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이 우리들의 작문교실 2
이미륵 지음, 정규화 옮김, 윤문영 그림 / 계수나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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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전상서

 

어머니 차마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면서도 너무 죄스러워 글한자 쓰기가 숨이 차도록 힘이듭니다. 

무던한 삶을 살라고 지어주신 이름을 가진 무던이는 이렇게 어머니를 울리고 맙니다. 이제야 알겠습니다. 그 시절 여자로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요. 어떠한 연유로 제 이름을 무던이로 지어주신 것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저 하나 두고 제가 전부인줄 알고 사신 어머니 요즘은 일거리가 있으신지요? 저 시집 보내느라 가뜩이나 없는 살림 구멍내고 간 것 같아 시집가서도 내내 어머니가 걱정되었는데 이제는 어머니 생신날도 고기한근 사서 갈 사람이 없을 것 같아 이렇게 가슴이 메어집니다.

 

기억하세요? 어머니. 지금보다 더 어린 제가 주제도 모르고 지주의 아들 우물이를 좋아해서 어머니의 생신 고기를 사오는 것을 까맣게 잊은 것을요. 그 시절 저는 몰랐어요. 어머니. 소작인의 딸이라는 것이, 아비 없이 홀어머니의 자식이라는 것이 가진 그 시절의 아픔을요. 알았다 한들 우물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요?

 

어머니.

우물이는 제게는 어린 시절의 전부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신식교육을 받는 우물이가 방학때 집에 오면 저는 어머니 말씀대로 집에만 있기가 참 힘들었어요. 왜 저를 찾는 우물이를 만나면 안되는 것인지 어머니가 서운했어요. 아니 더 서운한 건 우물이었어요.   그 아이는 신식교육을 받은 여자랑 결혼해야 한다는 그말이 저는 얼마나 서운한지 다시는 그 아이와 말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그 아이가 그날 밤 작은방에서 어머니와 저와 함께 자고 난 후에 저에게 크면 시집을 오라고 했을 때 저는 그말을 그대로 믿어버렸어요, 어머니. 저는 정말 우물이한테 시집 가고팠어요. 어머니.

 

어머니.

세상에는 왜이리 안되는 것이 많은지요? 우물이를 가슴에 품고 저는 저를 좋아하는 부잣집 아들 일봉과 결혼하는 것이 참 아팠지만 할 수 없었어요. 그때 흉년이 들어 먹고 사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으니까요. 저는 어머니가 좋아하면 밥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 아시다시피 일봉이란 이름의 제 남편은 저를 어여삐 여겨주었고 착하신 시부모님 밑에서 극진한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어머니.

이건 알아주세요. 저는 정말 사랑받아 행복했어요. 제 남편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걸요. 우물이란 이름이 자는 중에 제 입에 나온 건 아마 다른 이를 좋아해야 하는 까닭에 꿈에서라도 이별을 고하고 싶어서였을 거예요, 어머니. 우물이 이야기를 남편하게 하는 것이  나쁜 것인줄 몰랐어요. 은기둥, 금기둥을 주어도 모자랄만큼 저를 사랑한다고 했던 그에게 마음에만 품은 정인을 말하는 것이 그리 죄가 되는 줄 몰랐어요. 어머니.

 

비가 와요. 어머니.

그 집을 나올 때도 비가 왔는데 어머니에게 가는 길을 그토록 바랬것만 그 길은 어머니 참 힘이 들었어요. 쉬고 또 쉬어도 힘이 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머니에게 닿지 못했나봐요. 어머니.

죄송하고 죄송해요. 어머니.

무던히 살라고 지어준 이름값도 못하는 딸이라 죄송해요. 어머니.

이제 무던이는 어머니 생신에 고기도 사드리지 못하고 어깨와 다리를 주물러 드리지도 못해요. 어머니, 이 하늘에서 무던이는 너무 슬퍼 울어요. 비가 내려요. 어머니.

 

#간결한 문체에 담긴 애절한 마음을 읽다.

어린이 책에도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발견할 때면 신기하다. 어른들의 책에만 고전문학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 책에도 고전동화가 있다는 것을 왜 생각치 못했을까? 읽으면서도 이것이 옛날 책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건 지금 읽어도 매끄러운 문체 때문인걸까? 이주홍, 마재홍님의 동화를 읽으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국작가들의 동화만이 재밌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예전이 부끄러울 만큼 우리나라 동화작가들의 책도 아름다답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된다.

