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에 기대고 싶다 - 오요나의 디지털 감성 포토 에세이
오요나 지음 / 무한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바쁜 사람들 속에 혼자 멍하니 서있던 적 있나요? 혹은 창가에 앉아 길거리를 지나가는 바쁜 사람들의 발걸음을 보며 숨가빴던 적 있나요? 시계의 1초보다 더 빨리를 외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 적 있나요? 그렇다면 당신에게 희망을 꿈꿔야 하는 순간, 숨을 길게 내쉬어야 하는 순간이 다가온 것입니다.

 

현대, 빨리 더 빨리, 많은 사람들, 높은 잣대, 상승이란 단어에서 하루만이라도 탈출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지 않는 현대인이 있을까? 평범하게 살려는게 가장 힘들다는 요즘 사람들은 지쳐간다. 느림을 원하고 휴가를 꿈꾸고 긴 호흡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지만 그것만큼 힘든게 어딨냐며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바쁜 현실 속에서 숨쉬게 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산소호흡기가 될 수 있을지도.

 

책의 깊이가 깊지 않은 나는 예쁜 책을 좋아한다. 글귀가 마음을 울리고 제목이 이쁘고 표지가 끌린다면 사는 편이다. 한때 인터넷으로 알게 된 책 제목 중 맘에드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내 방에 돌고래가 산다>였다. 그 당시 돌고래를 좋아한다는 남자에게 끌려서인지 그 책제목이 끌려 꼭 사봐야지 했는데 서점만 가면 잊어버리기 일쑤였다. 그래서 개정판이 나와서야 그 책을 만났다. 전의 제목이 내 마음에 더 들지만 이번 책 제목도 괜찮은 것 같다. 희망은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만 아직은 따뜻함이 더 많이 느껴지는 단어니까.

 

가벼운 연애소설이겠니 했던 책은 포토에세이였다. 사진은 참 신기하다. 그저 신경쓰지 않고 스쳐지나가는 풍경들이 사진에 담기면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듯했다. 정지된 하나의 풍경, 물건들이 마음을 울릴 때가 종종있다. 어쩌면 그저 하나의 사진인데 그것에 작가의 짧은 글이 생명을 불어넣어 주는지도 모르겠다.

 

바쁜 하루 가방에 넣어두었던 책을 펼치는 순간마다 잠시 숨을 돌리는 기분이 들었다. 정지된 사진과 함께 내 시간도 잠시 정지되고 작가의 글에 의해 생각이 움직인다. 공기의 흐름이 정지된 공간에서 작가의 돌고래가 움직이고 내 바다가 움직인다. 작가의 방에는 돌고래가 산다는 말에 내 방에 살았으면 좋은 것을 나는 바다로 삼았다. 어렸을 때부터 바다를 보면 가슴이 뻥 뚤리는 기분이 들었다. 아, 살아있구나라는 생각, 바다는 언제나 생각했던 것보다 2% 크다는 말처럼 힘든 삶이어도 바다앞에 서면 무엇이든 작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 방에는 바다가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보며 생각했다. 내 마음의 방에.

 

작가는 이 책으로 나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싶었던 것일까를 곰곰히 생각하기도 전에 난 책이 주는 마법을 느낀다. 너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잠시 정지버튼을 누르고 싶을 때, 마음 한구석에 청량한 바람을 불어넣어주고 싶을 때, 옛 추억에 잠겨 나를 돌아보고 싶을 때 이 책을 읽어보자. 책 읽을 시간도 없다고 투덜대는 바쁜 친구가 있다면 선물해도 좋을 것이다. 가끔은 가벼움을 선물하는 것도 참 좋다. 요즘 마음이 무거운 사람이 너무 많으니.

 

아, 그리고 작가의 이름이 요요나라고 했을 때 정말 일본 사람인지 알았다. 알고보니  몽골에서 만난 아름다운 청년이 지어준 이름이란다. 몽골어로 ‘순수한’이라는 뜻이라는 이름을 쓰는 그녀. 순수함이란 단어가 맘에 든걸가? 아름다운 청년이 맘에 든걸까? 아무렴 어떤가, 그녀의 이름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이미 들었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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