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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장난감 - 이시카와 다쿠보쿠 단카집
이시카와 다쿠보쿠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 일본의 사소설은 의외로 입지가 넓다. 나츠메 소세키나 다자이 오사무의 책을 한 번쯤 들고다니지 않은 적 있는 힙스터들이 있을까? 적어도 이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은 있으리라.
반면 일본의 정형시인 하이쿠나 단카는 그렇지 못하다. <슬픈 장난감>은 작가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지은 단카를 담은 '시집'이다.
단카에 대해 우선 설명하자면, 일본의 정형시이다. 5행 5 / 7 / 5 / 7 / 7 조로 구성된 단카는 주로 귀족 계층에서 즐기던 폐쇄적 문학 장르였다고 한다. (반면 뒤의 7 / 7 조를 빼버린 5 / 7 / 5 조의 하이쿠는 서민이 즐기는 문학 장르)
작가 이시카와 다쿠보쿠는 19세기 후반 태생으로, 개화기 일본을 살았던 인물이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지만, 상당히 유명하고 전설적인 작가라고. 원래 소설가가 되기를 꿈꿨지만, 소설로는 성공하지 못했고 단카로 대성했다고 한다.(당시로는 드물게 한일 합방에 부정적인, 반제국주의 성향을 지닌 일본인이었다고 한다.)
유명세가 대단했던 듯, 한국의 시인 백석이 그의 시를 사랑하여 그의 이름 중 석石자를 따와 필명으로 삼기도 했다고.
<슬픈 장난감>에는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지은 194수의 단카가 실려있다. 폐결핵으로 요절하기 직전 작가는 자신의 친구에게 시가 적인 노트를 쥐어준다. 편집자이자 친구였던 도키 아이카는 유고시집을 냈고, 그것이 이 책이다.
단카들은 마치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쓴 듯한 글들이 연속으로 이어져 있다. (한국어 번역과 그 아래 일본어 원문이 적혀 있는데, 일본어는 잘 몰라서 한국어 번역 부분만 읽었다.) 사연을 알지 못했다면 그리 큰 울림이 없었을 것 같은데, 작가에 대해 좀 찾아보고 나니 단카들이 새롭게 읽혔다. 감명깊게 읽은 단카 한 수를 첨부한다.
목이 말라서,
아직 잠들지 않은 과일가게를 찾아나서 보았지.
가을 깊은 밤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