 

이미륵 선생님의 자전적인 작품이라는 무던이에서 이미륵은 무던이가 사랑하던 우물이였다고 한다. 우물이란 소년의 이름에서 '볼우물'이란 우리말이 생각났다. 어쩌면 이미륵 선생님은 어렸을 때 보조개가 있던 귀여운 아이는 아니였을지 추측해본다. 선생님이 고향에 두고 온 첫사랑 무던이를 독일에서 얼마나 그리워했을지 작품에서 느껴진다.

 

군더더기 표현이 없는 문체들은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애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왜 말을 많이 해야, 글을 많이 써야 감정이 전해진다고 느낀껄까? 세상에는 그러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데 말이다.

 

#이미륵 그를 기억해주세요!

한국인 작가로 독일어로 작품을 발표하여 한국을 독일에 소개한 최초의 작가이자 유일한 사람이 이미륵 선생님이다.  1889년에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난 이미륵 선생님은 1919년 3.1 운동에 참여한 일로 탄압을 피해 상하이를 거쳐 독일로 가셨다고 한다. 그곳에서 <압록강은 흐른다>로 독일문단에 이름을 알리고 작가 활동을 하면서도 그는 글 속에서 조국을 그려낼려고 애썼다고 한다. 뮌헨 대학 동양학부에서 한학과 한국학을 강의하기도 했던 이미륵 선생님은 1950년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뮌헨에서 돌아가셨다.

 

<무던이>를 네이버 책에서 찾으니 외국 창작소설로 분류가 되어있다. 한국인이었고 한국이 그리워 글에서, 삶에서 한국을 말하던 작가의 작품이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의 소설로 되어있음에 가슴이 아리다. 그의 재능을 품어줄 수 없었던 과거의 잔인한 현실도 아프고 아직도 그의 이름 하나 기억하는 이가 적다는 것에 아프다. 그리고 죄송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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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에게 길을 묻다 - 영상아포리즘 01
김판용 지음 / 예감출판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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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아포리즘'이란 단어가 내게는 생소했다. 그래서 찾아본 아포리즘이란 단어는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로 격언등을 말하는데 앞에 영상이 붙었으니 이건 깊은 진리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김판용님이 사진으로 전하고픈 삶의 진리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펼친 책에는 바람이 청아하게 불어오고 그 속에는 꽃냄새가 묻어있었다.

 

영상이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고 글이 영상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듯이 얇은 책 안에 든 사진과 글이 얼마 전에 읽은 두꺼운 책보다 더 많은 것을 내게 전해주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만이 삶의 비밀은 아닐터인데 어떤 책들은 삶의 이유를 더 복잡하게 더 어렵게 적어내려가고 있다. 삶을 이해하는 것이 이처럼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린 것이라고 위로하며 책을 읽어내려가지만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볍되 무거우며 무겁되 가볍다.

 

책을 읽는 동안 떠나고 싶어졌다. 사진 속의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가 떠나고 싶은 곳은 내 마음 속이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것이 아닐까?

 

책 속의 사진들은 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과 예쁜 꽃과 나무들이 많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저렇게 아름다운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라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버린 것이다. 처음에 아포리즘이란 단어를 찾아본 후에 읽기 시작한 책의 의미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책을 마치고 나서야 이 책이 원하는 것은 내 삶을 온전히 느껴보라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유' '돌아보기' '멈추기' '마음' '내면' '쉼표'

책을 읽으며 내 주위를 맴돌던 단어들이다. 잘사는 법이 더 많은 것을 갖고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 아님을 사회를 통해 알게 되면서 그럼 무엇이 잘사는 방법일까를 고민했었다. 그건 여유를 갖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대로 여유가 있으면 삶을 더 잘 누릴 수 있다. 당신이 길을 걷고 있는 그 순간에도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길가에 핀 민들레 한 송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햇볕 좋은 담벼락에 기대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할머님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파란 하늘과 내 마음 같은 토끼 구름도 오늘 내가 놓친 것들이었다.

 

유기농 채소를 먹고 유기농 음료를 먹는다고 웰빙이 아니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진정한 웰빙은 자연 속에서, 삶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의 위대함을 혹은 친근함을 먼저 알게 된다면 내 삶이 잘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책 속에는 자연도 들어있고, 어린 시절의 추억도, 학창 시절의 간이역도, 늙은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도 담겨있으며 곳곳에 삶의 쉼표가 담겨있다. 잠시 손을 멈추고, 마음을 멈추고 추억 속으로, 자연 속으로 떠나야 할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여유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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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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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굿모! 에비앙!"

