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2
백희나 글.사진 / 한솔수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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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구름빵을 먹어본 적 있나요? 이런,,,없어요? 우리 동네에는 구름빵이 길에 가다가, 아니 하늘을 날다가도 손길에 걸리는데 그쪽 동네에는 아직 구름빵이 없나보네요. 혹시 구름빵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건 아니죠? 그 표정은...설마? 정말 없는 거예요? 이런, 그쪽 동네에는 구름빵이란 요리책이 없나보군요. 우리 동네에서는 4살짜리 아이도 <구름빵> 책을 갖고 있답니다.  구름빵 맛이 기가 막힌 것도 있지만 하늘로 두둥실 떠가는 맛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죠.

 

자~! 구름책을 선물로 한권 드리지요. 실은 이 책은 요리책이라기 보다는 구름빵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랍니다. 구름빵은 귀여운 고양이 형제 덕에 세상에 나왔어요.  두말하면 잔소리니 어서 읽어보세요. 아니, 내가 이야기 해줄께요. 그래요. 내 성격이 원래 조금 급하요. 하지만 구름빵을 먹으면 급한 내 성격도 주변 구경에 차분해지니 어서 읽고 구름빵을 만듭시다. 나도 하나 꼭 줘야해요.

 

어느 날 아침 아기고양이가 눈을 뜨고 창 밖을 보니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형 고양이는 동생 고양이를 깨우며 우산을 입혔지요. 아이들에게 비는 최고의 장난감이자 친구니까요. 우산을 챙겨들고 노란 우비를 입은 고양이 형제의 모습은 정말 귀여웠답니다. (상상이 가나요?)

 

실은 비오는 날은 무언가 재밌는 일이 하나씩 생긴다는 거 모두 알고 계시지요? (아니, 몰라요? 이런 당장 우비를 입고 밖으로 나가봐요. 아, 비가 먼저 온다면요) 그날도 고양이형제가 비가 오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때 무언가 즐거운 일이 생길 징조가 보였어요. 뭐였냐구요?

 

바로~! 나뭇가지에 작은 구름이 걸려있었답니다. 그건 정말 운이 좋게도 형의 손으로도 잡힐 높이에 있었어요. 정말 재밌는 일이 생길려면 운이 따른다니까요. 형제는 작은 구름이 너무나 가벼워 깜짝 놀랐어요. 조심스레 안고 집으로 갔답니다.

 

엄마는 가져온 구름으로 요리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부터가 중요해요. 요리법, 어서 적어요)

 

1. 큰 그릇에 구름을 담아

2. 따뜻한 우유와 물을 붓고,

3. 이스트와 소금, 설탕을 넣어

4. 반죽을 하고

5. 작고 동그랗게 빚은 다음 오븐에 넣었지요.

 

"자 이제 45분만 기다리면 맛있게 익을 거야. 그럼 아침으로 먹자꾸나." 라고 엄마가 말씀하실 때였어요. 아빠가 늦으셨다며 헐레벌떡 나가셨답니다. 비 오는 날은 길이 더 막히는 거 알죠? 아빠는 빵이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었어요.엄마와 형제 고양이는 걱정이 되었어요. 모두 알다시피 아침을 굶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잖아요.

 

45분이 지나고 빵이 다 익었답니다. 오븐을 열고 빵을 먹었어요. 아빠에게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노릇노릇 구워진 빵을 먹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한입 가득 베어 문 구름빵은 정말 너무나 맛이 있었습니다. (구름을 닮은 솜사탕보다 100배 아니 1000배는 더 맛있었으니 상상이 가죠?)

 

그런데 이게 왠일이예요! 엄마와 고양이 형제의 몸이 천장을 향해 두둥실 떠오르기 시작했어요. 그건 바로 구름빵의 비밀이었답니다. 구름으로 빵을 만들어 먹은 사람의 몸은 구름처럼 가벼워지는 거였거든요. 엄마와 형제는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그러다 문득 아빠가 생각났어요. 이렇게 맛있고 신기한 구름빵을 아빠만 먹지 못하는게 미안했거든요. 그래서 아빠에게 빵을 전해주러 가기로 결정했어요. 엄마는 집 청소를 해야하니 용감한 두 형제만 가기로 했어요. 역시 이번에도 노란 우비를 입고 말예요. 아, 한 손에는 우산을 꼭 들고 두둥실 떠갔답니다. 아빠에게 구름빵을 잘 전해줄 수 있을까요?
 
아, 이야기를 왜 끊냐고? 나머지 이야기를 마저 듣고 싶으면 어서 내게 구름빵 하나를 먼저 만들어 줘야해요. 배가 고프면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 내 뱃속에 사는 탐식이의 잘못이라오. 그러니 우선 구름빵을 먼저 만들어요. 아, 왠만하면 작은 구름으로 했으면 좋겠소. 큰 구름은 너무 멀리 날아올라서 가끔은 지구를 벗어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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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몸이 두둥실 떠가는 느낌이었다. 이런 그림책도 있구나라는 것에 대한 감탄과 아기자기한 내용에 미소는 하늘로 이미 날아가고 있었다. 소문이 자자했던 구름빵을 이제야 읽으며 왜 소문이 났는지 확실히 알았다. 사진과 종이로 만든 고양이들의 입체적인 모습들은 색다름과 함께 생생함을 전해주었다. 
 
