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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날특집] 독서광 북 불로거들 "악평도 써야죠"
 
[북데일리] 조선시대 소문난 책벌레 이덕무(1741 ~ 1793). 그는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 책만 보는 바보)라 말하던 독서광이었다. 눈병에 걸려 눈을 뜰 수 없을 때도 실눈을 떠 책을 읽었던 일, 열 손가락이 동상에 걸려 피가 터질 때조차 책을 빌려달라는 편지를 썼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조선 선비 김득신(1604 ~ 1684) 역시 책벌레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독수기’에 따르면 그는 <백이전>을 11만 3000번, <노자전>을 2만 번, 자신의 책을 1만 8번. 모두 36편의 고전을 1만 번 이상 읽었다고 한다. <장자> <사기> 등은 1만 번을 채우지 못해 기록하지 않았다니 실로 무서운 독서광이 아닐 수 없다.

고대로부터 ‘독서’란 읽는 이의 개인적 즐거움 혹은 오롯한 학문적 탐구를 의미했다. 유배생활 18년간 책읽기에 몰두한 정약용(1762~1836)을 포함해 수많은 독서광들의 이야기가 이를 증명한다.

그랬던 책읽기 행위가 인터넷의 발달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책읽기는 더 이상 혼자만의 행위가 아니다. 집, 도서관, 서점에서 ‘나홀로’ 책읽기를 즐기던 독서광들이 인터넷으로 집결하고 있는 것. 본지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23일)’을 맞아 급변하는 독서행위를 살펴보고자 4인의 ‘북블로거’ 들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북블로거’란 블로그, 커뮤니티, 온라인서점 등을 통해 책에 대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블로거를 뜻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신간 이벤트(출판사가책을 무상 제공하고 이에 대한 리뷰를 의뢰하는 것)로 받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이들의 취미이다. IT분야로 설명하자면‘얼리어답터’ 혹은 ‘프로슈머(프로듀서+컨슈머)’인 셈이다.

“비틀어 쓰기의 매력?”

가장 먼저 인터뷰에 응한 북블로거는‘유랑인(http://blog.naver.com/yourangin)’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상복(30, 대구 광역시 중리동)씨. 한씨가 블로거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06년 1월.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사람들을 찾던 차에 인터넷 카페를 알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한씨는 매주 원고지 10매 분량의 서평을 1~2편씩 쓰고 있다. 대부분 책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받은 신간 서평이다. 한씨는 독특한 문체의 서평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말하듯이 쓰려고 노력한 것이 주목을 받은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의 시각과 달리 비틀어 보기를 좋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북블로거들이 사라져가는 좋은 책을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악평, 써야 할 때는 쓴다”

닉네임 ‘티티새(http://blog.naver.com/nana4577)’의 주인공 최미정(27, 강원도 고성군 거진읍)씨 역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블로거다. 최씨가 책커뮤니티 이벤트를 통해 받는 신간은 매주 4~5권, 월 15~20권에 달한다.

2006년 3월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그는 좋아하는 분야인 소설, 일본문학, 어린이 책을 집중적으로 읽고, 쓰고 있다. 북블로거 활동의 목적은 책비용 절감과 다양한 분야를 접할 수 있기 때문.

최씨는 “북블로거가 하는 일은 홍보가 아니라 평가”라며 “솔직하게 악평을 써야 할 경우에는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쓴 서평이 누군가의 구매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책임감이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솔직한 서평을 쓸 수 있는 리뷰어가 많아질수록 무슨 책을 사야할까 망설이는 독자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최씨의 지론이다.

“낯선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어”

‘태극취호(http://blog.naver.com/hiphopdrum)’라는 닉네임을 쓰는 장선아(27, 전남 여수시 신기동)씨는 왕성한 독서량, 성실한 리뷰로 유명한 북블로거다. 매주 3~4권, 월평균 11~12권의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그는 10년째 독후감 노트를 쓰고 있다.

