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일럿 피쉬
오오사키 요시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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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파일럿 피쉬라는 게 있는데 그 건강한 물고기의 똥 속에는 건강한 박테리아의 생태계가 있는 법이야. 그러니까 수조를 설치할 때 제일 처음 넣는 물고기가 중요하고, 그 건강한 물고기가 생태계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수돗물 안에서 똥을 싸면 약 2주일 후에는 건강한 물고기의, 즉 좋은 상태의 좋은 비율로 수조 안에 박테리아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본문 중에서

 

 

 

 

 장마의 시작이란 뉴스를 보고 빨간 땡땡이 우산을 챙겨 들고 나가다가 우편함을 슬쩍보자 책이 와있다. '파일럿 피쉬'. 표지 속의 물고기가 빗물로 가득한 세상으로 당장이라도 나와 헤엄칠듯이 책속의 어항에 담겨있다. 가벼운 무게에 쉬이 읽겠다는 생각에 책의 페이지를 확인하자 263페이지다. 우와!! 이리 작은 책에 이리 가벼운 책에 이렇게 많은 종이들이 담겨있다니 이런 책은 조심해야해!라고 혼잣말을 한다. 가벼운 책일수록 남겨진 무게가 그보다 훨씬 더 무겁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 읽기에 적당한 책이 굳이 있겠냐는 생각도 있지만 가뜩이나 비만 오면 몸 속 가득 수분이 차오르는 내겐 수분이 솟아나게 하는 책은 비오는 날 읽지 말아야하는 책이 되었다. 분명 뒷 표지의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책임이 분명한데도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저 물고기들이 내게 어서 나를 헤엄치게 해주세요라는 투명한 목소리로 말하기 때문이겠지.

 

 책을 넘길 때마다 손 곳곳에 물방울이 살아난다. 눈앞에 커다란 수조가 나타나 투명한 물을 가르는 물고기들이 나를 뚫어지게 보는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쉬이 넘어가는 책장을 자꾸만 멈추게 되는 건 왜일까? 한 문장을 읽을 때마다 잠들어 있던 내 기억도 떠오른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좋은 구절을 포스트 잇에 표시하는 버릇이 있는데 포스트 잇 2장을 넘긴 책은 오랜만이었다. 그렇게 페이지를 표시할 때마다 들었던 연필을 손에 들고 아련히 떠오르는 내 기억들을 잠시 묶어놓으려 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떠올려도 된다고. 넘기는 페이지마다 내 기억의 끈을 잡아두고 다음 페이지를 읽어내려간다. 2시간동안 나는 야마자키의 수족관에 들어있는 물고기가 된 기분이다. 야마자키가 말을 할 때는 거실에 놓인 수조 속 물고기도 되고 그가 생각할 때는 몰래 그의 머리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가 되어 버린 나. 그의 물 속은 한결 같았지만 그의 물 표면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그의 물 표면도 물 속처럼 한결 같았다면  물 속을 헤엄치는 내가 마시는 물맛이 이렇게 다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의 물은 싱겁기도 했고 소금물처럼 짜기도 했으며 달콤하기도 했고 씁쓸하기도 했고 상큼하기도 했으며 쓰기도 했다.

 

 야마자키, 책의 주인공이다. 19년동안 예전 여자친구가 구해준 애로잡지사에서 편집을 맡고 있으며 쿠와 모모라는 치아와 강아지가 반겨주는 그의 아파트에는 90센티미터짜리 수조가 있다.수조 물갈이는 꼭 새벽에 하며 들릴듯 말듯하게 항상 노래를  틀어놓고 밤마다 캔맥주를 알콜중독이 되지 않을만큼 매일 마시는 남자. 19년만에 전화를 건 옛 여자친구의 목소리를 한번에 알아듣는 남자, 야마자키. 19년만에 전화한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이번 주말에 그에게 스티커 사진을 찍자고 말하고 그는 승낙을 한다. 이 전화와 기억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다고 항상 술에 취해 전화했던 알콜중독에 걸린 친구로 인해 그는 예전 기억들을 꺼내 본다. 야마자키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파일럿 피쉬' 이것인가.