어린시절 구름을 보며 솜사탕 같은 맛일까? 라는 상상을 자주 했었다. 정말 구름은 어떤 맛일지 궁금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살짝 구름맛이 어떤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솜사탕보다는 더 사르륵 녹으며 달콤할 것 같은 맛.  
 
구름빵, 참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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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교육학자 박옥춘 박사의 미래형 자녀교육법
박옥춘 지음 / 예담Friend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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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녀교육서가 쏟아지고 있다. 자녀교육으로 마음과 머리에 걱정 덩어리로 가득찬 부모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모님께서 자신들의 마음을 몰라준다고 마음의 문을 걸어잠그는 아이들의 한숨이 쌓여간다.

 

어디서부터가 잘못된 걸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부모님과 자식의 틈은 언제부터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일까? 부모님의 말씀 중, 그저 잘 기르고 싶었다고,  훌륭한 사람으로 키우고 싶었다고, 다 자식들 잘되라고 그랬다는 말은 어느 순간부터 가슴을 울리기 보다는 자식들을 답답하게 한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부모님과 상담을 하게 되면서, 이것이 현실이란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음에도 자녀교육서에 쉬이 손이 가는 건 부모가 되는 것에 자신이 점점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인 막내이모의 걱정 섞인 목소리도 자녀교육서를 읽게끔 하는지도 모르겠다.  

 

몇개의 자녀교육서를 읽어보면서 그 책만의 특징을 찾아보게 된다. 자녀교육서에서 화려하고 정리가 잘 된 학습법을 발견하고자 함이 아니다. 내가 찾고자 하는 것은 자녀교육 설명서가 아니라 자녀교육으로 인해 문제에 부딪히는 숱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가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실생활에 와닿을 수 있는 것을 찾는 것이다. 현실에 적용가능한 자녀교육서를 발견하는 것은 자녀교육서의 홍수 속에서도 꽤나 힘든 일이다. 그래서 이 작가의 이력에 더 눈이 간다. <세계적인 교육학자-박옥춘> 그의 이력은 대단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하지만 내 눈을 끈 것은 그의 대단한 이력이 아니라 그가 두 아이의 아빠라는 점이었다. 아빠가 쓴 자녀교육서는 엄마가 쓴 책과는 분명 다를거란 생각과 그가 두 아이를 이미 길러본 부모라는 점에 기대하게 된다. 내게는 교과서적인 자녀교육법 보다는 실생활이 고스란히 담긴 책이 와닿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를 교육하면서 많은 실수를 합니다.. 저도 여러 실수를 저질렀고 후회를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를 통해 성공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이론적인 지식보다 사려 깊은 지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p.7>

 

세상에 완벽한 부모도 자식도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말에 안도했다. 내가 부족한 자식이기 때문도 있었지만 완벽한 부모를 꿈꿀 자신도 없었기 때문이다. 가끔 그 사실을 잊고서 실수를 할때가 있다. 부모는 자식이 완벽하길 바라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니,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그런 부모님의 특성을 잘 이야기해주고있으며 해결방안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주고 있다. 

 

책은 미래형 자녀교육법에 대해 크게 세가지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 현명한 부모는 자기 역할을 안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 자신을 알라!"이다. 책은 간단한 테스트를 실어 자신이 어느 유형의 부모인지 알아보게 한다. 부모의 유형은 크게 5가지로 나누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가장 많을 권위주의형 부모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하며 민주주의형 부모를 지향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자식을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서는 부모는 어떤 성향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자신의 성향의 장단점을 제대로 바라본다면 자녀를 위한 한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1부에서 가장 뜨끔하면서도 기억에 남는 부분을 찾아보면 두가지를 말할 수 있다.

 

첫째, 일관성이 중요하다

-아이들은 부모님을 보고 배운다. 이말은 가장 간단하면서 중요한 진리이다. 그렇기에 부모님의 일관된 행동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물론 올바르면서 일관된 행동을 말하는 것이다. 가끔 미디어에 자녀교육법이 소개되면 한번씩 다해보는 부모가 있다. 그것도 길게 하는 것이 아닌 그 소식이 미디어에 나오지 않으면 흐지부지 끝나는 것이다. 이럴때 아이들은 혼란과 갈등을 겪게 된다. 일관된 부모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행동은 분명 문제가 생길 수 있기에 그 문제를 최소화 하기 위해 아이들의 생각도 들어보고 가장 바람직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다.