독후감 노트에 서평을 쓴 뒤 이를 컴퓨터에 올리는 작업을 거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이렇게 매주 3~4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문학과 미술, 인문분야를 즐겨 읽는 만큼 주로 이에 관련된 책을 다룬다.

장씨는 북블로거의 가장 큰 장점으로 “책을 통한 인연으로 많은 블로그 이웃을 알게 됐다”는 점을 꼽았다. 낯선 분야의 책을 접할 수 있고 출판계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역시 매력이라고.

“관심분야 폭 넓혀, 편식 없애”

‘뒷북소녀(http://blog.naver.com/heeya1980s)’라는 닉네임의 이명희(28, 대구시 달서구 신당동)씨는 매주 2권, 월 10여권의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있다. 활동 초기에는 서평 1편에 만 2시간이 넘게 걸리던 것이 지금은 1시간으로 줄었다.

이씨는 관심 분야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책을 리뷰 하고 있다. 그는 “급히 만든 티가 나는 책을 대할 때는 실망감이 크다”며 “오탈자가 빈번하게 발견되는 책을 신뢰 할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자신이 쓴 서평을 읽고 책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덧글을 볼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는 이씨. 그는 “장정일처럼 리뷰를 모아 책을 내는 것이 꿈”이라고 전했다.

북블로거들의 활동 근거지는 책커뮤니티다. 4인의 블로거가 활동 중인 커뮤니티는 책커뮤니티 ‘책을좋아하는사람(http://cafe.naver.com/bookishman). 이들은 나 홀로 독서에 몰두하던 옛 독서광들과 달리 출판사, 이웃블로거, 커뮤니티 회원 등을 통해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내밀하고, 폐쇄적인 행위로 간주되어 오던 ‘독서’가 인터넷 시대를 맞아 공개적이고, 능동적인 형태로 바뀌고 있다. 급변하는 출판시장의 흐름에 부응하듯 독자들의 책 읽는 방법 역시 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출처 : http://www.bookdaily.co.kr/bookdailys/view/article_view.asp?scode=FEN&article_id=20070423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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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미정님, 축하합니다. 역시 좀 다른 리뷰를 쓰신다 생각했드랬어요.^^

이잘코군 2007-04-2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티새님 이름과 나이를 알았습니다. ^^
딱 고정도 예상했었어요. :)

티티새 2007-04-2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혜경님 감사드려요^^
아프락시스님..딱 고정도..ㅋㅋ
 
엽기 고대왕조실록 - 고대사, 감춰진 역사의 놀라운 풍경들
황근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4월
평점 :
품절


'엽기로 역사를 이야기 해주마' 라고 말해주던 엽기 시리즈가 조선을 뛰어넘어 고대로 건너갔다. 엽기 시리즈 1, 2권으로 어느 정도 친해졌다고 생각한 내가 엽기 씨에게 손을 내밀자 엽기씨 당차게 한마디 하신다. '네가 모르는 엽기 고대사를 보여주마!' 라고. 나도 당차게 한마디 한다. '엽기씨, 내가 국사 공부는 잘 못했지만 책 앞부분인 고대사만 수십 번이 넘게 봤다고!" 라고. 엽기 씨와 나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다. 결과야 뭐, 엽기 씨를 누가 당해!!!