 

  책을 덮고 나서야 책의 제목이 왜 파일럿 피쉬일까라는 질문에 어설프게나마 답할 수 있을 듯하다. '파일럿 피쉬' 다른 물고기를 잘 살게 하기 위해 살기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물고기를 일컫는 말. 그리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었음에도 그 물고기는 그 속에서 살지 못하고 버려진다. 그렇게 파일럿 피쉬는 잊혀지는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일까? 파일럿 피쉬로 인해 까탈스런 물고기가 살아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만큼의 물이 된 파일럿 피쉬가 살던 때의 물은 기억한다. 물의 기억은 그 물 속에서 살아가는 다른 물고기에게 전해진다.  파일럿 피쉬의 노력과 그들과 함께 행복했던 시간들을. 그 노력과 시간이 그대로 녹아있는 물에 다른 물고기가 산다해도 파일럿 피쉬는 소멸되는 것이 아닌것이다. 돌이켜보면 추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다시는 이 기억을 꺼내지 않으리라고 마음 먹었던 아픈 기억들도 잠시 저 깊숙한 곳에 있다뿐이지 소멸되지는 않는 것이다.

 

 다시금 생각하는 것만으로 너무 아파서 꽁꽁 숨겨놓았던 기억도 지금의 나를 건강하게 살도록 지켜주는 것이다. 그때는 아팠지만 그 아팠던 상처는 내가 겪었다는 이유하나로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돌이켜보면 행복했던 기억들보다 아팠던 기억들이 더 많다는 생각에 아픈 기억들을 보며 다시금 좌절하고 아파해야했다. 그 기억들이 내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는 관심도 없었고 아팠던 그 순간들만 생각하며 원망했었다. 원망할 대상도 없는 기억을. 그 아팠던 기억들은 나의 몸 속 곳곳에 녹아들어 나를 건강하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아프고 아팠던 과거의 기억들이 나를 성장시켰다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된다. 나의 모든 기억들이 나라는 수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비록 사람의 수조이니 완벽할리는 없지만)  파일럿 피쉬가 되었다는 것이 몸 속 곳곳의 물을 따스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살아가면서 쓸모없는 기억은 없다는 것. 책을 읽으며 내 방식대로 정한 사실하나. 살아오면서,  이제 살아나가면서 만났고 만날 기억들이 나를 건강하게 만들거라는 생각을 하니 힘이 불끈난다. 내 스스로를 정화시키는 것이 내 기억이라는 것이 (물론 기억을 구성하는 수 많은 사람들의 관계도 나를 정화시키는데 들어간다.) 앞으로 향하게 될 발에 힘을 실어준다.

 

 파일럿 피쉬에 관한 리뷰를 적어보면서 내 수조의 파일럿 피쉬의 시작은 우리 부모님이 아니셨을까 생각이 든다. 우리 할머니께서 우리 엄마의 파일럿 피쉬였던 것처럼. 나도 이렇게 기억들을 쓰다듬으며 살아가다보면 누군가의 파일럿 피쉬가 될 수 있을거라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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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에 관한 짧은 필름 (반양장)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창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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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독서만큼 개인적이고 다양한 빛깔의 취미가 있을까? 사람들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독서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간혹 독서라는 것은 누구나 하는 취미생활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독서를 정말로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비록 내가 독서를 취미라고 말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독서만큼 다양한 빛깔의 띄는 취미 생활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책의 분야를 나누다 보면 열 손가락이 모자르게 되는만큼 세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취미가 독서라고 말해도 같은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같은 작가를 좋아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같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꺄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반가운 것도 그때문이다. 삼천포로 빠지게 되었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좋아하는 책이나, 반하게 되는 책도 개인적인 기준이라는 것이다. 간혹 책에 반하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하거나 할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은 그 책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고 내게 말할 때 민망할 때가 간혹있다. 개인마다 입맛이 다르듯이 책도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최고의 음식이었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십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책의 세상에서 맛있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맘에 드는 책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읽다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다. 어린시절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사먹은 막대사탕을 먹으며 행복함에 젖지만 먹을 때마다 점점 얇아지는 사탕에 사탕에 마음이 아파와서 먹지도 못하고 사탕을 비닐 봉지에 넣었다가 뺐다가만 하다가 하루 해가 저문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릴 때 먹던 사탕이 생각이 났다. 다 읽고나서가 아니라 읽던 도중에 책에 반해 버리고 말아서 책의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을 수록 가슴이 아려와서 책을 덮었다가 폈다가를 반복하며 일부러 읽지 않고 참고 참았다가 그 다음날 다 읽고 말았다. 다 읽고 나서는 아껴두었던 막내사탕을 결국 다 먹고는 못내 아쉬운 마음보다 고민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이 더 커서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놀러 나가는 아이의 마음이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내 마음은 저 아이처럼 가볍기 그지 없다.

