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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1930~40년대에 다음과 같은 대회가 있었다.
우선 '노르마'라는 조각상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미국의 1만 5천여명의 젊은 여성들로부터 모은 신체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조각이었다. 간단히 말해 1만 5천명의 여성들의 신체 자료의 평균을 기준으로 만든 조각상이었다. 이 조각상을 만든 사람들은 '노르마'가 가장 '정상적인' 여성의 체격을 판단하는 데 지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노르마와 가장 비슷한 체형을 가진 여성을 뽑는 대회를 연 것이다.
주최측에서는 이 대회가 아주 박빙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평균 여성'의 몸이었기 때문에, 이와 흡사한 신체를 가진 여성들이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 4천여명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9개 항목의 치수와 일치한 여성은 아예 없었으며, 이 중 5개 항목에 일치한 여성들도 40여명 밖에 되지 않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평균'이란 허상치였던 것이다.
<평균의 종말>에 소개된 이 에피소드는 여성을 대상화 했다는 점에서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굉장히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평균'이 얼마나 의미 없는 개념인지를 뜻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연봉만 해도 그렇다. 연봉 1억을 받는 사람 1명과 연봉 100만원을 받는 사람 100명의 평균 연봉은 대략 200만원 정도가 된다. 이 200만원이라는 숫자가 이 101명이 버는 연봉을 정말로 대표한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평균은 그렇게 허상의 개념인 것이다.
이 책이 진정한 의미를 갖는 것은 그 내용의 훌륭함 뿐만 아니라 저자가 갖는 진정성에 있다. 이 책의 저자 토드 로즈는 성적 미달과 ADHD 장애로 고등학교를 중퇴한다. 말 그대로 '꼴통, 문제아'였던 것이다. 하지만 토드 로즈는 현재 하버드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어떻게 이런 반전이 있을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저자가 평균의 허상을 깨달으면서부터였다. 저자는 평균이 갖는 허상을 깨닫고, 제도 교육이 갖는 한계를 알게 되었다. 제도 교육이 주장하는 '평균치'로 따지면 토드 로즈 또한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평균'(시험)이라는 개념을 없애고 학생 개개인의 개성으로 본다면 모두가 가진 재능은 달랐다.
토드 로즈는 이것을 깨닫고, 다시 공부를 시작해 결국 하버드 교육대학원의 교수가 된다. 저자 자신의 경험과 깊이 있는 연구가 있던 덕분에 이 책은 비로소 진정성과 의미를 갖게 되었다. '평균'이라는 어쩌면 당연해보이는 개념을 뒤집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