엽기 역사 시리즈에 빠져있는 걸까? 재미와 신선함으로 내게 다가온 엽기 역사 시리즈에게 반했는지도 모르겠다. 엽기 역사 시리즈의 3탄 <엽기 고대왕조실록>이 나왔다. 고대사라면 나도 웬만큼 알지라는 마음으로 이번에는 나를 웃기지 못할걸, 이라며 책을 펼치는 내 손길에 봄바람이 살랑 분다. 해님바라기를 할겸 밖에서 읽은 책은 역시나 다른 이들의 시선을 끌게 했다. 하긴 딸기 우유를 빨대 꽂아 마시다가 혼자서 키득키득 하는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 역시 그렇게 볼 것이다. 그래도 따뜻한 봄 햇살과 즐거운 책 한권은 아침부터 우울한 내게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고대 부족국가부터 고려까지의 엽기스러운(?) 이야기가 적힌 책에는 국사책 앞부분만 열심히 공부한 나인데도 모르는 역사가 많아 신기해하며 읽어 내려갔다. 얼마 전에 끝난 주몽의 영향일까? 삼국의 이야기가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긴 고대사에서 삼국의 이야기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어디 있겠는가? 아이들도 삼국시대가 가장 재밌다고 한다. 이유는 싸움(전쟁)때문이었지만.


#엽기 고대사? 빠질 수야 없지!

 

1.성형수술 현대에만 있냐? 고대에도 있다!

-성형수술이 어찌 현대만의 유산(?)이겠는가? 가야에서는 편두(머리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 성형수술이 유행했다고 한다. 여자에게만 국한되었던 편두는 머리의 뼈를 변형시켜 두 개골의 강도를 보통 사람들보다 약해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두는 크게 유행하였는데 그 방법이 놀랍다. 돌을 이마에 올려놓고 머리가 납작해지길 기다려야 한다. 미인 되다가 죽게 생겼다.

 

2.'변강쇠' 지증왕의 '옹녀'를 찾아라!

-지증왕의 왕위에 오르고 궁녀들의 비명이 궁궐을 떠나지 않았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지증왕의 거대한 성기 길이에 있었다고 한다. 궁녀들의 괴성이 끝도 없이 이어지니 신하들은 옹녀를 찾기 위해 나선다. 그런데 옹녀를 어찌 한눈에 알아보누? 그런데 알아보는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보시라.) 지증왕의 웃음 나는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데 고대인들에게는 왕의 성기 길이가 중요한 것일까? 아니다, 고대사의 '성姓''은 다산과 풍요를 상징 나아가 정치 사회적 힘을 상징하는 대상으로 보았기에 지증왕의 비범함을 은유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기록된 것이라고 한다. 다행이다, 옹녀를 찾아서.

 

3.음주가무 하면? 당연히 신라귀족이지!

-안압지에서 14면체 주사위가 발견되었다. 14개의 면마다 적힌 것이 가관이다. 추물낙방(더러워도 버리지 않기), 중안타비(여러 사람이 코 때리기), 농면공과(얼굴 간질여도 가만히 있기) 이외에도 벌칙들이 요즘 우리가 하는 벌칙과 다르지 않다. 흥겨운 술자리를 위해 신라 귀족들이 얼마나 머리를 썼는지 알 수 있다. 인공호수 안압지에서 술을 벗 삼아 유흥을 즐겼던 신라인들, 그들이 술에 백성의 눈물이 들어가 있지는 않았을는지.


#엽기 시리즈가 사랑스런 이유? 역사의 한숨이 들어있기에!

 

1.신라, 왜 그랬어? '당이 원하면 무엇인들 못하리'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 당나라의 힘을 빌린 것은 큰 실수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는가? 하지만 책에서는 실수가 가져다 준 시련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의 달력을 버리고 중국의 달력을 써야 했으며 보호비는 말할 것도 없었고 연호 역시 중국을 따르고 중국 황제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왕의 이름까지 바꿔야 했다. 게다가 김춘추는 당나라에 가서 중국식 복장을 따를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했단다. 당나라 앞에만 서면 신라 너무 작아진다!

 

2.여자, 여자, 여자, 가장 아픈 이름이여.