 

둘째, 사랑과 정성으로 포장된 잔소리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그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라는 말을 해보지 않은 부모가 어딨겠는가? 하지만 생각해봐야 한다. 그것이 정말 아이를 위해서인가? 아니면 그말을 함으로써 부모의 기분을 위해서인가?부모의 속상한 마음을 자식에게 알아달라는 마음에 하는 잔소리가 더 많지는 않은가? 부모의 지나친 잔소리는 아이의 자율과 긍지를 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2부. 지혜로운 부모는 자녀를 존중한다

-이 부분에서는 초등학교 때까지는 부모의 말씀만을 따르며 공부를 잘하던 학생이 나이가 많아지면서 왜 공부를 못하게 되는지에 대한 해답이 나온다. 또한 이 부분에는 책의 제목과도 맞는 미래형 교육법의 실마리가 들어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동기와 흥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모의 역할을 일화를 사용하여 적고 있어 쉽게 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미래형 교육법의 실마리-동기와 흥미

-부모의 가장 큰 책임은 아이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내 아이의 생각을 듣고 존중하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능력을 키워주게 한다. 또한 부모의 과잉보호 역시 아이의 동기를 떨어뜨리는 부모의 사랑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

 

미래형 아이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다. 부모님은 평생 아이와 함께 살아줄 수 없는 것이기에 아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자발적 동기만이 성공의 열쇠가 된다. 그렇기에 칭찬을 할 때는 결과가 아닌 아이가 행한 과정에 박수를 보낼줄 알며 아이가 재능이 있는 분야를 찾을 때까지 인내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자발적 동기와 함께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성공보다는 가치있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성공과 가치의 차이를 설명해주는 것, 가치있는 성공도 있을 수 있다는 것, 어릴때부터 최선을 다하는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 역시 부모의 역할이다. 이때 인내만큼 필요한 것이 없을 것이다. 또한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는 생각으로 생활해야한다. 아이는 정직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3부. 영리한 부모는 진정한 공부를 가르친다
-
아마도 이 부분만을 보는 부모님이 계실거라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부모여도 이 부분이 가장 눈에 띄고 얻을 것이 많을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공부법의 유혹을 이겨낼 대한민국 부모가 어딨겠는가? 하지만 이부분은 앞의 부분을 읽고 실천하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부분이다. 아이는 로봇도 장난감도 아니다. 그렇기에 한번에 휙!하고 바뀌는 아이는 있을 수 없다. 차근차근 한걸음씩 함께 걸어나가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비판적 사고력과 자기 표현력을 기르는 법에 대해 나온다. 토론과 논술의 중요성과 그것들을 생활에 끌어들이는 방법에 대해 말하고 있다. 미국의 토론방법은 내 흥미를 끌었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양쪽 주장을 모두 준비해야 하는 디베이트 방식의 토론이였다. 토론을 준비함에 있어 여러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었는데  집중력, 빠른 분석력, 논리적 능력과 발표력등을 얻을 수 있다.

 


#마치면서

미래형 자녀교육법, 먼 미래가 아니라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를 바라보게 하는 교육법이다. 아이는 언제나 아이인채로 남아있지 않고 어른이 되기에 자발적인 학습법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생활 속에서 많은 부모들의 고민과 자신의 경험을 적어놓아 훨씬 읽기 수월하고 가슴에 와닿았다. 또한 중간마다 나오는 [Edu Box]는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정리가 되어있어 메모하는 수고도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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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코의 질문 책읽는 가족 3
손연자 글, 이은천 그림 / 푸른책들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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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왜 일본이야?"

"마사짱, 왜 일본이냐니?"

"다른 나라들은 다 그냥 놔 두었잖아. 그런데 왜 우리한테만 꼬마(원자폭탄을 일컫는 말)를 떨어뜨렸냐구?"

"아이구, 또 그 소리야? 이 할미가 벌써 말해 주었잖아."

"아무 잘못도 없는데 그냥 히로시마에다 그랬단 말이야? 나가사키에다가도 그랬다며? 일본은 얌전히 있는데 미국이 자기네들 맘대로 꼬마를 실험해 보려고 그랬어?"

"그 땐 전쟁 중이였단다, 마사짱"

"왜 전쟁을 해? 누가 먼저 싸움을 걸었어?"

"그거야 뭐...."

"할머니, 내가 유키짱한테 한 방 먹인 건 걔가 먼저 내 물건에 손을 대서야. 만약에 안 그랬으면 나도 유키짱 머리통 같은 건 안 때렸어."

(......)

''마사짱. 하여튼 우린 당했단다. 우린 피해자란 말이야.''

<마사코의 질문-마사코의 질문 中>

 

일본 히로시마에 '평화 기념 공원'에  간 마사코가 할머니에게 묻는다. 왜 일본이냐고? 일본이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끔찍한 일을 당했느냐고. 할머니는 일본이 나쁜게 아니라고 한다. 그저 우리는 피해자라고. 아직도 피해자라고 말하는 할머니의 꽉 다문 입이 눈앞에 보이는 듯 하다. 마사코의 왜라는 질문을 남기고 책은 끝난다.

 

#우리나라에서 일제시대를 다룬 최초의 동화

이 책이 눈길을 끈 것은 세가지의 조합때문이었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 한국 작가, 일본 소녀의 표지. 어린이를 위한 동화를 쓴 우리나라 작가가 일본 소녀를 표지로 썼다는 것에 대체 무슨 의도일까라는 생각으로 책으로 손을 뻗친다.  다 읽고 나서야 마사코가 왜 표지로 선택되었는디 알게 된다.