좋은 하루들 보내고 계신가요? 하핫, 저 특이한 인사가 무엇인지 궁금하시다고요? 이런, 이미 눈치 채셨군요. 저 인사는 바로 "Good Morning Everyone!"을 야구식으로 발음한 것이랍니다. 그러니까 야구의 괴상한 인사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발음이야 이상하면 어떻습니까? 재밌게 들으셨다면, 그로인해 웃음 한번 나는 아침이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것이죠. 여기서 밑줄 그을 것은 "재밌게"입니다. 재미만 있으면 뭐든지 오케인 우리집으로 초대합니다.

 

우리집 가족이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프로 중에 '거침없이 하이킥'이 있다. 재밌는 캐릭터가 넘쳐나는 시트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게 해서 기분을 좋게한다. 바람 잘 날이 아니라 웃음 잘 날 없는 시트콤 속의 가족을 보고 있자면 우리집의 공기가 어딘지 모르게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가끔 저렇게 웃음이 넘치는 인물이(개인적으로 나문희가 좋다) 우리집에 함께 산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유쾌하고 대책 안선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 구성원

1.엄마-아키짱-19살에 임심을 해서 핫짱(딸)을 낳은 당당한 미혼모. 젊었을 때의 현란함(?)을 잘 감추고 당당한 캐리어우먼으로 아주 잘 살고 있음. 집안의 실질적인 수입을 전부 벌어오므로 서열순위 1위!

특기:파친코(젊었을 때), 돈 절약하기(자타공인 구두쇠!), 학부형 참관수업 때 비비안 웨스트우드 입기 주의사항:맥주 한캔 이상 먹지 않게 하기!!

 

2.야구-16살에 임신한 엄마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부 당하고 15년째 같이 살면서 청혼할 기회를 엿보지만 타고난 독특함과 썰렁함에 진척없음.

특기:야구카레, 10초 이내에 사람 얼리기(순전히 말로만!) 직업:여기저기 알바, 전에는 망한 밴드의 일원이었음.

 

3.핫짱-15살의 풋풋한 여중생이 되고 싶지만 독특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철이 일찍 든 귀여운 소녀. 미혼모인 엄마를 원망한 적도 없으며 엄마가 야구라고 부르는 야구를 아빠인지 알고 살아오다가 중학교에 가서 모자수첩을 보고 야구가 아빠가 아님을 알게 되고 가슴이 아픔.

특기:썰렁한 야구 핀잔주기, 자기 일 알아서 척척하기, 울고 싶어도 웃을 수 있음. 엄마와 야구를 아주 사랑함.

 

 

 #누가 뭐래도 우린 가족이야!

미혼모와 그녀의 딸, 딸의 아버지도 아니고 현재의 남편도 아닌 남자가 함께 살고있는 집이 있다면 어떤 시선으로 보게될까? 쉽게 답하기가 힘이 든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분명 색이 진한 안경을 쓰고 그들을 바라보았으리라. 일반화의 오류가 가지는 상처는 얼마나 큰지. 어쩌면 이 책은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량가정' '문제가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불량일지, 문제일지, 슬픔이 가득할지, 웃음이 가득할지는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니까! 그들이 나일 수 있고 친구일 수 있고 가족일 수도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철이 일찍 든 핫짱과 어설픈 펑크족인 야구와 멋진 커리어우먼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은 엄마가 사는 핫짱네의 이야기를 읽으며 웃음이 피어오른다. '그래, 이렇게 사는 것도 참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즐거움보다는 다른 것을 추구한 집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하긴 우리집이 무언가를 추구한 지는 모르겠다. 그걸 평범이라고 해야할까? 우리집에도 웃음이 나고 행복이 피어오르지만 핫짱네의 웃음이 더 달콤해보이고, 행복이 더 빛나보인다. 어쩌면 사회로부터 받을 아픈 시선을 감당해내기 위해 엄마 아키짱과 야구가 더 많이 웃고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핫짱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기 위해서!