-역사 속에 여자는 약자이다. 남자 중심의 사회에서 여자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부여에서는 여자가 질투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죽임을 당했고 그 시신은 까마귀밥이 되도록 방치했다. 신라시대에는 신분상승을 위해 임신한 아내를 일정기간 동안 화랑의 절대 권력자인 상선에게 보냈다고 한다. 아내를 보내는 것만으로 원통한 일인데 거기에 뇌물까지 줘야 했다고 하니 경악을 금치 못한다. 상선의 눈에 잘 뛰어서 '마복자'가 된다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기에 이런 '마복자 풍습'이 생겨났다고 하지만 대체 여자가 무슨 죄인가?!


#아, 잘 봤다!

내가 몰랐던 혹은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알게 되어 좋았다. 역사란 지루하거나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것만으로 점수를 주어야 할 책이다. 1, 2권에 비해 내용이 더 깊어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보는 시간 내내 즐거웠다.


책을 읽으며 무언가 허전함을 느꼈는데 말투가 전과 비교해 얌전해진 듯하다. 앞을 보니 저자의 이름이 다르다. 엽기 시리즈를 내기 위해 앞 시리즈의 말투를 따라 한건가? 너무 많이 봐서 말투에 식상해진 것인지 이 책의 저자가 전보다 얌전한 말투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엽기 시리즈가 계속 나온다면 저자는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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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치는 강가에서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굽이치는 강가에서> . 이렇게 디자인이 예쁜 책일 경우에는 기쁨이 배가 된다. 책의 겉표지는 하얀색이지만 겉표지를 벗겨내면 짙은 녹색으로 된 책이 나온다. 그리고 책장을 펼치면 그림이 하나 나오는데 앞에는 싱그러운 초록에 하얀 개망초가 피어있으며 그 위에 나비가 날고 있다 뒷장에는 짙은 녹색의 그림 속에 흰 옷을 입은 소녀 4명이 손을 잡고 원을 돌며 춤추고 있다. 첫 그림의 싱그러움에 비해 두번째 그림은 왠지 모를 스산한 기운을 느끼게한다. 이두 그림만으로 책의 분위기가 설명되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다 읽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싱그러움과 스산함, 그건 여름날의 양지와 음지의 모습을 닮았다.


-짧은 이야기를 하나 들려주겠다.
지금은 없는, 굽이쳐 흐르는 저 강가에서 보낸 소녀들의 나날.
아무도 모르는 그 이야기를.
지금 너한테만. -
 

책을 펴고 내용을 시작하기 전에 나에게만 들려준다는 글이 적혀있다. 아무도 모르는 그 이야기를 나에게만 한다는 그 사람은 누굴까. 왜 아무도 모르는 지금은 없는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는 것일까. 짤막한 편지에(나는 편지라고 부르기로 했다) 적힌 문체는 감정이 녹아들만큼 서정적인데 비해 그 내용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착각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착각은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되었다. 아름답지만 서늘함을 주는 분위기.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은 도대체 ' 책 장르가 뭘까' 고등학생이 나오니 성장소설인가 했지만 읽다보니 스릴러가 되고 더 읽어보니 감동적인 드라마가 된다. 책에 이토록 다양한 장르가 들어간 것을 처음 접한 나에게 온다리쿠는 독특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와 <영화-장화홍련>에는 공통점이 있다.

 

1.슬프도록 아름다운, 그 서정성.

 

장화홍련이 다른 공포영화와 구별되는 것 하나는 아름다움이었다. 영화 장화홍련을 떠올리면 아름답다는 말로는 부족한 고혹적인 꽃무늬 벽지와 평온하고 조용한 나루터, 하늘을 가르는 그네까지 장화홍련은 기존의 공포영화와는 다르게 관객에게 공포 영화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영화의 아름다움은 행복한 아름다움이 아니다. 슬픈 아름다움이다. 친엄마와 동생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에 빠진 임수정과 동생 문근영의 눈물연기는 슬픔을 자아냈다. 슬프고 아름다움은 여성 관객만이 아닌 남자관객까지 색다른 공포영화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의 배경 또한 영화로 만든다면 장화홍련의 미학을 뛰어넘을 것이다. 책은 각자의 비밀을 간진한 채, 그러나 그 비밀의 끝은 모두 닮은 5명의 학생들이 이제는 잊혀졌을 살인사건이 일어난 집에서 합숙을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 잊혀졌을 이야기는 우리에게 아련함을 자아낸다. '죽음'에 얽힌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그 장소를 평화롭고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다. 작가의 문체에는 투명한 강물이 흐르는 것이 보이고 푸른 나무의 살랑거림이 스쳐가며 시원한 레모네이드가 느껴진다. 책을 다 읽고 좋은 구절을 적어 놓는 포스트 잇을 보니 두장이 훌쩍 넘어간다.