 

 무엇이 내가 이 책에게 반한게 한 것일까?

 

하나, 소설이다.

 

-청개구리띠도 아닌데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서 말하는 좋은 말은 그리 와닿지가 않는다. 내게는 하기 어려운 그 일을 단 한 페이지에 걸쳐 쉽게 쓰여져 있는 것은 위로나 자극제가 되기 보다는 내게만 이런 일이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어 내 잘못만 하나 더 늘어버린 것 같아 읽는 동안에는 죄인이 된 듯 하여 계획도 세워보고 메모도 해보고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하루가 지나면 메모도 계획도 사라져버리고 만다. 머리 속에서 같이.

 

 이런 못된 성격 때문에 가슴에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가 좋다. 적어도 가슴에 여운이 남아있을 때까지는 그 책에서 배운 것들을 시도해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는 두번 읽기 싫지만 반한 책은 여러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으니 여운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다시 읽고 나면 새로운 여운이 생기니 나를 변화시키기에는 조목조목 나와있는 자기계발서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이 책은소설의 형식으로 내게 용서라는 것의 정의와 방법 그리고 용서를 했을 때의 마음의 평온을 알려주었기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둘, 짧은 필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제목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필름이라는 말이 책을 읽으면서 필름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이유가 있구나라고 알게 되었다. 책을 보면서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책의 묘사가 뛰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구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책은 영화라고 해도 거대한 스케일인 제 2차 세계대전을 중심배경으로 가져오온다. 책은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나'는 멕시코 만에 위치한 작은 섬에 살고 있는데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나치 유물을 발견한다. 군복 단추와 반지 그리고 세장의 사진을 가지고 '나'는 그 물건들에 얽힌 사연을 찾아간다. 그 사연을 찾아가면서 시간은 제 2차 세계대전 속으로 바뀌게 되고 독일과 미국의 전쟁 상황으로 들어간다. 독일의 잠수함 U보트는 미국의 항해선박들을 무조건 격침시키는 임무를 띠고 맥시코 만까지 흘러들게 된다. 그 속에 나치와 독일은 틀리다고 말하는 군인이기 전에 인간이길 원하는 요제프라는 군인이 등장하고 독일인에게 남편을 잃고 분노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련하지만 강한 여인 헬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가증시킨다. 나는 어느새 '나'가 되어 헬렌가 요제프의 상황을 영화를 보듯 두근거림과 안타까움을 번갈아 느끼며 관객이 되었다.

 

셋, 보물 찾기이다.