 

<"그래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거야. 결혼해서 남편이다, 아버지다 하는 책임이 주어지면 야구도 조금 나은 인간이 될지 몰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시시하지 않겠어? 그런 모습은 너도 보고 싶지 않지? 대신 더 재미있는 것을 실컷 보여줄게.">

 

#가훈-“우리 집은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재미만을 추구하는 가족이라고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고 말해서는 안된다. 사회 속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즐겁게 살 수 있는지를 말하기에! 굳이 야구에게 아빠의 역할을 권하지 않는 아키짱은 야구의 삶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야구의 자유로움, 패기를 아빠라는 굴레로 사라지지 않게 해주고 싶은 것이 아키짱의 진실된 마음일 것이다. 이미 사회속에서 아빠라는 이름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린 남성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 아키짱의 마음을 모를 야구가 아니다. 겉으로는 덤벙대고 썰렁한 농담만 해대고 책임이라는 것은 머리 속에서 없는 것 같은 남자지만 어린 핫짱을 돌보아 온 것도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아키짱을 쉴 수 있게 해준 것도 야구였다. 이미 야구는 아빠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을 가자는 야구의 말에 야구의 친딸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담을 줄까봐 혼자 일본에 남겠다는 핫짱은 속으로 울음을 참아낸다. 야구를 사랑하는 엄마도 알고, 엄마를 사랑하는 야구도 알기에 슬프지만 홀로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먹는 핫짱이다.누가 이들이 진실된 사랑이 없는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이 사랑하기에 서로에게 부담이 되어주고 싶지 않은 가족인 것이다.

 

재미만을 추구하는 이 가족은 어쩌면 개인의 삶을, 개인이 누릴 행복을 빼앗고 싶지 않아서 재미를 가훈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부모를 위해 딸의 인생이 희생되지 않길 바랬고, 딸은 자신으로 인해 부모의 인생이 희생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이들은 알고있다. 셋이 함께라면 재미는 물론 행복까지 두배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유쾌, 상쾌, 통쾌 더하기 감동

15살 핫짱의 시선으로 쓰여진 책은 깃털처럼 가벼운 문체로 쓰여져 있다. 깃털처럼 가볍지만 그 깃털이 가슴을 살살 간지럽혀서 웃음이 나게 하고 깃털 끝이 가슴을 찔러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15살의 어린 핫짱이 바라보는 세상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져 있다. 가끔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바라본 것처럼 흐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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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 - 오요나의 디지털 감성 포토 에세이
오요나 지음 / 무한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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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사람들 속에 혼자 멍하니 서있던 적 있나요? 혹은 창가에 앉아 길거리를 지나가는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을 보며 숨가빴던 적 있나요? 시계의 1초보다 더 빨리를 외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 적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희망을 꿈꿔야 하는 순간, 숨을 길게 내쉬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현대, 빨리 더 빨리, 많은 사람들, 높은 잣대, 상승이란 단어에서 하루만이라도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 현대인이 있을까? 평범하게 살려는게 가장 힘들다는 요즘 사람들은 지쳐간다. 느림을 원하고 휴가를 꿈꾸고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만 그것만큼 힘든게 어딨냐며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쁜 현실 속에서 숨쉬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산소호흡기가 될 수 있을지도.

 

책의 깊이가 깊지 않은 나는 예쁜 책을 좋아한다. 글귀가 마음을 울리고 제목이 이쁘고 표지가 끌린다면 사는 편이다. 한때 인터넷으로 알게 된 책 제목 중 맘에드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내 방에 돌고래가 산다>였다. 그 당시 돌고래를 좋아한다는 남자에게 끌려서인지 그 책제목이 끌려 꼭 사봐야지 했는데 서점만 가면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개정판이 나와서야 그 책을 만났다. 전의 제목이 내 마음에 더 들지만 이번 책 제목도 괜찮은 것 같다. 희망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직은 따뜻함이 더 많이 느껴지는 단어니까.

 

가벼운 연애소설이겠니 했던 책은 포토에세이였다. 사진은 참 신기하다. 그저 신경쓰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이 사진에 담기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듯했다. 정지된 하나의 풍경, 물건들이 마음을 울릴 때가 종종있다. 어쩌면 그저 하나의 사진인데 그것에 작가의 짧은 글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지도 모르겠다.