 

바람한 점 없는 파란 하늘, 그곳에는 강이 흐르고, 그곳에는 음악당이 있고, 이층집이 있다. 한없이 평화로워보이지만 그 집만 어두워보인다. 그곳에 나이만으로 반짝반짝 빛나는 십대들이 모여 각자의 슬픔을 토로한다. 아무도 모르는 그들만의 죄, 그들만의 아픔, 그들만의 굴레를 이야기한다. 이것에 슬픔이 묻어난다.  서로가 끌어안기에는 너무나 컸던 비밀. 그래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자신만이 간직했던 비밀을 그들은 이야기하려 한다. 아름다운 곳에서 너무나 슬픈 이야기를, 해야한다.

 
 
2.스멀스멀 다가오는 진실, 그 진실의 끝에는 무엇이?
 
장화홍련 감독은 영화에 스멀스멀 다가오는 공포를 담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영화
마지막까지 보지 않고는 공포의 정체를 알 수 없게 해놓았고 진실을 알지 못하는 관객들은
알 수 없는 진실에 두려움에 떨며 영화를 봐야했다. 조금씩 쌓이는 두려움에 공포는 배가 된다. 이 책 또한 책을 끝까지 읽지 않고서는 진실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손을 놓을 수 없어 끝까지 단숨에 읽어버린 책이다. 이 책의 서정적인 분위기 외에 다른 분위기를 공포라고 규정짓기는 사실 힘들다. 미스터리 스릴러 정도가 알맞을 것이다. 여기에 키워드를 하나 더 집어넣으면 '심리'가 있을 것이다. 책은 네개의 각자 다른 주인공의 시선으로 연결되어 진행하고 있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주인공의 심리가 잘 들어나있어 감정이입이 되어 함께 손에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책장을 넘기게 한다. 이 마지막에 찾고 나서 알게 되는 진실은 기다린 보람이 있을만큼 나의 머리와 가슴을 울려주었다.
 
 
"진실? 그런 게 어디에 있다는 겁니까?
진실, 이 말을 입에 담은 순간 그 말이 갖는 허구의 맹독으로
 혀가 썩기 시작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본 것밖에 믿지 못합니다.
아니, 믿고 싶은 것밖에 보지 못합니다.
진실이란 우리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주인공들은 짝을 이루고 있다-서로 딱 맞는 톱니바퀴>
 
캐릭터들의 독특함도 이 책의 묘미이다. 6명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소유한 사람과 단짝이라는 것이다.  각자 모양이 다른 톱니바퀴지만 그 틈이 서로에게 딱 들어맞는다.
 
조용하고 아이같은 성격의 마리코활달하고 어른스러운 마오코,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과 함께 상대방에게 긴장감을 주는 가스미와 편안하고 어두운 공기를 밝게 만드는 부드러움을 지닌 요시노, 생글 웃는 얼굴 뒤에 날카로운 직관력을 가진 아키오미표정이 나타나지 않는 굳은 얼굴에 비밀을 파헤치려는 쓰키히코.
 
이들은 섞이지 않을 색처럼 상대방과 같은 점이 없는 색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서 이들은 어울리기도 한다. 마치 보색 관계에 있는 두 색을 같이 놓을 때, 서로의 영향으로 더 뚜렷하게 보이는 현상처럼.
 