 

- 제를 눈치채게 만든 책은 시작부터 재미가 없어 흥미라는 부분은 빼고 책을 읽어야하는 감점요소가 있다. 물론 이 책은 제목에서 주제를 눈치채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주제와 내용을 연결시키며 대체 어디가 주제와 연결되는지를 찾아야 할 만큼 책의 내용은 주제를 숨겨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작가가 마련한 작은 섬에서 책의 내용을 되짚어가며 하나의 실마리를 발견할 때마다 보물에 가까이 가는 카드를 획득한 기분이었다. 보물 찾기를 할 수 있는 책이라니. 작가는 내게 자주 힌트를 주지만 답을 말하지 않았기에 마지막에 나름대로 답을 찾은 나는 작가가 차려 준 밥상이지만  수저는 내가 찾아서 밥을 먹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기분을 느꼈다. 보물찾기에서 어떤 보물을 찾든 보물의 값어치보다는 그 과정이 신나고 재밌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보물은 값어치도 상당하니 금상첨화이다.

 

넷, 용서에 대한 생각이 바뀌다.

 

- 용서는 항상 남을 위해 내가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생각이 바뀌었다. 달라이 라마가 말했듯 용서는 나를 위함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있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기에 나는 알고는 있었지만 깨닫지는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가슴 아픔을 동반한다고 한다. 작가는 나에게 용서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용서하는 것이 쉽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용서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눈한번 딱 감고 용서하기에는 힘든 일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다. 특히나 용서가 자기 희생이라고 믿는 나같은 경우에는 더 힘든 일이다. 작가는 이런 나를 감싸안아주었다. 내게는 힘든 일을 쉽게 말 한마디로 충고하지 않고 작가는 책의 글 곳곳에 그리고 글과 글 사이에 따뜻한 위로를 심어주었다.

 

 

개인적으로 두근거리며 읽은 책이다. 책에 반할 때면 어찌해야할 바를 아직도 모르겠다. 행복하다는 말로는 2%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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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한 잔 하실까요? - 여섯 가지 음료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톰 스탠디지 지음, 차재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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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몸은 2/3 이상이 수분인 만큼 마실 것에 대한 갈증은 다른 무엇보다 강하다고 볼 수있다. 특히나 더운 여름날이면  음료에 대한 갈증은 더욱 높아지기 마련이다. 가까운 편의점만 가도 마실 것을 진열한 곳은 편의점 내에서 단연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와인부터 시작해서 물까지 개인의 기호에 맞도록 고를수 있는 음료의 수는 셀 수 없는 만큼 많다. 그만큼 인간은 마실 것에 대한 욕구가 강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 않을까?

 

 하루에 물말고 다른 마실 것을 먹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마실 음료로 물만을 먹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나만 봐도 하루에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5개정도의 다른 음료를 마시고 있다. 적게는 커피와 녹차가 될 것이고 많을 때는 거기에 술이나 홍차 혹은 탄산음료가 들어간다.

 

 이렇게 물을 마시듯 다른 음료를 마시면서도 음료가 가진 역사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없었다기 보다는 일상이니 궁금증을 갖지 않았다. 이 책으로 내가 마시고 있는 음료들의 역사를 읽으며 내 손에 들려진 차 한 잔이, 술 한 잔의 무게가 평소보다 무거워지고 그 맛은 더욱 짙어진 듯하다. 내 손에 들려진 이 한 잔의 음료가 내게 오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이 있었을까를 떠올리며 찻잔에 든 음료를 들려다 보면 한없이 빨려들어갈 것만 같다.

 

 인류의 역사에서 중요한 음료 6개를 꼽으라면 어떤 것을 꼽을 것인가? 책에서는 톡쏘는 맛이 일품인 맥주와  코끝을 스치는 향이 좋은 달콤한 와인과 목을 타고 넘을 때 불이 붙은 것처럼 뜨거운 증류주를 대표 알콜음료로 꼽고 있다.  알콜을 띠지 않는 것으로는 쌉싸름한 맛이 일품인 커피와 여유와 안정을 나타내며 한창 떠오르고 있는 홍차 그리고 미국하면 바로 떠오르는 코카콜라가 있다. 이 여섯가지 음료만 있으면 역사 칵테일이 완성된다고 하니 이 여섯가지 음료가 가진 힘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다.

