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범생이가 시공 청소년 문학
이상권 지음 / 시공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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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을 주로 써 왔다는 이상권 작가의 <어떤 범생이가>는 무척 짧은 소설이다. 대략 100페이지가 약간 넘는 분량인데, 그만큼 금방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내용이 적은 것은 아니다. 

어떤 소설은 분량은 많으나 그 대부분을 묘사에 할애하여 읽고 나면 읽은 게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이 책은 반대로 분량은 적은데 그 안에 여러 이야기들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아서 다 읽고 나면 무언가 내 안이 여러 감정들로 가득 차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하 스포일러 있음)


주인공 도선비는 중학생이며, 제목처럼 '범생이'다. 가난하고 사연 많은 가정 환경 상 선비는 남들보다 빠르게 철이 들어야만 했다. 선비는 엄마에게 '어머니'라고 부르며 존댓말을 하며, 무언가를 갖고 싶다고 떼쓴 적이 없다. 머리가 좋고 여러 일들에 재능은 많지만 가난 때문에 그것들을 본격적으로 배울 수는 없었다. 선비는 무언가에 대해 포기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만 했다.

선비에겐 두 명의 형제, 용비(형)와 솔비(누나)가 있지만 그 두 사람도 선비의 인생에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아니, 도움보다는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 용비는 늘 선비가 몰래 모아둔 돈을 훔쳐가고, 솔비는 피해를 주진 않지만 어쩐지 외계인보다 더 멀게만 느껴진다. 

선비는 친구도 하나 없으며, 그나마 친구라고 처음 느낄 만한 존재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다. 선비는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 공부를 해서 좋은 대학에 가서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다. 



사실 다소 작위적인 부분(요즘 애들이 쓰는 말을 쓰려고 한다는 점 등)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긴 했지만, 이 소설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정말 좋다'는 것이었다. 분량은 적지만 읽고 나면 어쩐지 마음이 두근 거리기도 하고 울적해지기도 하는 복잡한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가 어려움을 겪었던 청소년기 ~ 성인 초기의 마음도 많이 생각났고. 

정확한 감정이나 상황의 서술보다는 여러 상황을 간단히 보여주며 그 행간 사이에 작가가 생략한 말들을 상상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여운이 꽤 오래 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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