 

리나라에서 일제시대를 다룬 최초의 동화책이라는 것을 알고 놀란다. 광복이 된지 50년도 더 지난 후에야 일제시대를 다룬 첫번째 동화가 나온 것이다.(1999년에 출간) 그만큼 일제시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 해주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어쩌면 알려주는 것만으로 가슴에 피가 맺힌다고 말씀하시던 어른들의 상처가 맘에 걸려서 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태어난 것만으로 꼭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중에 일제시대가 들어간다. 일제시대를 제대로 알아야 할 사람은 정해져 있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아야 할 역사인 것이다. 그렇기에 어린이도 어른에게도 좋은 동화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덟 항아리에 담긴 아픔과 설움, 하나의 항아리에 담긴 의문.

책은 총 9가지 짧지만 긴여운이 있는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살짝 이야기를 엿보자. 여기서는 6개만 살펴보자.

 

1.꽃잎으로 쓴 글자

-다나카선생님은 아침 조회시간에 반장에게 위반패를 주면서 조선말을 쓰는 사람에게 이패를 주고, 패를 받은 사람은 또 조선말을 쓰는 사람에게 패를 넘겨 종례시간에 위반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손바닥 열대를 맞을 거라고 말하고 나간다.(1938년 3월 조선교육령 개정공포.조선어교육 금지) 승우네 반은 공포의 분위기에 휩싸이고 아이들은 조선말을 쓰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쓴다.

 

-식민지가 되었을 때 먼저 빼앗는 것이 그 민족의 말과 글이라고 한다. 그건 민족의 정신이기 때문이다. 조선 사람임에도 조선말을 쓰지 않을려고 애쓰며 친구를 감시하는 슬픈 눈동자의 아이들 얼굴로 가득한 학급이 눈 앞에 펼쳐지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2.방구아저씨

-아이들에게 방구를 뀌며 웃음과 편안함을 주었던 방구아저씨는 상여넣는 곳집 근처에서 혼자 산다.방구아저씨에게는 먼저 간 아내에게 주었던 백동 은나비장식의 화사한 과목장이 유일한 물건이고 자신의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그 은나비괴목장을 일본산림관이 탐을 낸다. 방구아저씨가 내놓을 기미가 안보이자 이또오순사가 방구아저씨를 내리쳐 그 자리에서 숨지게 한다.

 

-일본인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빼앗아갔는지, 어떤 방법으로 뺏었을지를 짐작하게끔 한다. 나라를 빼앗긴 것은 내 물건을 주장할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을 만든다. 아이들에게 내 나라가 있다는 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알려줄 수 있는 동화였다.

 

3.남작의 아들

-조선인이면서 남작의 작위를 받은 아버지를 둔 가즈오는 학교에서도 일본인친구들과 어울리며 조선인동무들을 괴롭힌다. 하지만 가즈오의 일본 친구들은 가즈오를 뒤에서 욕하며 놀린다.

가즈오는 아무리 애을 써도 자신이 조선인임을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자신의 이름은 송윤강임을 떳떳이 밝힌다. 

 

-일본이 주는 핍박에 그 시절 조선인이라는 사실은 아픔이고 설움이다. 굶주리고 무시당하고 그렇지만 조선에 태어나 조선의 피가 흐르는 아이들은 그 피를 받아들이며 자신의 뿌리를 당당하게 밝혀나간다. 그 당당함에 일본이 채찍을 가한다 하더라도.

 

 

4.잠들어라 새야

-열두살 은옥이는 일본에 가서 돈을 벌겠다고 조선인 여자근로 정신대(1944년 8월 여자정신대 근로령 공포)에 속해 갈매기호를 타고 일본으로 간다. 그곳에 가서야 거짓인줄 알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은옥이는 일본군 위안부가 되어 생활하다가 해방이 되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집으로 들어갈 수 없어 서성인다. 

 

-일제시대의 아픔을 말할 때 꼭 나오는 위안부이야기다.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은옥이의 모습은 우리 할머니들의 애처로움을 닮았다. 얼마나 많은 위안부 할머님들이 사과를 받지도 못하고 가슴에 한을 간직한 채 눈을 감으셨을까. 어려운 이야기임에도 책에서는 거부감 없이 아이들이 읽기 편하도록 쓰여져 있다.

5.잎새에 이는 바람

-27세의 나이로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채 감옥에서 죽은 윤동주 시인의 죽음을 생체실험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2년형에 처해졌던 시인은 1945년 2월 16일 숨진다.

-윤동주 시인의 시와 함께 어우러진 이야기는 코끝을 시큰하게 하고 광복을 눈앞에 둔 죽음이었기에 더 슬픔이 컸다.

 

6.마사코의 질문

-마사코는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떨어진 것을 추모하는 '평화 기념 공원'에 할머니의 손을 잡고 가면서 묻는다. 왜 일본이 이런 일을 당한 거냐고. 할머니는 계속되는 마사코의 질문에 우리도 피해자라는 한마디로 함구한다.