 

바쁜 하루 가방에 넣어두었던 책을 펼치는 순간마다 잠시 숨을 돌리는 기분이 들었다. 정지된 사진과 함께 내 시간도 잠시 정지되고 작가의 글에 의해 생각이 움직인다. 공기의 흐름이 정지된 공간에서 작가의 돌고래가 움직이고 내 바다가 움직인다. 작가의 방에는 돌고래가 산다는 말에 내 방에 살았으면 좋은 것을 나는 바다로 삼았다. 어렸을 때부터 바다를 보면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 살아있구나라는 생각, 바다는 언제나 생각했던 것보다 2% 크다는 말처럼 힘든 삶이어도 바다앞에 서면 무엇이든 작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 방에는 바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보며 생각했다. 내 마음의 방에.

 

작가는 이 책으로 나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하기도 전에 난 책이 주는 마법을 느낀다.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잠시 정지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 마음 한구석에 청량한 바람을 불어넣어주고 싶을 때, 옛 추억에 잠겨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자. 책 읽을 시간도 없다고 투덜대는 바쁜 친구가 있다면 선물해도 좋을 것이다. 가끔은 가벼움을 선물하는 것도 참 좋다. 요즘 마음이 무거운 사람이 너무 많으니.

 

아, 그리고 작가의 이름이 요요나라고 했을 때 정말 일본 사람인지 알았다. 알고보니  몽골에서 만난 아름다운 청년이 지어준 이름이란다. 몽골어로 ‘순수한’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쓰는 그녀. 순수함이란 단어가 맘에 든걸가? 아름다운 청년이 맘에 든걸까? 아무렴 어떤가, 그녀의 이름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이미 들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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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의 서울 - 한국문학이 스케치한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2
김재관.장두식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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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서울이 지나 온 길을 되짚는 타임머신인 책을 펼치기 전에 내가 생각하는 서울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먼저 생각해보았다. 시골에서도 '읍'이란 곳에 사는 내가 서울을 동경한 건 큰이모네 아이들이 방학 때마다 신기한 물건을 들고 우리집에 놀러올 때부터였다. 신기한 연필깍이를 처음 만난 것도 집 앞 문구사가 아니라 이모가 서울서 가져온 것이였으며 티비와 연결해서 하는 양배추 게임도 이모가 가져다 준 것이었다. 아이들이 살기에 참 좋은 곳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큰이모와 이모부께서는 시골이 참 좋다고 말했지만 사촌동생들은 빨리 서울에 가서 재밌게 놀고싶다고 말했으므로.

 

어렸을 때부터 멀미가 심해 차를 타지 못한 나는 고향을 벗어나는 일이 극히 드물었지만 아빠에게 서울에 꼭 가고 싶다고 때를 써서 간 서울은 가는 길부터 힘이 들었다. 기대로 부풀었던 마음은 멀리로 이미 탈수된지 오래고 도착하자마자 반기는 차들과 많은 인파는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낯설음은 가시지 않고 꽉 막힌 아파트는 바다가 보이는 우리집을 그립게 만들었다. 신기함과 다채로움 보다는 그저 무섭고 두려운 서울에서 기어코 길을 잃고 반나절이 넘어서야 부모님을 찾고는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그 이후로 서울에만 가면 그때의 서늘함이 먼저 가슴으로 스며든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은 동경의 도시다.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내가 그리워하는 이들 대다수가 꿈을 갖고 서울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울은 내게 동경의 도시였다. 그 동경의 도시 서울이 자라온 시간을 문학으로 되짚는 이 책을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읽은 것은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문학이 전하고픈 현실의 애달픔 

책은 서울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1960년~2000년대의 현실을 문학을 통해 이야기한다. 현실세계의 반영이라 말할 수 있는 문학은 그 시절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고있다. 성공하고 싶어서라는 당찬 꿈을 꾸던 젊은이들은 먹고 살기 위해 하루 좁은 골방에서 허리한번 피지 못하고 먼지를 들이마시며 일을 하고 그마저도 구하지 못해 차가운 현실에서 더 차가운 바닥에서 잠을 자야했다. 문학은 말한다.

 

목소리를 높이기도 두려운 세상에서 소설가, 시인들은 현실의 아픔을 글로 쏟아낸다. 한명이라도 자신의 글로 현실을 바로 볼 수만 있다면 하고 그들은 바랐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들은 쓰지 않고는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악몽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서울에서 지쳐 쓰러져가는 사람들의 슬픔을 전하지 않고는 펜을 내려놓을 수 없었는지 모른다.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서울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화려한 불빛만이 아니라 찢겨진 꿈의 그림자까지.