 

 책은 음료를 설명할 때 역사순으로 말해주고 있다. 역사 순이라는 것이 알콜에서 무알콜로 흘러 가고 있다.

 

 알콜부터 시작되는 인류의 첫 음료는 맥주였다. B.C 4000년경에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지방에서 빵을 만들다 부스러기에 물이 들어가 시간이 흐린후에 보니 자연스럽게 발효가 되어 탄생한 것이 맥주였다. 맥주는 누구나 마실 수 있는 평등한 음료였다. 인류가 부를 축적하게 되면서 생기는 것이 특권의식이다. 누구나 마실 수 있는 맥주는 상위층의 지위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 나오면서 새롭게 등장하는 것이 와인이다. 와인은 포도로 인해 만드는 것으로 저장과 이동이 용이하지 않다는 불편때문에 특권층만이 마실 수 있는 음료로 자리잡았다. 그리스에서 로마로 넘어가는 와인의 전성기가 흥미로웠다. 특권층만이 마시는 음료가 와인이었다면 평민이나 노동층에서 마시는 음료 증류주가 등장한다. 와인을 증류하던 과정에서 사람들은 증류주가 와인이나 맥주보다 사람의 기분을 더욱 좋게하고 취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증류주에는 브랜디와 럼이 대표적인데 사탕수수에서 설탕을 만들고 난 찌꺼기인 당밀를 이용하여 발효, 증류시킨 럼은 노동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일 수록 도수가 높은 술을 택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것일까.

 

 음료라는 것이 일을 하다가도, 식사를 하다가도, 쉴때에도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맥주와 와인도 그렇게 사용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맥주와 와인에 담긴 알콜 성분이 일을 하는데 집중을 깨트리는 경우가 생기게 되어 머리를 쓰며 일하는 지식인들에게는 좋은 음료가 되지 못했다. 그때 등장한 것이 커피이다. 커피에 담긴 카페인은 지식인들에게 뇌의 활동을 활발하게 한다고 하여 크게 사랑받았으며 지금도 그 사랑은 꺼지지 않고 있다. 커피의 역사에서 근대시대에 생긴 커피하우스는 꽤 매력적이었다. 물론 지금의 테이크아웃점이나 카페도 좋지만 근대시대의 커피하우스는 지식의 요람이었다고 한다. 많은 학자들이 그곳에 와서 서로 정보를 나누고 토론을 했다는 그 장소가 상상만 해도 흥분된다. 커피는 학자들의 지식의 요람이었던만큼 여자들은 커피하우스에 가는 것이 금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여성들의 커피하우스에 대한 원성도 심했다고 한다. 그런 여성들에게 불어닥친 희소식은 홍차였다. 내가 읽은 부분 중 눈이 초롱 초롱 해진 부분도 홍차였다. 홍차가 중국에서 인도로 넘어가는 이야기는 아삼이란 홍차를 고냥언니를 통해 알게 되면서 아삼 홍차에 푹 빠진 나로서는 흥미롭기 그지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것이 미국의 상징 코카콜라이다. 코카콜라병과 로고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해진다. 그만큼 코카콜라는 세계를 지배하는 음료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괜시리 이 부분에서 새침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나보다.

 

  이렇게 긴 역사 속에서 인류의 노력으로 탄생한 음료를 마시는 우리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해본다.

 

 

** 역사 칵테일 만들기 레시피

1.잔 세척하기, 당신의 역사 지식을 비워라.

2.맥주와 와인을 1:1로 섞는다. 거품을 보면서 문명의 여명기를 생각하다.

3.탐험가들의 기개를 느끼고 싶다면 증류주 세 방울 정도~

4.커피와 홍차를 약간 넣어 유럽의 향취에 흠뻑 젖다.

5.마지막으로 코카콜라 한 방울.