 
이들은 조각난 비밀을 간직하고 있다. 완성된 비밀을 아는 사람은 단 한명, 가스미. 하지만 가스미는 그 비밀을 단 한명에게 이야기하려한다. 아무도 모르는 그 이야기를.
주인공들은 비밀의 조각들을 가지고 그것을 맞추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도 하며 죄의식을 떨쳐버리기도 하는데...하지만 비밀의 조각은 전체가 아니기에 그들은 진실을 알기 위해 노력하지만 두려움도 함께다. 모든 것을 다 아는 가스미는 입을 다물고 있기에 그들은 조각을 맞추는 열쇠가 없다. 단 한 사람만이 가스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가스미만이 알고 있는 비밀, 그 비밀을 당신에게만 해주겠다. 아무도 모르는 그 비밀을.
 
 
<마치면서>
 
살인사건을 둘러싼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하나 들었다. 그곳에는 분노는 없다. 슬픔, 아픔, 아련함, 쓸쓸함, 투명함이 있다. 너무나 투명하면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에도 불구하고 보이지 않는 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그 속을 자꾸만 더 헤집으며 볼려고 애쓴다. 그러다보면 흔들리고 흐려지는 그 물 속이,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두려움에 떨더라도, 정확히 보고자 하는 용기.
진실이 있기는 합니까라는 물음에 책을 읽고 난 내 대답은 'yes'이다. 수분기가 가득한 바람이 한줄기 지나가는 기분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들의 이야기.
 
진실을 마주대하는 용기, 그리고 얻는 것과 잃은 것.
떠오르는 구절하나는,
<기차는 7시에 떠나네>의 윤피디의 말처럼,

 

알고 나면 더 쓸쓸한 일도 있는 것이다.늘 안락의자라고 여기며 앉아 있던 의자가 알고 나니 가시로 만들어진 의자인 것을 알고 그 의자에 앉아도 이제는 쉴 수 없는 것처럼. 하지만 차가운 것은 차갑게 뜨거운 것은 뜨겁게 느끼며 살아야한다. 제대로 느끼고 살아야 겉도는 느낌의 삶을 살지 않을 수 있다. 이들 주인공은 각자 얇은 유리벽 하나로 둘러진 곳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기에 제대로 느끼기 힘들다. 그런 그들은 보호해주던 유리벽을 깨기 시작한다. 제대로 세상을 느끼기 위해.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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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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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저기 반짝 반짝 빛나는게 있네. 뭐지? 탁탁 뛰어가는 아기여우의 발소리가 숲속을 가로지릅니다. 아! 노란 양동이네요. 새것인지 반짝 반짝 빛이나요. 아기여우의 눈 속에  노란 양동이가 들어가있네요. 아기여우가 노란 양동이한테 반했나봐요. 그럴만도 하죠? 노란 양동이는 반짝 반짝 정말 이쁜 노란색이었거든요. 아기여우는 숲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노란 양동이를 보고 생각에 잠겼어요.

 

누가 잃어린걸까? 누구꺼지? 돼지건가? 아냐, 돼지 것은 초록색인데. 그럼 원숭이 건가? 아냐, 원숭이는 양동이가 없어. 나처럼. 아기여우는 양동이를 조심히 내려놓고 토끼네 집으로 달려갔어요. 또 아기여우의 발소리가 숲속을 가로 지르네요. 저런, 저러다가 넘어지면 큰일인데 말이죠. 토끼에게 아기여우가 양동이 이야기를 하자 토끼는 얼른 가보자고 했어요. 뛰어오는 길에 곰을 만났죠. 곰도 함께 왔어요. 셋은 반짝 반짝 빛나는 노란 양동이를 보고 탄성을 질렀어요. 우와! 너무 예쁘다. 그런데 주인은 누구지? 버린건가? 아기 여우가 양동이가 없으니 이걸 가지면 안될까라는 친구의 말에 아기 여우는 가슴이 두근 두근 뛰었어요. 노란 양동이는 아기 여우의 털 색과 닮아서 아기 여우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주인이 찾으러 오면 어떡해요. 그래서 1주일 동안 기다려보고 그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노란 양동이를 아기 여우가 갖기로 했어요. 토끼와 곰은 양동이가 있었거든요.