 

-마사코가 묻는 질문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묻고픈 질문이며 할머니의 답은 우리 모두가 듣고플 것이다. 일본도 피해자라는 답이 아니라 자신들이 잘못을 했다는 말 한마디 그 한마디를 듣길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생각해본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는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나라를 빼앗긴 역사를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어른인 우리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되뇌는 것은 그 역사가 자랑스러워서도, 일본을 미워하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과거의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과거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를 모르고 현재가 없듯 미래를 희망차게 하기 위해서는 유비무환 자세가 필요하다고 믿는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무조건 일본이면 싫다는 감정으로 가득차 있는 나이가 있다. 그건 아마도 어른의 책임일 것이다. 과거의 일본이 잘못한 것을 현재의 일본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고 알려줄려면 과거를 제대로 알려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솔직히 지금의 나도 일제시대의 일본의 잘못을 어떻게 해야 제대로 알려주는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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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로냐프 강 1부 1 - 로젠다로의 하늘, 한국환상문학걸작선
이상균 지음 / 제우미디어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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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펴기도 전에 들은 말이 있다.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라고. 분명 그 다음권도, 그 다음권도 사게 될 거라고. 내 손에 올려진 무거운 1권을 내려다 보며 정말 읽지 않고는 잠을 이루지 못할만큼 빠져들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표지를 넘겨 책을 시작했다.  

 

내가 국내에서 아는 유일한 판타지 작가는 이영도이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우습게도 그의 글이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치밀한 구성, 다양하고 매력적인 등장인물, 비밀로 가득찬 책에서 가슴이 울리는 것을 경험했기에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이영도를 좋아하는 지인이 이 책을 칭찬하며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라고 말했을 때만 해도 괜찮은 정도겠거니 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가슴에 바람이 인다. 책장을 넘기는 건 내 손이 아니라 책 속 로냐프 강이며 들리는 소리는 아아젠의 파야스 소리가 귓가를 울린다. 바람에 실려온 그곳의 이야기는 애절하고 아름답고 힘차다.

 

#탄탄한 구성-이나바뉴, 크실, 로젠다로 삼국의 역사

환타지 문학을 접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탄탄한 구성임을 알게 된다. 새로운 나라가 탄생하는 까닭에 그곳의 역사와 배경을 작가가 꼼꼼하게 쓰지 않으면 독자는 그곳이 모래위에 쌓은 바람에 무너질 나라임을 누구보다 먼저 알게 되기 때문이다.  <하얀 로냐프 강>을 펼치면 바로 나오는 지도와 등장인물, 신화 구조도, 권력 구조도등을 먼저 일러주며 쓰여있는 것을 보았을 때 이 책의 구성에 빈틈이 있을리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으며 그건 1권을 끝내면서도 변함 없었다. 오히려 1권 끝에 있는 <설정집>을 보고 놀라게 된다. 그곳에는 역사-신화-부터 사회문화, 낱말 뜻까지 독자가 궁금해 할, 읽고나면 책에 더욱 빠져들 수 있게 할만한 것들이 모두 적혀있었다.

 

1권의 내용은 이나바뉴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 이나바뉴와 크실의 전쟁이라고 보면 된다. 비록 전쟁은 로젠다로에서 일어나지만 로젠다로와 우호적인 관계인 이나바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알고 크실이 시작한  전쟁인 것이다. 이나바뉴의 비옥한 땅에 비해 척박한 땅을 가진 크실은 예상했던 것보다 뛰어난 전투력을 가진 파스카란 부대를 앞세워 크실과 로젠다로의 국경을 이루는 쥬렌다스를 점령하고 전쟁의 서막이 올라간다. 하라데스, 체렌평원, 포프슨 성에 피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기사들은 망설임 없이 싸우고 죽어간다. 그러나 싸우는 순간부터 죽음에 이르는 순간까지 후회하는 기사는 한명도 없다.

 

#아름다운 기사단과 그들의 애달픈 사랑

로맨스를 떠올리면 중세시대가 그려진다. 영주, 기사, 왕궁, 그리고 사랑. <하얀 로냐프 강>의 시대적 배경은 중세와 비슷하다. 지나치다 싶을만큼의 철저한 신분사회 이나바뉴, 힘있는 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크실의 모습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중세의 모습과 닮아있는 것이다. 중세하면 늠름한 기사가 떠오른다.

 

영광의 이나바뉴 기사단, 그 중에서도 최고의 기사 열아홉명에게만 허락된 옐리어스 나이트(이나바뉴의 국왕 친위기사단)의 작위를 가진 기사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하얀 로냐프 강>에 나오는 기사들의 모습은 반하고도 또 반할만큼 멋있고 아름답다. 그러나 그들에게 반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사도의 제도 중 첫번째 임뭉인 '카발리에로' 때문이다. 카발리에로는 자신의 명예를 한 사람의 귀족 여성에게 바치는 의식과 그 의식의 맹세를 행하는 것으로  귀분인의 카발리에로가 된 기사는 귀부인의 생명과 명예를 위해 자신의 생명과 명예를 바치는 것이다. 이 제도에 감탄을 하지 않는 여성이 있을 수 있을까!