 

#허무한 서울의 탑을 오르는 애벌레의 눈물, 누구의 잘못인가!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책에서 무수히 많은 애벌레들이 탑 위로 기어오른다. 위에 대단한 무언가가 있다고 믿으며 친구들을 짓밟고 올라가기만 하느라 바쁘다. 절대적 희망은 얼마나 무서운가! 주위를 둘러볼 여유는 버린지 오래고 위에 올라간 애벌레들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절대 친구를 떨어뜨리고 기어올라오는 애벌레들에게 말하지 않는다. 그들이 이뤄온 결과가 절망이라는 것을 말하면 모래로 쌓은 탑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기에.  

 

기득권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의 부조리함을 입도 벙긋하지 않고 사회는 계속해서 '잘살아보세'를 외치며 사람을, 너무 늙거나 너무 어린 사람들까기 서울로! 서울로!를 외치게 만든다. 작은 땅에 많은 사람으로 인해 서울의 땅은 몸살을 앓고 그 주변지역까지 앓아눕는데 정부는 약을 주기는 커녕 차가운 얼음물을 뿌려댄다.

 

거대한 탑이 되어버린 서울, 그 탑의 꼭대기만 쫓는 애벌레들, 꼭대기에서 뻔히 내려다보이는 현실에 대해 말하지 않는 기득권을 가진 애벌레들 그리고 서울을 발전이란 명분아래 무차별적으로 애벌레를 서울로 모이게 한 정부. 대체 누구의 잘못인가!

 

#노랑 애벌레 그들은 글을 썼다!

거대한 탑 위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안 노랑 애벌레는 땅으로 내려와 나비가 되어 친구들에게 진정한 삶은 탑 위에 있지 않음을 말한다. 애벌레들이 듣지 않아도 단 한명의 친구라도 들으면 된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말한다. 노랑 나비는 줄무늬 애벌레를 설득해 그가 나비가 되도록 옆에서 도와준다.

 

몸집이 커지느라 바쁘기만 한 서울의 진실을 보여주기 위해 애를 쓴 사람은 누구일까? 공무원? 대통령? 국회의원? 아니였다. 그들은 피를 토하며 소설을 쓰고 눈물을 흘리며 차가운 방에서 시를 쓴 문학가들이었다. 자신의 권리를 외치며 죽어간 어린 영혼을 위해 아파하며 글을 쓰고 집을 잃고 쫓겨난 이들의 설움을 시로 썼다. 그 시절에 글을 쓴 작가들은 어쩌면 우리에게 노랑 애벌레인지도 모른다. 그들이 있기에 서울을 바로보는 이들이 한명, 또 한명 늘어났는지도 모른다.

 

희망으로 가득하리라 기대했던 서울이 아픔의 서울, 눈물의 서울이 될거라는 것을 누가 알았겠는가? 희망을 노래하고 싶은 가수도, 꿈을 전하고픈 소설가도, 행복을 말하고픈 시인도 서울에 있었다. 서울이 아니면 먹고 살수도, 꿈을 꿀수도 없었기에 우리는 모두 서울에 있었던 것이다. 서울은 분명 발전했다. 쓰레기통에 장미가 피었다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서울은 성장했다. 그 성장을 누리며 살고있는 이들도 우리다.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서울을 꽃피운 장미는 희망을 노래하며 꿈을 찾아온 이들의 피와 눈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서울에 희망의 풍선을 매달아 주세요.

아이였을 때나 지금이나 서울에 갖는 생각 중 변하지 않은 건 하나는 서울에는 많은 인구만큼 그 만큼의 꿈이 자라나는 도시라고, 그들의 꿈이 하나의 풍선이라면 서울은 얼마나 다양한 풍선이 채워질까라는 생각에 두근거리는 일은 지금도 여전하다.  서울을 꿈꾸는 이들이 지금도 얼마나 많은가. 서울을 변화하는 건 정부도 관리도 아닐 것이다. 바로 행복한 서울을 꿈꾸며 서울에서 살아가는, 그곳에서 살고 싶어하는 이들의 몫이다. 아픈 역사를 가졌지만 앞으로는 문학 속에서도, 삶 속에서도 살고 싶어지는 아름다운 서울로 변화하길 바라본다.

 

문학이 가진 진실성과 현실성 그리고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다. 정말 이 속에 나온 아픈 책과 시집을 꼭 다 읽어보리란 꿈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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