 

이제 우리의 아기여우는 아침부터 밤까지 양동이 옆에서 지내요. 씻겨주고 쓰다듬고 옆에서 잠을 자기도 해요. 하루에 몇 번이나 양동이를 들고 걸어볼 때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아기여우는 상상해본답니다. 노란 양동이에 사과를 가득 담아 토끼와 곰에게 가져다 주는 모습을, 얼마나 행복할가요?

 

아기여우를 만났다.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여우.

 

하교길에 길에 놓여진 예쁜 샤프 한자루, 연필만 쓰는 내게 샤프는 너무나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 친구들에게는 샤프가 있었지만 내게는 잘 깍인 연필만 필통에 들어있던 시절에 만난 길에 놓여진 샤프는 너무나 예뻤다. 주인이 찾으러 오면 어떡하나라는 마음과 갖고 싶다는 마음이 겹쳐져서 그 자리를 뱅뱅 돌기만 했다. 해가 다 지도록. 결국 내일까지 가져가지 않으면 내가 가져야지 하고 집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돌아보며 걸었다. 샤프에게 꼭 그자리에 있으라고 다짐을 하면서. 그날 밤은 잠을 자면서도 샤프 꿈을 꾸었다. 꿈에서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고 새벽의 어스름이 채 걷히기도 전에 집을 나서서 그 자리에 한달음에 가본다. 탁탁탁 마음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발걸음에 얼마나 애가 닳던지. 사라진 샤프. 화가 나기 보다는 빙그레 미소가 나온다. 어젯밤에 샤프는 내것이었다. 온전한 나만의 샤프. 그것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자꾸 뒤를 돌아보며 학교로 가는 내 모습이 아기여우와 겹쳐진다.

 

소유하는 것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는다. 물질적인 소유는 더욱 그렇다. 갖는다는 것은 마음 속 깊이 갖는 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소유라는 설명에 대해, 원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갖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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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4-26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깜찍하죠. ^^ 이야기도 그림도...

티티새 2007-04-2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아해요^^ 이 책~~
 
보물이 날아갔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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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의 작가의 다른 책이다.

아기여우에게 어떤 일이 생긴걸까? 아기여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아기여우에게는 아기곰과 아기토끼라는 친구가 있어요. 숲속에서 가장 친한 친구들이랍니다. 친한 친구들에게는 무엇을 줘도 아깝지 않은 아기여우지만 단 하나, 보여줄 수 없는게 있어요. 바로 아기여우의 종이비행기랍니다. 아기여우는 아기곰과 아기토끼가 종이비행기를 날리다가 망가지기라도 할까봐 보여주지 못한답니다.

 

어느날 숲속 아기 친구들은 보물이야기를 했어요. 자신만의 보물말예요. 소중한 곳에 넣어두고 하루에도 여러번 열어보게 하는 그런 보물이요. 곰은 자신의 보물인  조개껍데기 두 개를 가져왔어요. 하나는 연한 분홍색이고, 또 하나는 검은 색 줄무늬가 있는 흰색이었어요. 숲속에서는 볼 수 없는 바닷가에서 가져온 조개라서 아기곰에게는 소중한 보물이랍니다. 반짝반짝 빛나는 조개를 보고 아기여우는 그 예쁜 조개에 마음을 흔들렸답니다. 아기곰의 보물을 본 아기토끼도 얼른 집으로 달려가서 자기 보물을 가져왔어요. 나무 열매를 엮어 만든 예쁜 목걸이였어요. 빨강 파랑 노랑 열매가 반짝반짝 빛났어요. 목걸이도 너무나 이뻤어요.  