 

1권에 나오는 사랑이야기는 카발리에로라는 제도로 인해 더 애달프며 안타깝다.

 

<나이트 이바이크와 로젠다로의 넷째 왕녀 세렌의 새벽빛사랑>

 

"상처 하나에 일천 명씩 베어 버리겠습니다."

(중략)

"하지만 한 방울이라도 눈물을 떨구게 했다면, 단 한 놈도 살려두지 않겠습니다."

 

-로젠다로를 크실이 장악함에 따라 이나바뉴에 있던 이바이크는 출전을 서두르고 세렌에게로 향한다. 그녀가 직접 짠 징표를 받아들고는 가슴이 너무나 벅차올라 할 말을 하지 못해 세렌을 민망하게 했던 이바이크는 자신이 말재주가 없음을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그렇게 사랑한 그녀를, 그녀의 카발리에로가 구하러 간다. 그들이 새벽에 나눈 대화에 눈물이 맺혔다.

 

<나이트 레이피엘(퀴트린)과 아아젠의 예고된 슬픈 사랑>

 

다시 태어난다면 바람으로 태어나겠어요

바람이 된다면 항상 당신 곁에 머물 수 있겠죠

먼 훗날 당신의 땀을 당신 모르게

닦아 드릴 수 있겠죠, 먼 훗날에도

 

나이트 레이피엘, 이나바뉴의 제 1기사인 퀴트린은 여행을 하던 중에 음유시인 아아젠을 만난다. 음유시인은 이 당시 가장 천한 계급이라고 할만큼 천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음유시인인 아아젠은 우연히 퀴트린을 만나 그의 하인이 되고 그들의 애달픔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퀴트린은 이미 이나바뉴의 공주 피엔젤의 카발리에로가 되기로 확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결정된 일, 그 뒤에 공주를 사랑하는 나이트 사야카가 있다고 해도, 퀴트린을 보며 아파하는 아아젠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결정된 일.

 

1권에서 아아젠과 퀴트린의 사랑은 진전이 없다. 아직은 아아젠만이 사랑을 느끼고 있으니. 그러나 이들의 사랑이 행복일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어 다음권을 읽기도 전에 슬퍼진다.

 

<나이트 라벨과 레젠의 꿈빛 사랑>

 

당신은 무엇을 하고 계실까요. 잠의 여신의 달콤한  품에 안겨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겠죠. 아니면, 무언가 그리워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실 것도 같습니다. 아니면, 무언가 그리워 창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실 것도 같습니다. 혹시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계신 것은 아닐까요? 무엇이든 좋습니다. 언젠가는 제가 그리로, 아름다운 레젠 님의 곁으로 갈 수 있을테니까요.

 

열여섯의 어린 나이로 기사단의 최연소 옐리어스 나이트의 작위를 맏은 나이트 라벨은 소꼽친구였던 왈가닥 레젠의 카발리에로가 된다. 귀여운 꼬마의 사랑을 연상시키는 둘의 사랑은 전쟁터로 향하는 라벨로 인해 간절해지기 시작한다. 이 책에서 행복한 결말이 될 사랑이 분명 나온다면 이들일텐데 부디 그러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해진다.

 

 

#환타지 문학, 편견의 베일을 벗기다

환타지 문학을 보는 친구들에게 인상을 쓴 적이 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환타지를 보는 이들에게 편견을 가졌다. 하지만 환타지장르에 대한 편견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니 없다고 봐도 될 것이다. 환타지 문학 그곳에는 아아젠이 들려주고 싶은 '꿈'이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 담긴 책, 그것은 어른을 위한 동화와도 같지 않을까! 이제야 이 책이 띄지로 '국내 최고의 환상문학'이란 글씨를 써놓았는지 알 것 같다. 최고라 불릴만하지 않을까! 그것을 당당히 말하기 위해 다음 이야기를 마저 읽어야겠다.

 

#책을 덮은 후에 다시 프롤로그로!

프롤로그를 읽으며 무슨 이야기인가 했다. 책을 다 덮고 난 후 좋았던 구절을 노트에 옮기기 위해 책을 폈을 때 다시 읽게된 프롤로그 사아카가 말한다. 이건 왕녀를 배신한 댓가라고. 그럼 그 죽이기로 결정한 그 여인은 아아젠인가! 그곳에 왜 크실의 기사대장 파스카란이 있는 것이지?! 아아젠, 그녀의 몸이 떨리고 퀴트린의 눈이 슬프다. 무슨 이야기가 펼쳐지는 걸까?상상할 틈도 없다.  2권을 향해 손을 뻗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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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코끼리
스에요시 아키코 지음, 양경미.이화순 옮김, 정효찬 그림 / 이가서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 꼬마자동차 붕붕이가 있다. 엄마를 찾는 철이와 함께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는 착한 붕붕이. 엄마 잃은 슬픔을 철이가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붕붕이 때문이었다. 붕붕이는 힘이들땐 꽃향기를 맡고 악당을 물리쳐주는 영웅이 되어주기도 하고 철이가 외로울 땐 포근히 안아주는 엄마가 되어주기도 하고 함께 신나게 달릴때는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철이에게 붕붕이가 있다면 요군네 집에는 노란 코끼리가 있다. 노란 코끼리는 요군네가 어딜가든 함께 달려주는 자동차이다.
 
