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에 관한 짧은 필름 (반양장)
앤디 앤드루스 지음, 이창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독서만큼 개인적이고 다양한 빛깔의 취미가 있을까? 사람들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독서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간혹 독서라는 것은 누구나 하는 취미생활이라고 단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독서를 정말로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비록 내가 독서를 취미라고 말하는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지만)  독서만큼 다양한 빛깔의 띄는 취미 생활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책의 분야를 나누다 보면 열 손가락이 모자르게 되는만큼 세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취미가 독서라고 말해도 같은 분야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같은 작가를 좋아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같은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면 꺄아~하고 소리를 지르며 반가운 것도 그때문이다. 삼천포로 빠지게 되었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독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기에 좋아하는 책이나, 반하게 되는 책도 개인적인 기준이라는 것이다. 간혹 책에 반하게 되어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하거나 할 때가 있는데 다른 사람은 그 책에 대해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다고 내게 말할 때 민망할 때가 간혹있다. 개인마다 입맛이 다르듯이 책도 그런거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게 최고의 음식이었다. 개인적으로 말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십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책의 세상에서 맛있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에 맘에 드는 책을 만나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읽다보면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다. 어린시절 엄마를 조르고 졸라서 사먹은 막대사탕을 먹으며 행복함에 젖지만 먹을 때마다 점점 얇아지는 사탕에 사탕에 마음이 아파와서 먹지도 못하고 사탕을 비닐 봉지에 넣었다가 뺐다가만 하다가 하루 해가 저문적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어릴 때 먹던 사탕이 생각이 났다. 다 읽고나서가 아니라 읽던 도중에 책에 반해 버리고 말아서 책의 페이지가 얼마 남지 않을 수록 가슴이 아려와서 책을 덮었다가 폈다가를 반복하며 일부러 읽지 않고 참고 참았다가 그 다음날 다 읽고 말았다. 다 읽고 나서는 아껴두었던 막내사탕을 결국 다 먹고는 못내 아쉬운 마음보다 고민에서 벗어난 홀가분한  마음이 더 커서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나 놀러 나가는 아이의 마음이 되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내 마음은 저 아이처럼 가볍기 그지 없다.

 

 무엇이 내가 이 책에게 반한게 한 것일까?

 

하나, 소설이다.

 

-청개구리띠도 아닌데 자기계발서나 에세이에서 말하는 좋은 말은 그리 와닿지가 않는다. 내게는 하기 어려운 그 일을 단 한 페이지에 걸쳐 쉽게 쓰여져 있는 것은 위로나 자극제가 되기 보다는 내게만 이런 일이 어려운 것인가라는 생각에 더욱 빠져들게 만들어 내 잘못만 하나 더 늘어버린 것 같아 읽는 동안에는 죄인이 된 듯 하여 계획도 세워보고 메모도 해보고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하루가 지나면 메모도 계획도 사라져버리고 만다. 머리 속에서 같이.

 

 이런 못된 성격 때문에 가슴에 여운이 길게 남는 이야기가 좋다. 적어도 가슴에 여운이 남아있을 때까지는 그 책에서 배운 것들을 시도해보기 때문이다. 자기계발서는 두번 읽기 싫지만 반한 책은 여러번 읽어도 지루하지 않으니 여운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면 다시 읽고 나면 새로운 여운이 생기니 나를 변화시키기에는 조목조목 나와있는 자기계발서보다는 훨씬 효과적이다. 이 책은소설의 형식으로 내게 용서라는 것의 정의와 방법 그리고 용서를 했을 때의 마음의 평온을 알려주었기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둘, 짧은 필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제목에서 미처 생각지 못한 필름이라는 말이 책을 읽으면서 필름이라는 제목이 들어간 이유가 있구나라고 알게 되었다. 책을 보면서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은 책의 묘사가 뛰어났다는 것이 아니라 책에서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만든 구성이 좋았기 때문이다. 책은 영화라고 해도 거대한 스케일인 제 2차 세계대전을 중심배경으로 가져오온다. 책은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나'는 멕시코 만에 위치한 작은 섬에 살고 있는데 자신의 집 앞마당에서 나치 유물을 발견한다. 군복 단추와 반지 그리고 세장의 사진을 가지고 '나'는 그 물건들에 얽힌 사연을 찾아간다. 그 사연을 찾아가면서 시간은 제 2차 세계대전 속으로 바뀌게 되고 독일과 미국의 전쟁 상황으로 들어간다. 독일의 잠수함 U보트는 미국의 항해선박들을 무조건 격침시키는 임무를 띠고 맥시코 만까지 흘러들게 된다. 그 속에 나치와 독일은 틀리다고 말하는 군인이기 전에 인간이길 원하는 요제프라는 군인이 등장하고 독일인에게 남편을 잃고 분노로 가득찬 삶을 살아가고 있는 가련하지만 강한 여인 헬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흥미를 가증시킨다. 나는 어느새 '나'가 되어 헬렌가 요제프의 상황을 영화를 보듯 두근거림과 안타까움을 번갈아 느끼며 관객이 되었다.

 

셋, 보물 찾기이다.

 

- 제를 눈치채게 만든 책은 시작부터 재미가 없어 흥미라는 부분은 빼고 책을 읽어야하는 감점요소가 있다. 물론 이 책은 제목에서 주제를 눈치채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주제와 내용을 연결시키며 대체 어디가 주제와 연결되는지를 찾아야 할 만큼 책의 내용은 주제를 숨겨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작가가 마련한 작은 섬에서 책의 내용을 되짚어가며 하나의 실마리를 발견할 때마다 보물에 가까이 가는 카드를 획득한 기분이었다. 보물 찾기를 할 수 있는 책이라니. 작가는 내게 자주 힌트를 주지만 답을 말하지 않았기에 마지막에 나름대로 답을 찾은 나는 작가가 차려 준 밥상이지만  수저는 내가 찾아서 밥을 먹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기분을 느꼈다. 보물찾기에서 어떤 보물을 찾든 보물의 값어치보다는 그 과정이 신나고 재밌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의 보물은 값어치도 상당하니 금상첨화이다.

 

넷, 용서에 대한 생각이 바뀌다.

 

- 용서는 항상 남을 위해 내가 양보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던 생각이 바뀌었다. 달라이 라마가 말했듯 용서는 나를 위함이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알고 있는 것과 깨닫는 것은 다르기에 나는 알고는 있었지만 깨닫지는 못했던 것이다. 깨달음은 가슴 아픔을 동반한다고 한다. 작가는 나에게 용서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용서하는 것이 쉽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용서라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눈한번 딱 감고 용서하기에는 힘든 일이 세상에는 훨씬 더 많다. 특히나 용서가 자기 희생이라고 믿는 나같은 경우에는 더 힘든 일이다. 작가는 이런 나를 감싸안아주었다. 내게는 힘든 일을 쉽게 말 한마디로 충고하지 않고 작가는 책의 글 곳곳에 그리고 글과 글 사이에 따뜻한 위로를 심어주었다.

 

 

개인적으로 두근거리며 읽은 책이다. 책에 반할 때면 어찌해야할 바를 아직도 모르겠다. 행복하다는 말로는 2%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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