인물 관계나 배경은 작가의 어떠한 의도는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허울만이 좋다. 그렇기에 충격이나 놀라움을 줄 수 있겠지만, 공감이나 감동 혹은 그걸 넘어선 문학작품 하나로 독자가 바뀌는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장편 소설이 그와 반대로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결국 긴 글이든 짧은 글이든 모든 것은 작가의 역량에 달려있다. 그리고 한 작가가 쓴 글 중 보다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는 것은 보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쓴 글일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안에 쌓아두는 작가가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다. 어쨌든 너무나 상투적인 구조에 싸움에 대한 서술이 8할 이상인 무협소설 하나가 사람의 마음을 뛰게 한다는 점에서는 '이야기'로서의 의의는 충분하다. 다만 독자의 삶이 바뀔 정도의 깊은 성찰은 부재한다 하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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