미국이 싫은 사람은 안 넣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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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선왕조실록
이성주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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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가 들어간 조선왕조실록이란 이 책을 봤을 때 웃음이 나왔던 것은 김홍도의 그림 속의 부채를 들고 몰래 보는 남정네의 발그레한 얼굴이 상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 표지를 김홍도의 그림으로 택한 이 책 속에는 김홍도의 그림이 종종 나온다. 김홍도는 우리 나라의 대표적인 풍속화가라고 불

리며 그의 그림은 웃음을 동반하는 해학적인 그림들이 많다. 조선의 시대상을 해학적으로 그려내어 그의 그림을 보고 웃음을 짓지 않았던 사람이 대한민국에 없지 않을까싶다. 그런 그의 그림을 책 표지로 삼는 이 책의 정체가 책을 읽기 전부터 궁금해진다. 엽기라는 제목으로 인해 궁금증은 높아지고 김홍도의 그림으로 인해 입가에는 웃음을 머금고 책을 펼쳐봤다.

 

 책의 겉표지의 안쪽에는 작가가 엽기라는 제목에 대해 독자가 궁금해할 것을 예상하였는지 엽기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엽기’는 사전에서 ‘기괴하고 이상한 일에 흥미를 느끼거나 즐기는 현상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개념’으로 정의된다. 그러나 이는 사전의 정의일 뿐 ‘엽기’는 2000년대에 새 옷을 입고 문화현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 등 젊은 층이 열광적으로 탐닉하는 이 현상은 사전 본래의 뜻을 가볍게 뛰어넘어 새 개념을 만들어냈다. 너무 가볍거나 무겁거나, 혹은 썰렁, 황당, 허탈, 배꼽 빠지는 재미 등이 모두 ‘엽기’가 되었다. 주류가 아닌 것, 평균이 아닌 것, 보편적이지 않은 것, 그러나 특별히 빠져들 만한 가치…. 이 책이 시도한, 기성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역사 해석도 그래서 ‘엽기’다.]

 

 기성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역사 해석을 해보았다는 작가의 글을 보며 제목과 표지가 아주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없는 책들이 쏟아지는 책세상에서 제목과 표지가 눈길을 끌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가는 요즘 엽기라는 제목을 쓰면서 궁금증을 유발하였던 것이 좋은 전략이었던 것 같다.

 

 책의 제목과 디자인이 마케팅에 성공하였다면 독자들의 입소문이 나서 책의 내용 또한 제목으로 품었던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줘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용 또한 충실하다. 엽기적으로 충실하다는 말은 이상하니(?)재미와 지식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야하겠다.

 

 청소년을 위한 역사 애니메이션을 만들때 이 작가가 각본을 쓴다면 얼마나 많은 청소년들이 역사만화를 보며 웃고 역사를 즐길지 생각만해도 흐뭇하다. 예전에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얼마나 씁쓸했던지를 책을 읽으며 기억해냈다.

 

 극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던 나였지만 국사라는 것은 국어처럼 우리나라의 뿌리를 가르치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나무가 제대로 설 수 있을지 의심이 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국사를 왜 택하지 않냐는 말에 국사가 어렵다고 한다, 달달 외울것이 너무 많고 우리 나라의 역사는 재미가 없다고 말한다. 국사가 왜 재미가 없다고 말하는 가를 생각해본다. 여기서 재미는 우스운 것만이 아니라 흥미를 말한다. 수천년이 흐르는 세월동안 역사 속에는 재미라고 부를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인가? 역사가 재미가 없다는 것보다는 아마도 역사 속에서 재미를 가질 요소를 찾지 못하였으며 역사를 즐기기 전에 시험점수에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학생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무엇인가를 물었을 때 대다수가 사회라고 말했다. 이유는 외우는거 너무 싫어요. 성적이 나오지 않는 과목은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어느새 싫어하는 과목이 되어버린 것이다.

 

 역사란 숲을 보는 것이라고 하지만 나무부터 알아가며 숲의 생김새를 알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역사를 싫어하는 이에게는 재미를, 역사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그가 알지 못했던 사소한 이야기들의 유쾌함을 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을 현대적인 입담이 깃든 역사책이라고 해야할까,를 고민해본다. 왕과 양반의 체면차림이 가득했던 말투는 어디로 증발해버리고 웃음이 나오는 사투리와 유행어, 거친말들이 쏟아져내린다.

