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
브래드 게티 지음, 박세진 옮김 / 벤치워머스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어려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진을 찍어 놓은 앨범을 구경한 적이 있다. 대략 70년대 정도였을까? 재미있는 포즈들로 찍은 부모님의 모습에, 당시에는 별 생각없이 그 사진을 보면서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조금 더 나이를 먹고 다시 본 부모님의 사진에는무언가 찡한 것이 있었다. 그 찡함의정체는 아마, 부모님도 나와 같이 젊은 시절을 보냈다는 것에 있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어려서부터 한참 어른이던 부모님이 철없던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그리고 한없이 젊기만 한 얼굴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아빠는 오리지널 힙스터>의 작가 '브레드 게티'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나 보다. 브레드 게티는 아버지의 젊은시절 사진을 보다가, 부모님의 모습이 요즘 힙스터 젊은이들보다 더욱 더 힙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독자들에게 아버지들이 젊고 잘 나가던 시절의 사진을 보내달라고 한다.  

그는 그렇게 받은 사진들을 모은 웹사이트를 운영했고, 그 사진들은 큰 이슈가 되었다. 요즘 사람들이 보기에도 아버지들의 사진은 정말 멋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렇게 모은 '아버지들의' 사진과 그것을 설명하는 글로 이루어져 있다. 주로 요즘의 관점에서 본 당시의 아버지들의 패션을 말하며, 요즘 유행보다 앞서간 당시의 유행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다만 사진들을 보는 것은 무척 재미있었지만, 글을 읽는 것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글의 논조가 대부분 '요즘 힙스터들이 대단한 것 처럼 하는 것들이, 사실은 옛날에 우리 아버지들이 다 한거라고. 요즘 애들 대단할 것도 없고, 우리 아버지들이야말로 진짜배기지.' 였다.  

불편한 부분은 아버지들을 너무나 대상화, 신격화 한 점과 요즘 사람들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고 한 점이다. 아버지들이 나름의 멋을 부린 젊은 시절을 사진을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요즘 젊은 사람들을 깎아내릴 필요도 없고, '아버지들 > 아들들' 이라는 비교를 할 것도 없다. 

특히 '고생한 부모님'의 신화는 동서를 막론하고 즐겨 사용하는 신파적 스토리텔링인가보다. 하지만 오히려 부모님의 젊은 시절 멋진 사진들을 통해 발견해야 하는 것은 '부모님과 우리는 다를 바 없는 사람'이라는 것이 아닐까. 아버지들의 사진 속에서 멋진 패션과 문화의 요소들을 찾는 정도로만 글을 마무리 지었으면 훨씬 좋은 책이 되었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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