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면 안 되지~!" "어서 내려와!" "고만 해!" "이 닦고 자야지, 안 그럼 벌레가 이 다 파먹는데???" ...

하루에 수도 없이 내지르는 말들, 이제 겨우 만 세 살이 넘은 아이의 얼굴에는 엄마 잔소리 이젠 지겹다는 듯한 표정이 가끔 엿보인다. 웬만한 잔소리에는 끄떡도 하지 않을 만큼 면역도 생겨 버렸다.
소리 지르고 돌아서면 늘 후회를 하면서도 또 잔소리를 늘어놓는 나도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가끔은 든다.ㅠㅠ  그러나 또 가끔은 푸셀의 엄마 말처럼, 어쩔 수 없지 않냐고 합리화도 시키지...

부모의 잔소리 없이 지내보고 싶다는 푸셀의 심정은 100% 이해가 가는 바이다.
누군들 그렇지 않았겠는가.
나도 어렸을 때 엄마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렇게 하지 마라 저렇게 하지 마라,는 소리들이 너무 싫었다. 그렇다고 거기에 대고 이러저러하니 엄마 말이 틀린 거잖아요, 하고 대들 만한 성질머리도 못 되어서 그냥 죽어 지내는 수밖에는 별 방법이 없었다. 그럴 때 이런 동화책을 읽었다면 마음의 위로가 되었을 텐데 말이다. (나는 마법사가 갑자기 짠 나타나 어릴 때로 되돌려주겠으니 다시 살아보라고 하면 온몸의 힘을 다해 고개를 가로젓고 두 손 두 팔 다 내저으며 횡하니 내뺄 것이 분명하지만, 책장 가득 요즘 동화책을 꽉꽉 채워주고 계속 무상제공하겠다고 꼬시면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아직 아이가 없는 상황이라면 분명 나는 이 책을 읽고, 그래, 맞다, 엄마 잔소리가 얼마나 지겨운데, 아, 푸셀이 부럽구나, 어쩌구 하면서 신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세 살 아이의 엄마이고, 하루도 잔소리를 하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다. 그래서 푸셀의 심정이 100% 이해가 되면서도 동시에 그의 부모의 심정도 100%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다. 만약 내 아이가 공원에서 자겠다고 텐트를 들고 나간다면 나도 푸셀의 아빠처럼 몰래 뒤따라가 안 보이는 곳에서 아이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아이가 더 자라서 어느 날 불쑥 나에게 "잔소리 없는 날" 쿠폰을 내밀기 전에 내가 먼저 아이에게 "잔소리 없는 날"을 선포하고 그 날만이라도 잔소리를 하지 않고 지내 보고 싶다. 그렇게 연습을 하다 보면 일년에 하루, 반 년에 하루, 석 달에 하루, 이렇게 잔소리가 줄어들지 않을까? 하하하. 나도 잔소리 안 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구~!


푸셀이 학교 선생님에게 쓴 편지의 귀여운 추신~^^

추신 :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겁니다.
추신 2 : 기껏해야 일 년에 한 번일 겁니다.

* 푸셀의 하루 동안의 행동을 보고 느낀 것 - 아이들이 어른에 의해 억눌려 살 때는 막상 자유가 주어져도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는 경우가 많겠다. 자유를 방종으로 착각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겠다. 그러므로 푸셀은 아주 착한(?) 아이다.

* 안네마리 노르덴의 글에 정진희 그림이라... - 독일 풍경을 비교적 무난하게 그려냈다. 아이들의 터지기 직전인 학교배낭이나, 잠깐잠깐 보이는 풍경이나. 색 선택과 꼴라쥬 기법도 마음에 든다. 독일에 가 보았거나 아님 자료를 열심히 찾아봤거나의 결과가 아닐까 내 맘대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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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1-07-15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5년 7월 15일에 큰넘은 3살이었다고 한다. 나는 잔소리 안 하는 엄마 되기에 실패했고, 지금 엄마 없는 집에서 맘껏 놀고 있는 작은넘은 좋으냐는 물음에 잔소리 안 들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책 왜 읽어… 다짐 왜 해… 인생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