 

예를 들자면,

 

"흰옷을 입고 출근하다니, 그게 겉옷이야 속옷이야?"

"아니,그게...... 지식 노동자는 화이트 컬러라는......"

"죽을래? 앞으로 무조건 색깔 있는 옷을 입는다! 알았지?"      

          

                                                                                -태종의 흰옷 규제장면-

 

 책을 읽는 동안 혼자서 킥킥거리기를 몇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대사들이 하나같이 단순한 재미를 넘어 눈물이 빠질만큼 웃기다. 웃음 뒤에는 그 사건에 대해 뒤에는 일목요연한 설명이 깃들여져 흥미를 가진뒤에 지식을 받아들이게 되어 자연스레 머리속에서 웃음과 지식이 한데 어우러진다.  왕이 왕비를 잠자리에서 피하는 이유나, 얼토당토 않은 왕비의 조건,아버지를 밥을 먹다가 밥그릇으로 때려 죽인 아들이 겸상이라는 이유로 정상참작되었던 것이나, 효자상을 받게 하기 위한 사또의 피나는 노력등에서는 눈가에 눈물이 맺힐만큼 웃어댔다.

 

 책은 사소한 것들의 진실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지만 사소한 것들로 재미를 줄 뿐만 아니라 페이지가 넘어갈 수록 역사의 중요한 부분들을 꼬집어 설명해주고 있어 흥미만 남긴 책이 아니어서 더욱 맘에 든다. 왜 우리 나라는 거의 양반 자손들만 있는 것인가에대한 의문과 사대를 해야하는 현실에서의 족보전쟁, 조선 후기의 부패한 사회로 인해 과거제도를 팀을 이루어 해내는 장면도 웃음을 주지만 설명을 읽다보면 그 시대의 씁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엽기라는 단어가 인터넷상에 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엽기가 가져다 줄 악영향을 꼽으며 엽기를 반대하기도 했다. 청소년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까 우려섞인 목소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우려섞인 목소리에도 엽기는 급속도로 퍼졌고 엽기라는 새로운 유행은 단점도 있었지만 장점도 있었기에 미움만을 받지는 않았다. 엽기문화는 다양한 창조적 상상력이 숨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준다는 것으로 사랑받기도 한다.

 

 이 책은 엽기라는 단어가 제목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충격적이거나 정말 엽기적인 행각은 그리 나오지 않는다.(개인적인 생각) 다만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보고 독자들에게 알려준 점은 엽기라는 단어의 장점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귀여운 엽기라고 부르고 싶어진다. 청소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은사람들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읽다가 웃음이 터져 곤란해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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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죽음 - 전2권
김진명 지음 / 대산출판사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김진명이라는 이름을 떠올리면 함께 떠오르는 책은 대다수의 사람이 같지 않을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일 것이다. 책의 내용은 그 당시의 강렬했던 충격에도 불구하고 시간이라는 것에 희미해져갔지만 김진명이 내게 알려준 '민족' '역사' '현실'이라는 단어들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학교에서 배운 국사는 내 나라의 역사라는 개념보다는 공부에 지나지 않았던 내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우리 민족의 역사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 겠다고 결심을 한 계기를 심어주었다.  그 결심으로 김진명의 다른 소설을 읽어보기도 하며 밤을 새본 경험도 있었다. 하지만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 성향으로 인해 우리 민족의 역사에 대한 관심은 그해를 넘기지 못하고 식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민족주의 작가. 김진명을 따라다니는 수식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일 것이다. 책을 읽으면 그가 한국을 사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의 한국만이 아닌 예전의 한국을 안타까워하며 미래의 한국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그의 책을 읽어보면 느끼지 못할 독자는 없을 것이다. 그는 독자를 애국자로 만드는 묘한 재주가 있다는 것도 인정할 일이다. 김진명, 그는 '신의 죽음'으로 하여금 내게 어떤 것을 남겨주었을까.