주인공 요군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초등학교 5학년임에도 아빠가 없어진 집의 가장이란 생각에 장어덮밥을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요군이다. 덜렁거리는 엄마와 아직은 우는 것이 가장 큰 무기인줄 아는 여동생 나나를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요군이다. 아직은 아이여서 엄마를 도울 힘이 부족하다고 속상해하고, 무얼하더라도 아이여서 엄마를 걱정하고 아빠가 없이 자라야 하는 나나를 걱정하느라 바쁜 요군은 겨우 11살이다.
 
싱글맘가족, 우리는 그런 가정을 결손가정이라는 말로 그 가정의 아이들을 슬프게 바라본다. 그런 우리에게 책은 경쾌한 분위기로 웃음을 선사하고  아빠의 빈자리는 서로를 보듬으면 채워나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가워! 노란 코끼리
 
-어느 날 엄마는 선전포고를 한다. 운전을 배우기로 했다고. 통조림 하나를 따는 데도 손가락을 베고야 마는, 기계하고는 정말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이 바로 요군의 엄마인 것이다. 요군의 걱정은 하늘로 뭉게뭉게 올라간다. 그도 그럴것이 요군의 엄마는 여동생 나나의 유모차 하나도 제대로 밀지 못해 도랑에 빠진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여튼 얼른 커서 자신이 면허를 따는 것이 빠르겠다고 생각하는 요군이다.
 
요군은 알고 있다. 아빠가 없기때문에 엄마가 운전을 하는 것을. 그래서 걱정이 되면서도 말릴 수가 없다. 엄마는 필사적이니까. 아빠의 몫까지 엄마는 해내고 싶은거라는 것을, 요군과 나나에게 아빠몫까지 최선을 다하고픈 맘을 너무도 잘 알기에 요군은 엄마를 응원한다. 그래서 요군은 아기 코끼리를 닮은 노란색 차를 차고에서 발견했을 때 하늘을 날 것 같았다. 노란 코끼를 타고 붕붕붕~ 엄마가 면허를 따지 못해 차가 먼저 와있다는 소리를 듣기 전까지 요군은 노란 코끼리를 타는 상상은 달콤했다. 그 달콤함은 한달이 지나서야 다시 시작된다. 한달이 지나서야 노란 코끼리와의 여행은 시작된다.
 
#상처 입어도 끄덕 없어요. 노란 코끼리는 행복을 먹고 사니까.
 
-노란 코끼리는 요군 가족과 닮아있다. 작고 아담한 왠지 달리기에는 불안해 보이는 아기 코끼리. 아빠가 더이상 집으로 돌아오지 않음을 깨달으면서 요군은 알게된다. 전과 같을 수는 없을거라고. 그래서 요군은 어른이 되야한다고 생각한다. 아빠가 먹던 장어요리를 먹고 어린 동생 나나가 울지 않도록 잘 돌봐주고 엄마의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가 되려한다. 그렇게 되기까지 요군은 얼마나 아팠을까?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엄마가 있지 않은 집을 문을 열고 들어오며 요군은 생각했었다. 엄마가 아빠처럼 들어오지 않을수도 있다고. 그럴리 없다는 것을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은 요군의 마음을 빗물처럼 적셔버린다. 엄마가 일로 인해 늦는 것을 확인한 요군은 한숨을 내쉰다.
 
'엄마까지 집을 나가는 일은 절대로 없겠구나. 그런 보증만 있다면, 생각지도 않은 일들이 조금쯤은 일어난다고 해도 그런 건 모두 헤쳐나갈 수 있어.'
 
아마도 요군은 이때부터 마음 속은 어른이 되었을 것이다.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가는 요군을 보는 엄마의 마음도 편치는 않다. 아이는 아이답게 키우고 싶은 엄마인 것이다. 그래서 엄마는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힘들어 한다. 엄마의 건망증은 더 많은 것을 암기하느라 생긴거라 생각하는 착한 요군이 엄마의 마음을 울린다. 서로를 위해 전보다 더 잘해야 한다고 믿는 가족. 힘들지만 행복한 뭉게구름이 날마다 피어오르는 가족이다.
 
노란 코끼리는 엄마의 서툰 운전 솜씨로 성할 날이 없다. 눈을 다치고 옆구리가 치이고 엉덩이도 멍이 가실 날이 없다. 그래도 노란 코끼리는 달린다. 불안하고 덜컹대지만 잘 달린다. 요군네도 잘 달린다. 아빠가 없지만, 엄마는 여전히 덜렁대지만, 어른이 되고프지만 아직은 아이인 요군도, 아무것도 모르는 예쁜 나나도 잘 달린다. 행복을 향해. 상처 입어 달릴 수 없을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확인 시켜주려는 듯이. 즐겁게 노래를 부르며 잘 달려나간다. 노란 코끼리를 타고.
 