 

아기곰과 아기토끼의 보물을 볼 수록 아기여우는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아기곰과 아기여우에게 자신은 보물이 없다고 말하며 슬픈 표정을 지었어요. 사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기여우에게는 보물이 있었답니다. 그런데 왜 슬퍼하냐고요? 아기여우가 종이비행기를 잃어버렸거든요. 하나밖에 없는 보물이 사라져버렸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고 있죠? 아기여우는 지금 딱 그 기분이었어요. 슬프고 보고싶고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함께 가지고 놀거라며 후회했어요. 아기여우의 얼굴이 시무룩해요. 이를 어쩌면 좋죠?

 

날이 화창한 날, 아기곰과 아기토끼가 아기여우를 찾아 왔어요. 손에는 '아기여우 이여돌'이라고 적힌 하얀 종이비행기를 들고 말이죠. 호두를 따러 나무에 올라갔다가 종이비행기를 발견한거예요. 아기여우는 종이비행기를 보고 얼굴이 달아올랐어요. 친구들 몰래 혼자만 갖고 놀았던 것이 창피하고 미안했거든요. 이제 아기여우는 어떻게 보물을 간직할까요?

 

당신의 보물은 무엇인가요? 당신의 가장 비싼 물건 말고, 당신의 보물은 무엇인가요? 어린 시절 나의 보물은 자전거였다. 새거도 아니였고 많은 상처와 다친 모습으로 내게 온 그 자건거를 참 좋아했었다. 넘어지면서도 울지 않고 재빨리 다시 자전거로 올라탈 때의 내 웃음소리, 아빠가 뒤에서 손을 놓았을 때도 자전거가 바로 나갈 때의 기쁨, 두손을 놓고 타는 것을 엄마에게 보여줬을 때의 엄마의 놀란 고함소리, 오빠와 함께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약수를 떠오던 일이 내 자전거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나와 함께 한 자전거는 예전의 전거가 아니었다. 그건 내 어린 시절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고, 화가날 때나 슬플 때면 내 친구 자전거를 타고 바다를 가로지르며 함께 달렸다.

그 시절 그것만큼 큰 위로가 있었을까. 

낡고 낡아 핸들이 뻑뻑해질 때까지 그 자전거를 탔다. 어린시절 자전거를 탈 때의 나는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했었다. 자전거를 타면서 혼잣말을 많이 한 것은 자전거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내 일상을, 내 힘든 하루를, 내 기쁜 하루를. 너는 내 가장 가까운 친구니까. 내 보물 1호, 자전거니까.

 

보물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물건 자체보다 내 시간이 담기고, 내 손때가 묻고, 내 감정으로 칠하고, 내 추억으로 완성된 것. 그것이 보물이 아닐까. 아기여우의 종이비행기에는 아기여우와 종이비행기가 쌓은 행복한 시간때문이 아닐까한다.  나만의 보물이 되길 바라는 맘에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너무 소중하기 때문아닐까. 아기여우는 자신의 보물이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 그것을 어떻게 아껴야하는지를 몰랐던 것이다. 보물은 꽁꽁 숨겨두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아기여우는 이제 알았겠지. 세상에서 가장 큰 보물은 종이비행기가 아니라 종이비행기와 함께 했던 추억이라는 것을.

 

머리를 굴리며 자신이 가진 물건에 값어치를 매기며 대답하는 아이들을 만날 때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왜 그것이 네 보물이니라는 물음에 자신이 가진 것중에 가장 비싸다는 이유의 대답을 들을 때면 말문이 막힙니다. 컴퓨터가 보물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눈앞이 캄캄합니다. 아이들에게 보물이 무엇인지, 진정한 보물을 대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알려줄 때 좋을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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