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들에게 길을 묻다 - 영상아포리즘 01
김판용 지음 / 예감출판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영상아포리즘'이란 단어가 내게는 생소했다. 그래서 찾아본 아포리즘이란 단어는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로 격언등을 말하는데 앞에 영상이 붙었으니 이건 깊은 진리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작가 김판용님이 사진으로 전하고픈 삶의 진리는 무엇이었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펼친 책에는 바람이 청아하게 불어오고 그 속에는 꽃냄새가 묻어있었다.
영상이 글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고 글이 영상보다 더 많은 것을 전할 수 있듯이 얇은 책 안에 든 사진과 글이 얼마 전에 읽은 두꺼운 책보다 더 많은 것을 내게 전해주고 있다. 복잡하고 어려운 것만이 삶의 비밀은 아닐터인데 어떤 책들은 삶의 이유를 더 복잡하게 더 어렵게 적어내려가고 있다. 삶을 이해하는 것이 이처럼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린 것이라고 위로하며 책을 읽어내려가지만 힘든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가볍되 무거우며 무겁되 가볍다.
책을 읽는 동안 떠나고 싶어졌다. 사진 속의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것이구나라고 생각했지만 페이지를 넘길수록 내가 떠나고 싶은 곳은 내 마음 속이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것이 아닐까?
책 속의 사진들은 여행을 떠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과 예쁜 꽃과 나무들이 많다. 작가가 원하는 것은 저렇게 아름다운 자연으로 여행을 떠나라는 말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버린 것이다. 처음에 아포리즘이란 단어를 찾아본 후에 읽기 시작한 책의 의미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책을 마치고 나서야 이 책이 원하는 것은 내 삶을 온전히 느껴보라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여유' '돌아보기' '멈추기' '마음' '내면' '쉼표'
책을 읽으며 내 주위를 맴돌던 단어들이다. 잘사는 법이 더 많은 것을 갖고 더 많은 것을 누리는 것이 아님을 사회를 통해 알게 되면서 그럼 무엇이 잘사는 방법일까를 고민했었다. 그건 여유를 갖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대로 여유가 있으면 삶을 더 잘 누릴 수 있다. 당신이 길을 걷고 있는 그 순간에도 얼마나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길가에 핀 민들레 한 송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햇볕 좋은 담벼락에 기대앉아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할머님들, 고개를 들면 보이는 파란 하늘과 내 마음 같은 토끼 구름도 오늘 내가 놓친 것들이었다.
유기농 채소를 먹고 유기농 음료를 먹는다고 웰빙이 아니라는 말을 떠올려본다. 진정한 웰빙은 자연 속에서, 삶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자연의 위대함을 혹은 친근함을 먼저 알게 된다면 내 삶이 잘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책 속에는 자연도 들어있고, 어린 시절의 추억도, 학창 시절의 간이역도, 늙은 할머니의 따뜻한 미소도 담겨있으며 곳곳에 삶의 쉼표가 담겨있다. 잠시 손을 멈추고, 마음을 멈추고 추억 속으로, 자연 속으로 떠나야 할 때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여유는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라는 것을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