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워낙에 장정일을 좋아하는지라(라곤 말했지만 실제로 많은 작품을 안 읽어서 좀 창피하다) 신간이 나오자 마자 샀다. 사람들이 작가가 되는 이유는 무엇보다 할 말이 있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책을 출판했다고 그저 작가라고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곧, 작가라는 말에 합당한 사람이라면) 그리고 수많은 작가가 되는 사람 중에 동기부여를 독서로 그 기준을 나눠보자면 (전적으로)나는 독서를 무척 많이 한 사람 혹은 전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하지 않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고 생각한다. 전자는 너무 많은 책이 가득 차서 그것이 흘러 넘쳐 글이 된다고 믿고 있고, 후자는 글에 군더더기가 없다고 생각한다. 어중간하게 독서에 열광한다면 잔재주만 늘어 글의 진실성이 떨어진다. 조금은 상관 없는 구절이지만 321페이지를 본다면

 

"선생님은 진실을 무엇이라 정의하십니까?"라는 질문에 그(촘스키)가 의자 위에 있는 책을 가리키면서 "이 책은 지금 의자 위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의자 위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진실입니다. 아주 간단하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하는것 속에 숨어 있다. 진실된 말은 꾸밀 필요가 없기 때문에 쉽게 읽힌다.

 

어중간한 독서를 해 스스로를 숭배하는 사람들은 '의자 위의 책'을 말하지 못한다.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돌려 말하고 굴려 말하고 꼬아서 말한다.(잠시 나도 그렇지 않나 반문해본다.) 물론 이건 단순히 독서라는 동기부여의 경우에서만 해당된다고 생각하지만, 장정일은 어쨌든 무조건 전자의 경우다. 그간 나온 6권의 독서 일기는 물론, 이 책, 또 tv책을 말하다를 진행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그의 다양한 독서 취향과 의욕은 놀랍다.

위에서 장황하게 말했듯, 이 책은 일종의 독후감상문의 형식을 지니고 있는데, 크게 한 권의 책에 대한 독후감상문을 위주로 참고도서 형식으로 몇 권을 더 소개하는 경우 그리고 몇 권의 책을 대등하게 선택해서 독후감을 쓰는 경우 두 가지가 있다. 그리고 그 소재는 모짜르트에서 영화 배틀로얄까지 무척이나 다양한 편인데, 중반 이후는 한국과 세계의 근현대사, 정치에 집중되어 있어 약간은 읽기 힘들었다. 고등학교 시절 세계사를 배우지 않았다면 어떠한 식의 흥미도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지루했을 것이다.

장정일의 칼럼, 독후감, 혹은 에세이의 힘은 비판의 힘이다. 비난이 아닌 비판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든, 다만 내가 좀 무식해서 자신이 없다) 그는 너무도 현상의 본질을 꿰뚫는 옳은 말을 해서(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역시 자신은 없다)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게다가 나 스스로가 뭔가 아는 게 많아진데다 올바른 시각을 가지게 됐다는 생각이 든다.(장정일이 떠먹여 준 것에 불과하지만) 그리고 그것과 반대로 항상 그렇지만 더 많이 알아서 그의 책을 조금이나마 더 이해하고 싶다. 아직 멀었다.

결국 장정일에 또 한번 매력을 느낀 바 그의 책을 읽을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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