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굿모! 에비앙!"

좋은 하루들 보내고 계신가요? 하핫, 저 특이한 인사가 무엇인지 궁금하시다고요? 이런, 이미 눈치 채셨군요. 저 인사는 바로 "Good Morning Everyone!"을 야구식으로 발음한 것이랍니다. 그러니까 야구의 괴상한 인사쯤으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발음이야 이상하면 어떻습니까? 재밌게 들으셨다면, 그로인해 웃음 한번 나는 아침이었다면 더할 나위없이 좋은 것이죠. 여기서 밑줄 그을 것은 "재밌게"입니다. 재미만 있으면 뭐든지 오케인 우리집으로 초대합니다.

 

우리집 가족이 요즘 가장 즐겨보는 TV프로 중에 '거침없이 하이킥'이 있다. 재밌는 캐릭터가 넘쳐나는 시트콤을 보고 있노라면 웃음이 입가를 떠나지 않게 해서 기분을 좋게한다. 바람 잘 날이 아니라 웃음 잘 날 없는 시트콤 속의 가족을 보고 있자면 우리집의 공기가 어딘지 모르게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다. 가끔 저렇게 웃음이 넘치는 인물이(개인적으로 나문희가 좋다) 우리집에 함께 산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라는 상상을 해본다. 하지만 가족 모두가 유쾌하고 대책 안선다면 어떻게 될까? 이 책은 그런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족 구성원

1.엄마-아키짱-19살에 임심을 해서 핫짱(딸)을 낳은 당당한 미혼모. 젊었을 때의 현란함(?)을 잘 감추고 당당한 캐리어우먼으로 아주 잘 살고 있음. 집안의 실질적인 수입을 전부 벌어오므로 서열순위 1위!

특기:파친코(젊었을 때), 돈 절약하기(자타공인 구두쇠!), 학부형 참관수업 때 비비안 웨스트우드 입기 주의사항:맥주 한캔 이상 먹지 않게 하기!!

 

2.야구-16살에 임신한 엄마에게 청혼을 했다가 거부 당하고 15년째 같이 살면서 청혼할 기회를 엿보지만 타고난 독특함과 썰렁함에 진척없음.

특기:야구카레, 10초 이내에 사람 얼리기(순전히 말로만!) 직업:여기저기 알바, 전에는 망한 밴드의 일원이었음.

 

3.핫짱-15살의 풋풋한 여중생이 되고 싶지만 독특한 가정환경으로 인해 철이 일찍 든 귀여운 소녀. 미혼모인 엄마를 원망한 적도 없으며 엄마가 야구라고 부르는 야구를 아빠인지 알고 살아오다가 중학교에 가서 모자수첩을 보고 야구가 아빠가 아님을 알게 되고 가슴이 아픔.

특기:썰렁한 야구 핀잔주기, 자기 일 알아서 척척하기, 울고 싶어도 웃을 수 있음. 엄마와 야구를 아주 사랑함.

 

 

 #누가 뭐래도 우린 가족이야!

미혼모와 그녀의 딸, 딸의 아버지도 아니고 현재의 남편도 아닌 남자가 함께 살고있는 집이 있다면 어떤 시선으로 보게될까? 쉽게 답하기가 힘이 든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분명 색이 진한 안경을 쓰고 그들을 바라보았으리라. 일반화의 오류가 가지는 상처는 얼마나 큰지. 어쩌면 이 책은 우리 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불량가정' '문제가정'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삶이 불량일지, 문제일지, 슬픔이 가득할지, 웃음이 가득할지는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이니까! 그들이 나일 수 있고 친구일 수 있고 가족일 수도 있음을 잊으면 안된다.

 

철이 일찍 든 핫짱과 어설픈 펑크족인 야구와 멋진 커리어우먼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미심쩍은 엄마가 사는 핫짱네의 이야기를 읽으며 웃음이 피어오른다. '그래, 이렇게 사는 것도 참 좋겠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건 즐거움보다는 다른 것을 추구한 집에서 자랐기 때문일까? 하긴 우리집이 무언가를 추구한 지는 모르겠다. 그걸 평범이라고 해야할까? 우리집에도 웃음이 나고 행복이 피어오르지만 핫짱네의 웃음이 더 달콤해보이고, 행복이 더 빛나보인다. 어쩌면 사회로부터 받을 아픈 시선을 감당해내기 위해 엄마 아키짱과 야구가 더 많이 웃고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핫짱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기 위해서!

 

<"그래 재미만 있으면 되는 거야. 결혼해서 남편이다, 아버지다 하는 책임이 주어지면 야구도 조금 나은 인간이 될지 몰라.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시시하지 않겠어? 그런 모습은 너도 보고 싶지 않지? 대신 더 재미있는 것을 실컷 보여줄게.">

 

#가훈-“우리 집은 재미만 있으면 만사 오케이!"

재미만을 추구하는 가족이라고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고 말해서는 안된다. 사회 속에서의 일탈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즐겁게 살 수 있는지를 말하기에! 굳이 야구에게 아빠의 역할을 권하지 않는 아키짱은 야구의 삶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야구의 자유로움, 패기를 아빠라는 굴레로 사라지지 않게 해주고 싶은 것이 아키짱의 진실된 마음일 것이다. 이미 사회속에서 아빠라는 이름으로 인해 많은 것을 잃어버린 남성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른다.

 

그런 아키짱의 마음을 모를 야구가 아니다. 겉으로는 덤벙대고 썰렁한 농담만 해대고 책임이라는 것은 머리 속에서 없는 것 같은 남자지만 어린 핫짱을 돌보아 온 것도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아키짱을 쉴 수 있게 해준 것도 야구였다. 이미 야구는 아빠연습을 하고 있었다.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민을 가자는 야구의 말에 야구의 친딸이 아니라는 생각에 부담을 줄까봐 혼자 일본에 남겠다는 핫짱은 속으로 울음을 참아낸다. 야구를 사랑하는 엄마도 알고, 엄마를 사랑하는 야구도 알기에 슬프지만 홀로 살아보겠다는 마음을 먹는 핫짱이다.누가 이들이 진실된 사랑이 없는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많이 사랑하기에 서로에게 부담이 되어주고 싶지 않은 가족인 것이다.

 

재미만을 추구하는 이 가족은 어쩌면 개인의 삶을, 개인이 누릴 행복을 빼앗고 싶지 않아서 재미를 가훈으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부모를 위해 딸의 인생이 희생되지 않길 바랬고, 딸은 자신으로 인해 부모의 인생이 희생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이들은 알고있다. 셋이 함께라면 재미는 물론 행복까지 두배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들의 삶을 응원한다. 

 

#유쾌, 상쾌, 통쾌 더하기 감동

15살 핫짱의 시선으로 쓰여진 책은 깃털처럼 가벼운 문체로 쓰여져 있다. 깃털처럼 가볍지만 그 깃털이 가슴을 살살 간지럽혀서 웃음이 나게 하고 깃털 끝이 가슴을 찔러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다. 15살의 어린 핫짱이 바라보는 세상은 따뜻하고 아름다운 색으로 칠해져 있다. 가끔 눈물이 흐르는 눈으로 바라본 것처럼 흐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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