 

'신의 죽음'을 읽으면서 하나를 얻고 두번 실망했다.

내가 얻은 것은 역시나 다시금 뜨거워지는 민족정신과 김진명을 통해 생각해보게 된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깨달음이다. 내가 실망한 두가지는 내 자신에 대해, 둘째는 책에 대해서이다.

 

우선 실망한 것부터 짚고 넘어가자.

 

-첫번째 실망: 우리나라의 현실에 무지했던 내 자신을 깨닫다.

 책의 주요 소재는 '동북공정'이다. 나는 동북공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교과서 왜곡에는 열을 올려 일본이나 중국을 비난하면서도 동북공정이란 커다란 틀은 알려고 하지 않은 것이다. 교과서를 왜곡한다는 것은 그저 그들의 힘을 과시한다고만 믿었던 내게 '동북공정'은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역사의 왜곡이 가져올 재앙은 생각지 않았던 내 자신과 한국인임에도 한국의 역사 그것을 지킬 생각은 커녕 제대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내 무관심에 스스로에게 실망하고 창피해 책을 읽기를 잠시 접고 동북공정이라는 것을 찾아보았다.

 

-두번째 실망: 거대한 소재-술술 풀리는 전개-어랏! 이게 결말?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신경쓰는 것은 사건 과정이 아니라 결말이었다. 사건 과정에 초점을 두며 흥미롭게 읽기에는 한 사건이 닥칠때마다 너무나 쉽게 너무나 우연적으로 사건이 해결되기 때문에 주인공이 사건에 위험에 처할 때마다 별 걱정없이 어떻게 끝날까만을 생각하며 다음 페이지를 넘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빠른 전개를 위해서라면 할말은 없지만 주인공 민서가 손만 내밀면 도처에서 도움을 주는 것은 숨가쁠려고 준비한 내 호흡을 나몰라라 했으며 민서와 친분이 두터운 사람들의 죽음에도 서너줄도 되지 않는 애도로 마무리 되는 것은 공감을 하기에는 부족했고 마지막의 결론은 있는 힘껏 결말만 보고 달려온 내게 우승테이프가 없는 1등을 하게한 기분이 들게 했다.

 

 책의 구성에 실망하면서 김진명이란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에 집중을 하게 된다. 책의 구성을 뒤로하고라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알아보자.

 

-잊지 말아야한다. 한국인이라는 사실.

 

나는 한국인이다. 말로 내지 않으면 내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조차 잊고 사는 것이 현실인 지금 이 책은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다시금 새기게 해주었다. 김진명의 힘이 아닐까. 우리가 잊지 말야할 것을 계속하여 들추어 깨닫게 해주는 것은. 동북공정과 김일성의 죽음에 드리워진 비밀을 읽어내려가면서 잊지 말아야했던 사실을 깨닫는다.

제 나라의 역사에 대해서도, 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나지만 그래서 조정래 작가, 김진명 작가를 좋아한다. 또한 한국의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별볼일 없이 망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것의 제작의 의미를 높이 산다. 책으로라도 영화로라도 읽지 않고 보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적 상황을(북한과의) 생각해보는 계기가 얼마나 줄어들겠는가. 어린 학생들을 보면 국사는 선택과목이 되어있으며 남북분단의 아픔을 느껴보기전에 알려고도 하지 않는 학생들이 대부분인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면 나역시도 뭐라 할 처지는 아니지만 안타까움이 밀려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김진명은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이라는 측면에서 구성에 허술함에 기운이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김진명이 말하는 것 중 하나는 알게 된 것으로 그정도는 용서해도 될 것 같다. 한 나라의 역사란 그 나라의 국민이 제대로 알고 있지 않으면 왜곡된 역사에 휩쓸리기가 너무 쉽다는 것. 언제 식을지 모를 열정이겠지만 역사 제대로 알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쉽게 식지 않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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