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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양동이
모리야마 미야코 글, 쓰치다 요시하루 그림, 양선하 옮김 / 현암사 / 2000년 8월
평점 :
어...저기 반짝 반짝 빛나는게 있네. 뭐지? 탁탁 뛰어가는 아기여우의 발소리가 숲속을 가로지릅니다. 아! 노란 양동이네요. 새것인지 반짝 반짝 빛이나요. 아기여우의 눈 속에 노란 양동이가 들어가있네요. 아기여우가 노란 양동이한테 반했나봐요. 그럴만도 하죠? 노란 양동이는 반짝 반짝 정말 이쁜 노란색이었거든요. 아기여우는 숲속에 덩그러니 놓여진 노란 양동이를 보고 생각에 잠겼어요.
누가 잃어린걸까? 누구꺼지? 돼지건가? 아냐, 돼지 것은 초록색인데. 그럼 원숭이 건가? 아냐, 원숭이는 양동이가 없어. 나처럼. 아기여우는 양동이를 조심히 내려놓고 토끼네 집으로 달려갔어요. 또 아기여우의 발소리가 숲속을 가로 지르네요. 저런, 저러다가 넘어지면 큰일인데 말이죠. 토끼에게 아기여우가 양동이 이야기를 하자 토끼는 얼른 가보자고 했어요. 뛰어오는 길에 곰을 만났죠. 곰도 함께 왔어요. 셋은 반짝 반짝 빛나는 노란 양동이를 보고 탄성을 질렀어요. 우와! 너무 예쁘다. 그런데 주인은 누구지? 버린건가? 아기 여우가 양동이가 없으니 이걸 가지면 안될까라는 친구의 말에 아기 여우는 가슴이 두근 두근 뛰었어요. 노란 양동이는 아기 여우의 털 색과 닮아서 아기 여우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주인이 찾으러 오면 어떡해요. 그래서 1주일 동안 기다려보고 그동안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노란 양동이를 아기 여우가 갖기로 했어요. 토끼와 곰은 양동이가 있었거든요.
이제 우리의 아기여우는 아침부터 밤까지 양동이 옆에서 지내요. 씻겨주고 쓰다듬고 옆에서 잠을 자기도 해요. 하루에 몇 번이나 양동이를 들고 걸어볼 때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아기여우는 상상해본답니다. 노란 양동이에 사과를 가득 담아 토끼와 곰에게 가져다 주는 모습을, 얼마나 행복할가요?
아기여우를 만났다.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하는 아기여우.
하교길에 길에 놓여진 예쁜 샤프 한자루, 연필만 쓰는 내게 샤프는 너무나 갖고 싶은 물건이었다. 친구들에게는 샤프가 있었지만 내게는 잘 깍인 연필만 필통에 들어있던 시절에 만난 길에 놓여진 샤프는 너무나 예뻤다. 주인이 찾으러 오면 어떡하나라는 마음과 갖고 싶다는 마음이 겹쳐져서 그 자리를 뱅뱅 돌기만 했다. 해가 다 지도록. 결국 내일까지 가져가지 않으면 내가 가져야지 하고 집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돌아보며 걸었다. 샤프에게 꼭 그자리에 있으라고 다짐을 하면서. 그날 밤은 잠을 자면서도 샤프 꿈을 꾸었다. 꿈에서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고 새벽의 어스름이 채 걷히기도 전에 집을 나서서 그 자리에 한달음에 가본다. 탁탁탁 마음만큼 속도가 나지 않는 발걸음에 얼마나 애가 닳던지. 사라진 샤프. 화가 나기 보다는 빙그레 미소가 나온다. 어젯밤에 샤프는 내것이었다. 온전한 나만의 샤프. 그것으로 만족한다. 하지만 자꾸 뒤를 돌아보며 학교로 가는 내 모습이 아기여우와 겹쳐진다.
소유하는 것의 기쁨은 오래 가지 않는다. 물질적인 소유는 더욱 그렇다. 갖는다는 것은 마음 속 깊이 갖는 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소유라는 설명에 대해, 원하는 것을 너무나 쉽게 갖는 아이들에게 좋은 책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