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혼의 집 2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9
이사벨 아옌데 지음, 권미선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평점 :
적어도 이틀 전까지 읽고 싶었던 책이었지만 타고난 게으름으로 이렇게 이틀을 더 밀고 왔다. 가능했음에도 하지 않았던 것에 대해서는 자신을 자책하는 말 말고는 특별히 더 할 말이 없다.
1권에선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면, 2권에서는 보다 할 말을 확실히 했다는 느낌이다. 1권과 2권 초반부까지는 로사-클라라-블랑카로 이어지는 델 바예가문의 모계 3명의 인물과 로사의 약혼자이자 클라라의 남편, 블랑카의 아버지 에스테반 트루에바를 통해 전근대적인, 그리고 작가의 모국 특유의 분위기를 잘 표현하며 이야기를 전개시킨다. 단순히 로사-클라라-블랑카의 여성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정교한 여성의 묘사 뿐 아니라 남성 인물인 에스테반 트루에바의 심리나 사건을 너무 재미있게 전개시킴으로 소설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이야기 자체의 재미를 확실히 보여준다. 반면, 2권에서는 클라라-블랑카 모녀의 이야기가 일단락되면서 작품 자체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내가 생각하는)알바의 주된 이야기가 시작된다. 알바의 이야기도 초중반은 클라라나 블랑카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중후반에 돌입하며 작가의 조국-칠레의 역사와 복잡하게 얽히며, 알바는 곧 작가의 분신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결국 작가는 2권의 칠레 근현대사를 위해 여기까지 이야기를 이끌어 오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보다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나의 외삼촌이 대통령이었고, 그 대통령이 지구상 최초의 민주주의적인 방법으로 선출된 좌익인물인데다가, 선출되고 나서 쿠데타에 의해 살해당했다면, 나도 이런 글을 써서라도 세상에 그 이야기를 알리고 싶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경험에 기반된 엄청난 리얼리즘과, 부르주아였던 작가가 가지고 있던 한계 또한 너무도 적절히 묘사되었던 바, 나는 가능한 최대의 찬사를 보내고 싶다. 무엇보다 칠레의 역사와 우리의 역사는 너무도 닮아 있는 점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 조국이라는 실체가 있는 지 없는 지도 모르는 것이 그 국가의 국민이라는 것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만약 당신이 세계사에 관심이 없다면 무척이나 지루할 소설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