#가끔은 울어도 괜찮아.
-행복, 따뜻함, 귀여움, 즐거움, 사랑, 포옹, 배려. 책을 읽는 내내 얼마나 따뜻했던가! 그런데도 울고 말았다. 내내 너무 따뜻해서,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울고 말았다. 혼자서 척척하려는 요군의 마음이 예뻐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나가 하나씩 깨닫게 되는 슬픔이 아파서 힘들어도 힘든 모습을 보여줄 수 없는 엄마가 안타까워서 울고 말았다.
 
<아빠를 따라잡은 나나가 우산을 건네주었다. 두 사람은 무슨 말인가를 두세 마디 주고받았지만 물론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나나가 발길을 돌려 우산을 든 채로 되돌아왔고, 아빠는 비에 젖은 채 찻길로 향했다. 내가 있는 곳까지 돌아온 나나는 우산을 내밀며 빨개진 눈으로 말했다.
"우산 빌려 가면 다시 돌려주러 와야 한다고 필요 없대."
'그런 말이었구나......"
나는 나나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었다. 그저 우산을 펴서 나나에게 씌여줄 뿐이었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두 번 다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또 그렇게 원하든 원치않든 훌쩍 커버린 것 같았다. 어쩐지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이 씁쓸해진 그 날은 내 열한 번째 생일날이었다.>
 
아이가 아이답지 않은 것은 슬프다. 장하고 기특하지만 그건 슬픈 일이다. 아무 걱정없이 웃을 수 없는 것, 자신보다 주변 상황을 먼저 이해하려 한다는 것. 그건 아픈 일이다. 그래서 울었다. 어른이 되는 요군이 슬퍼서. 어린이로 남게 해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되서.
요군의 집에도 가끔은 비가 내린다. 그 비는 그치고 나면 맑게 개인 하늘을 선물한다. 그렇게 비가 오고 날이 개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 요군네는 누가 뭐래도 행복하다. 서로를 위한 마음으로 가득차 있다.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고 있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그러니까, 요군 가끔은 울어도 괜찮아."
 
#성장동화? 아니, 이건 우리 모두를 위한 동화.
-아이의 마음을 이렇게 섬세하게 나타낼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까지 내가 읽은 어떤 소설보다 아이의 마음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섬세하고 감정의 폭이 넓고 생각이 깊다. 간혹 우리는 너무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길밖에 세워둔다. 어른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길 밖에. 그 길에서 아이들은 듣는다. 어른들의 이야기를. 아무것도 모른다고 말하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운다. 아이들의 길과 어른의 길은 다르지 않다. 우리가 어린이였을 때와 어른이 되었을 때의 길이 달랐는가! 우리 역시 한 길로 왔다.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는 길로. 아이들도 그렇다. 그걸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 아니다. 어른을 위한 책이다. 우리가 잊고 지낸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는 기분으로 노란 코끼를 타보면 된다. 웃음, 감동, 눈물, 여러가지 여행을 하는 동안 우리도 어린이에서 어른이 될 것이다. 요군처럼!
 
----------<눈물이 살짝 고인 구절>------------------------------
 
#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가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다른 여자와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자 엄마는 너무도 충격을 받아 그 길로 집을 나가버렸다.
그때, 엄마는 죽으려고 했을지도 모른다.
(중략)
학교에 가서도 사라진 엄마가 걱정이 되어 공부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수업을 받다 말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가 선생님께 꾸중을 듣기도 했다.
 
#
가방에서 나나의 팬티를 한 장 꺼내 갈아입혀 주었다.
"아버지가 없는 아이는 오줌 좀 싼 걸 가지고 울면 안 돼. 강하고 씩씩하게 살아야 한단 말이야." -요군이 나나에게 하는 말-
 
#
하지만 지금쯤 엄마는 낯선 고장의 호텔 침대에 혼자 동그마니 앉아 자신이 저지른 멍청한 짓을 싫증날 정도로 곱씹고 있을 것이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자 가슴 한 곳이 이상하게 찌릿찌릿하며 안 된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정신이 없는 건 덜렁대는 성격 때문이지만 요즘 들어 더 심해진 거, 어쩌면 전보다 일을 더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빠가 없어서 두 사람 몫을 혼자 하다보니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자 내 가슴에는 이제 어두운 기운이 드리워졌다. 마치 유리창을 신문지로 막듯이.
 
#
"엄마는 노란 아기 코끼리를 타고 있을 때면 늘 기분이 좋았단다.
엄마 노릇도 잘 못하고 아내로서도 부족했지만,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량의 물결에 섞여 함께 달리다 보면,
'어때, 나도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잘하잖아.' 하는 기분이 들었거든.
엄마가 그럭저럭 생활을 꾸려갈 수 있었던 건 모두 이 노란 아기 코끼리 덕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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